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할리우드 감독 제임스 건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 팬들과 소통하던 중, 2025년에 인상 깊게 본 작품으로 <웨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그리고 <굿뉴스>를 언급하며 이들을 자신의 톱4로 꼽았다.

<굿뉴스(2025)>
<굿뉴스>는 넷플릭스 공개 이후 한국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며 입소문을 만들어온 작품이다. 그런 영화가 해외 창작자의 레이더에 포착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이 작품이 특정 국가의 역사적 맥락에만 기대는 영화가 아니라, 장르적 매력과 이야기 구조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문화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굿뉴스>는 1970년대에 실제로 일어난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 이른바 ‘요도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의 공산주의 연맹 적군파 조직원이 비행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향하려 했던 사건이다.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북한으로 가려는 이들을 한국으로 유도해, 한국을 북한으로 속이고 착륙시키려는 작전이 벌어진다.

냉전의 공기가 짙게 깔린 시대, 이념이 날것 그대로 부딪히던 시기. 이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영화는 정면으로 다루되, 의외로 무겁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선택한다. 블랙코미디야 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했지만, 영화는 과도하게 비장하지 않다. 오히려 가벼운 톤을 유지하며 상황의 아이러니를 부각한다. 긴박한 상황임에도 어딘가 어긋난 대화들, 진지한 얼굴로 펼쳐지는 어처구니없는 전략들. 웃음이 나오지만 그 웃음이 완전히 가볍지는 않다.
당시의 세계 정세는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는 그 복잡함을 블랙코미디의 형식 안에 담아낸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인물들이 배치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한 발씩 계산된 움직임을 보인다. 관객은 웃으면서도 그 시대의 공기를 체감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인물은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라는 가상의 캐릭터다. 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하다. 특정한 정체성을 갖기보다, 그 시대 어딘가에 있었을 법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는 영화 중간중간 카메라를 직접 응시한다. 상황을 해설하듯 말하기도 하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마치 이 사건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관망자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빠르게 상황을 읽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계산하며, 필요할 때는 현장을 지휘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윗선 앞에서는 적당히 숙일 줄 알고, 살아남기 위한 균형을 유지한다.
이 인물이 흥미로운 이유는,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서도 동시에 한 발 물러난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관객의 입장을 대신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상황을 능숙하게 헤쳐 나가는 현실적인 판단력. 이 모순적인 지점이 영화의 긴장을 유지한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블랙코미디 장르라는 점. 한국 영화는 대개 강렬한 드라마나 범죄 장르로 해외에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굿뉴스>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블랙코미디라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무겁게 밀어붙이기보다, 아이러니와 어긋남을 통해 시대를 비튼다. 이런 접근은 오히려 낯설고 신선하다.
배경이 되는 사건은 냉전이라는 세계적 긴장 속에서 벌어졌다. 역사적 맥락이 있지만 지나치게 내부적인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냉전이라는 세계적 배경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오히려 해외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소재가 된다. 이념과 체제, 국가 간의 신경전이라는 보편적인 긴장 위에 인간의 욕망과 계산이 얹혀 있다.
또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기에 접근성도 좋다. 플랫폼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은 해외 관객에게 큰 장점이다.

<굿뉴스>는 역사적 사건을 정면으로 재현하기보다, 그 틈을 비틀어 보여준다. 웃음을 통해 시대를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 동시에 시대를 정면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그 시대를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 영화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