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게임], ‘희생’이란 일차원적인 결말에 대한 아쉬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ETFLIX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456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다는 신선한 스토리는 한순간도 눈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에서는 서바이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게임’을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등의 한국적인 놀이를 통해 풀어냈다. 이는 동심을 자극하면서도, 게임에서 탈락하면 죽음에 이르는 설정을 통해 기괴한 이질감을 자아냈다. 총 3편의 시리즈를 통해 비로소 막을 내린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한 여러 인간 군상들과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신박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리즈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시청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에디터 또한, <오징어 게임>이 전하는 최후의 메시지가 그동안의 전개에 비해 다소 빈약하다고 느꼈다. 대체 무엇이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끝을 이토록 아쉽게 만들었을까. 지금부터 <오징어 게임 3>를 중점으로 결말의 빈약함에 대해 고찰해 보려고 한다.

 


 

평면적인 캐릭터들에서 오는 피로감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중심 소재의 특성상, <오징어 게임>에서는 다채로운 모습의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남을 돕는 이타적인 캐릭터, 나만 살아야 하는 이기적인 캐릭터, 실리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캐릭터,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캐릭터, 두뇌 회전이 좋은 캐릭터 등등.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다. 그들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하며 때로는 분노와 통쾌, 또 연민을 느끼기도 하면서 마치 ‘오징어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3>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일찍이 소비해버린다.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 더 입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캐릭터들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지나치게 평면적인 캐릭터들만을 결말에 남겨놓는다. 본래 인물들이 처한 한계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측하는 대목에서 서사의 풍성함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너무나 자명하게 선과 악으로 나눠지는 캐릭터들은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 특유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피로감만을 느껴지게 했다.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의 중심에는 일차원적이고 비합리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주인공 ‘기훈(이정재)’이 있다. 기훈은 흔히 말하는 ‘주인공 버프’를 가장 도드라지게 받는 캐릭터라고 느꼈다. 능력치는 현저히 낮은데, 상식적으로 도달하기 힘든 정의만을 외쳐 결국 많은 사람들을 위기에 빠뜨린다. 기훈의 대부분의 행동에서는 ‘현실성’을 찾아보기 힘든데,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기훈의 ‘선함’을 응원하기 힘들어진다. 또한, 그러한 기훈과 함께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사람들 또한 매력 없이 일차원적인 ‘악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악의 확실한 대비가 더욱더 아쉽게 느껴진다.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임은 알겠으나, 그 방법이 너무나 안일하게 느껴졌다.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다면적인 캐릭터들을 잘 활용한 것이 아닌, 오직 ‘선한’ 주인공과의 갈등 요소로 나머지 인물들을 뭉뚱그려 결말까지 끌고 왔기 때문이다.

‘생명’이라는 노골적인 주제의식의 아쉬움

‘기훈’은 마지막까지 ‘준희(조유리)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이러한 결말로 마무리되기까지의 흐름이 다소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임신한 준희의 캐릭터를 결국 숭고한 희생정신을 담은 결말의 ‘도구’로서 이용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잘못 없는 새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훈의 몸부림은 지나치리만큼 과하게 느껴졌다. 준희와의 엄청난 유대감이 있는 것도 아닌 기훈이 단지 자신의 딸이 떠올라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지키는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했다. 또한, 아이를 최종 생존자로 살려두기 위한 마지막 게임에서의 장치가 너무 허무했다. 돈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아이까지 무차별적으로 죽이려고 한 명기를 밑으로 떨어뜨렸지만, 알고 보니 게임 시작 버튼이 눌려지지 않았다는 설정. 작위적으로 풀어간 스토리에 허무함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졌다. 가장 절정이 되어야 할 마지막 후반부의 내용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흘러가면서 평면적인 메시지만을 남기는 한계를 보여줬다. 더군다나 아이를 또 다른 참가자로 설정하는 전개 또한 아쉬웠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극심한 금전적 난관에 봉착해 있었으며, 대부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게임에 참여했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주체적인 ‘성인’이다. 그러나 아이는 단지 방금 태어난 ‘신생아’에 불과하며, 자의적인 선택으로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이는 애초에 참가자로서의 자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으며, 스스로 걸을 수도 없는 아이를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로서 설정하며 결국 최종적으로 생존한다는 결말은 어떠한 감동과 숭고함을 선사하기에는 그저 주제의식 강조를 위한 작위적인 신파라고 느껴졌다.

 

차라리 이러한 결말이었으면

우선, 준희의 전 남친이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명기(임시완)’의 캐릭터성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부각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 게임 장면에서 명기를 단순히 돈에 눈이 멀어 제 자식까지 죽이려 드는 절대악으로만 그리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피가 섞인 아이를 보며 명기는 일말의 죄책감과 망설임 사이에서 고뇌하지 않았을까. 결국엔 아이를 죽이려고 하는 선택을 할지 언정, 그 이면에는 평범한 인간과 악인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내면을 심도 있게 보여줘야 했다. 그랬다면 파멸해 가는 인간의 다면적인 속성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납득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기훈이 456억이라는 거액을 그저 자신의 아지트에 방치해 두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돈이 수많은 이들의 피와 희생으로 얼룩진 대가라는 점에서 오는 죄책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무거운 부채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고작 ‘돈을 쓰지 않고 가만히 놔두는 것’에 그쳤다는 사실은 캐릭터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다. 기훈이 오직 오징어 게임 주최자의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 그 돈을 조금이라도 더 가치있게 쓰는 것이야말로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징어 게임 3>에서는 최종적으로 기훈과 아이 둘이 살아남는 결말로 나아갔어야 했다. 명기가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사망했다는 억지스러운 설정 대신, 차라리 그 둘을 우승자로 설정하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기훈은 우승상금을 통해 준희의 아이를 책임감 있게 키우며 윤리적이고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로 기능했을 것이다. 이것이 더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극 중 결말처럼 홀로 남겨진 아이는 정작 누군가의 손에 키워질지도 모른 채 방치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기훈의 캐릭터를 맹목적인 희생이 아닌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캐릭터로 그려냈다면, 시청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묵직한 울림을 남겼을 것이라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오징어 게임 3>의 결말은 앞선 시즌 1의 흥행으로 그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서사적으로 더 빈약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캐릭터의 내면을 조금만 더 구체화하고, 다양한 인물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면모를 다각도로 비췄으면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선한 소재, 귀에 착 붙는 음악, 어딘가 기괴하고도 희망적인 공간의 연출 등을 통해 이미 <오징어 게임>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저력을 증명해냈다. 또 다른 한류를 불러온 K-드라마이니 만큼, 이번에 보여준 독창적인 연출을 바탕으로 향후 선보일 새로운 작품들에서는 서사의 마무리까지 완벽히 채워진 진정한 마스터피스를 보여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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