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한복판,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언더커버 미쓰홍〉 | 리뷰

 

이번 리뷰작은 <언더커버 미쓰홍>입니다. 이 드라마는 1997년 여의도 금융가를 배경으로,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가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된 증권사에 말단 사원으로 위장 취업하여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입니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3.5%로 시작하여 마지막회 12.4%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7주 연속 화제성 1위를 유지하며 2026년 상반기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주인공인 ‘홍금보’ 역의 박신혜는 1인 2역이나 다름없는 35살의 노련한 커리어우먼과 20살의 풋풋한 ‘홍장미’를 이질감없이 연기해냈습니다. 금융가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위장 취업극,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은 사건 바깥에 있습니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대중들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로맨스보다 팀워크에 포커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코물의 흔한 소재인 ‘삼각관계’는 이 드라마에도 있습니다. 엉뚱하지만 정의로운 재벌 3세 연하남 ‘알벗 오’와 본심을 알 수 없는 전남친이자 사장 ‘신정우’. 제법 매력있는 인물들이지만 개성 넘치는 룸메즈간의 우정 서사를 뛰어넘기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홍금보’는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협력을 잘 하지 않는 마이웨이 스타일이었는데요. ‘홍장미’로 위장해 서울시 미혼 여성 근로자 기숙사 301호에 들어오면서 삶이 달라집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고, 해고 위기에 놓인 동료들과 함께 싸우고, 혼자였으면 못 했을 일들을 경험합니다. 처음엔 ‘홍장미’라는 가면을 쓰고 위장한 것이었지만, 동료를 만들고 우정을 쌓아가면서 ‘홍금보’의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죠. 성장하는 인물은 ‘홍금보’ 뿐만이 아닙니다.

301호 룸메즈의 왕언니 ‘고복희’는 겉으로는 생활력 강하고 무뚝뚝한 인물이지만, 누구보다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인물입니다. 회사 안에서는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알고 있는 베테랑처럼 보이지만, 점차 동료들의 부당한 상황을 마주하며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변화합니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던 인물이 누군가의 편에 서기로 결심하는 순간, 고복희는 단순한 ‘왕언니’를 넘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 됩니다.

 

또한 인상 깊은 뽀글머리의 ‘강노라’는 첫 등장부터 어리숙하지만 속내는 단단한 캐릭터였습니다. 허당처럼 보이지만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는 눈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었죠. 드라마의 핵심 인물인 한민증권 회장의 외동딸이라는 반전 설정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했지만, 그보다 인상 깊었던 건 자신의 배경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려는 태도였습니다. 막장 재벌가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룸메이트 언니들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죠.

 

저는 이 두 캐릭터가 <언더커버 미쓰홍>을 흥행시킨 1등 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 전개의 핵심은 역시 홍금보였지만, 드라마의 온도를 만든 건 301호 룸메즈였습니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1990년대 말, ‘미스 O’로만 불리던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라마 속에 녹여냈습니다. 직장 내 성적 차별, 상사의 노골적인 무시, 조직의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풀어내며 범죄 수사라는 외적인 목표와 함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죠.

이처럼 그 시절의 민낯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전화기, 패션 같은 디테일한 레트로 요소들은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게다가 드라마 중반부 IMF 사태가 맞물리면서 분위기를 전환시킵니다. 웃음과 통쾌함 위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구조조정과 생존의 문제로 무게를 더하고, 개인의 정의감은 현실의 벽과 충돌하게 되죠. 이를 통해 작품은 단순히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넘어, 그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에 대한 위로로 확장됩니다. 그 변화는 이야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시청자가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게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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