여기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인 이들이 있다. 서로 다른 퍼즐들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처럼,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는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이들은 매일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법적 지위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말 안에는 그 어떤 것보다 따스한 ‘온기’가 담겨 있다. 2024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은 중국의 <이가인지명>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산하(황인엽), 주원(정채연), 해준(배현성)이라는 3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10대와 20대 시절의 그들의 관계에 대해 그린다. 모종의 사건으로 10년의 헤어짐 이후 재회한 이들은 다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재’에서 비롯된 관계, 그래서 빛나는 ‘특별함’
<조립식 가족>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관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서로 다른 타인들이 모여 진정한 하나의 ‘가족’을 완성한다. 산하와 그의 아빠 대욱(최무성), 주원과 그의 아빠 정재(최원영), 그리고 해준이 그 일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누군가의 부재’이다. 산하는 어릴 적 화재로 동생을 잃었다. 그때의 산하는 너무 어렸으며, 동생의 죽음은 결코 산하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는 산하를 탓하며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주원에겐 다정한 아빠는 있지만 엄마의 모습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또한 해준은 엄마도, 아빠도 어딘가로 떠나버렸다. 언제 돌아오겠다는 예고 하나 없이 감쪽같이. 이들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가족이 된다. ‘부재’라는 공통점이 없었더라면 이들은 아마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조립’됨으로써 온전해진다. 가끔 이들을 향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관계냐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주원은 ‘다 각자 나름 스페셜한 것’이라며 맞받아친다. 이처럼 이들은 가족이 됨으로써 불완전하고 어딘가 공허했던 내면을 비로소 온전하게 채운다. 이들에게 가족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본래의 가족으로부터 멀어졌지만, 또 그로 인해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 특별하다.

흐른 시간 속 피어나는 감정
<조립식 가족>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관계의 변화’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마치 친남매처럼 자라왔던 이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인해 모두 주원의 곁을 떠나게 된다. 영원히 가족으로서 함께 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기에 주원은 이러한 갑작스러운 헤어짐에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10대의 일부를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은 그동안 주원이 느낀 어떤 아픔보다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엄마의 부재보다, 그녀와 부대끼며 함께 살아갔던 산하와 해준의 빈자리가 훨씬 더 컸을 테니 말이다. 그런 그들이 10년 후, 다시 해동시로 돌아온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정말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제 이들은 어린아이가 아니며, ‘가족’이었던 추억은 세월의 흐름 속에 서서히 흐릿해져갔다. 특히, 다시 돌아온 산하와 해준에게 냉랭하게 구는 주원의 태도는 이들이 재회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체감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호한 관계 속, 그들에겐 또 다른 감정이 싹튼다. 산하는 주원을 더 이상 ‘친동생’처럼 여기지 않는다. 가족이라고 생각하여 미처 자각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원을 다시 만남으로써 터져 나오고 만다.

상처를 딛고 더욱 성장하는 인물들
다른 가족 드라마처럼 <조립식 가족> 역시 ‘상처’를 가진 인물들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산하, 해준 그리고 달(서지혜)가 있다. 산하와 해준의 공통점은 바로 내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외적인 상처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하는 화재가 났던 그날, 동생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있다. 이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연결되어 주원이 조금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할 때면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산하의 엄마는 어린 시절 그를 떠났음에도 교통사고로 자신이 크게 다치자 다시 또 산하를 필요로 한다. 그런 엄마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산하는 결국 주원을 떠나게 되며, 약 10년간 그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서 모진 행동들을 전부 참고 견뎌내야 했다. 자신의 상처만을 불쌍히 여기며 모든 화살을 남에게 돌리는 엄마와 달리, 산하는 동생을 앗아간 화재로 몸에 큰 흉터가 생겼음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그 아픔을 홀로 끌어안는다. 이는 그동안 자신의 상처는 애써 감춰둔 채,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왔던 산하의 삶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해준 역시 아빠와 엄마의 부재라는 상처가 있다. 특히 자신이 친아빠라며 19년 만에 해준 앞에 나타난 동구(이준혁)는 그를 오로지 ‘도구’로서 사용하려 한다. 부성애 따위가 아닌 자신의 이익, 즉 부를 위해 친자식인 해준에게 뒤늦게 접근한다. 그럼에도 해준은 빠듯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농구하는 자신을 뒷바라지하며 정성을 다해 키워준 정재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동구를 따라 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농구 유망주였던 해준은 경기를 뛰다가 발목 부상을 당하게 된다. 그의 발목은 이미 선수로서 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고, 그로 인해 해준은 꿈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꿈마저 잃고 다시 해동시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웃음으로서 그 아픔을 숨기는 해준은 산하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그러한 상처를 극복해낸다. 무늬만 가족이 아닌 ‘진짜 가족’의 힘으로. 산하는 자신을 올가미처럼 가두던 엄마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그녀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녀의 뒤틀리고 망가진 집착에 이제는 휘둘리지 않는다. 혼자가 아닌 ‘주원’과 함께 산하는 깊어진 상처를 이겨낸다. 해준 역시 엄마와 재회함으로써 그녀가 자신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고, 오해를 푼다. 그 후, 그녀는 과거 맞선에서 만났던 정재와 결혼하게 되면서 해준은 최종적으로 주원의 법적인 가족이 된다. 이처럼 이들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상처를 딛고 성장해 나간다. 핏줄보다 진한 사랑을 기반으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안는 이들의 여정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며 우리 마음에 깊고 따스한 감동을 남긴다.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선 그 어떤 것보다 ‘가족’이라는 개념을 지탱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모양과 색깔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행복을 나누고, 슬픔을 이해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특별한 ‘조립식 가족’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