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것들이 있다. 10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에는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행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금방 사라지지만, 어떤 것은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고수한다. 10년이 지나도 어색함이 없고, 오히려 더 세련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나에게는 레드벨벳(Red Velvet)의 ‘Automatic’ 뮤직비디오가 그렇다. 처음 이 영상을 본 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매년 이 영상을 다시 꺼내 보곤 한다.

‘Automatic’ 뮤직비디오의 색감은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어딘가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다섯 멤버 모두 금발 머리를 한 채로 큰 표정 변화가 없어서 영상의 색감과는 반대로 서늘한 느낌을 준다.

멤버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거나 자동차 안에 머무는 장면들에서 몸은 고정되어 있으나, 그 안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영상 속 멤버들의 행동은 절제되어 있다. 격렬한 퍼포먼스 대신 무심한 시선과 느릿한 손짓이 주를 이룬다.

접시를 만지거나, 핸들을 잡거나,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은 마치 인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무기력하고 나른한 움직임은 영상의 따뜻한 색감과 반대되는 느낌을 준다.

뮤직비디오의 길이는 3분을 조금 넘지만,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나면 훨씬 길게 느껴진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현란한 색채나 특수 효과,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관객을 몰입시킨다.

벽을 통과하거나 인물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동하는 매끄러운 편집은 영화 같은 분위기를 준다. 한 공간에서 멤버가 일어나 이동하거나 조명을 활용하는 단순한 연출만으로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멤버들의 절제된 행동처럼 영상 자체에서도 절제가 느껴진다. 단체 장면조차 텅 빈 공간과 약한 조명 아래서 진행된다. 의상 역시 화이트와 블랙만을 활용하여 절제된 우아함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장면에서도 배경은 움직이지만 차가 전진한다는 느낌보다는 정지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장면 이후의 짧은 흑백 장면은 멤버들이 유일하게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간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활짝 웃는 멤버들의 모습은 마치 행복했던 과거의 회상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행복한 기억도 잠시, 화면은 다시 원래의 나른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돌아온다.

가장 마음에 드는 화면 전환은 조이가 회전할 때 머리카락에 시선이 집중되며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다른 멤버의 머리카락을 중심으로 다시 밝아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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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장면에 이어 침대에 누워있는 멤버 위로 대각선 방향으로 빛이 들어오는 연출은 마치 실제 햇살이 비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린이 계단을 오르는 장면을 기점으로 카메라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이전의 단조로운 색감과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 조명이 등장한다.

이 장면을 전환점으로 영상의 흐름은 다시 거꾸로 돌아간다. 인트로에서 가장 먼저 식탁에서 일어났던 슬기가 마지막에 다시 자리에 앉고, 첫 장면과 수미상관을 이루며 뮤직비디오는 끝을 맺는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화려한 뮤직비디오 보다 이 영상만의 분위기가 더 좋고 독보적으로 느껴진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세련된 영상이다.
Red Velvet 레드벨벳 ‘Automatic’ MV:
사진 출처 : Red Velvet 레드벨벳 ‘Automatic’ M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