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삶이 끝도 없는 미지 같다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타인의 삶은 저렇게 쉬워 보이는데, 왜 나의 삶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은요? 아마 장담컨대, 이러한 고민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느껴봤으리라 생각됩니다. 작년 상반기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이러한 이들을 어루만지며 따뜻한 위로와 깊은 감동을 전했는데요. 기획의도부터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에디터의 인생 드라마 역시 <미지의 서울>인데요. 같은 장면을 몇 번씩 돌려보고 대본집까지 소장했을 정도로, 에디터가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미지의 서울>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란성 쌍둥이’를 통해 이해하는 타인의 삶
<미지의 서울>은 일란성 쌍둥이인 미지(박보영)와 미래(박보영)가 삶을 바꿔 살아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얼굴은 같지만 삶의 궤도는 너무나도 다른 두 쌍둥이는 서로의 인생을 살아보며 타인을 이해하게 됩니다. 첫째인 미래는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모범생으로서 명문대를 졸업해 서울에 있는 안정적인 공기업인 금융관리공사에 다닙니다. 둘째인 미지는 학창 시절 공부보다는 몸 쓰는 걸 잘해 육상 선수로 활동하는데요. 하지만 발목 부상으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어 고향인 두손리에서 근근이 알바를 하며 먹고 살아갑니다.
미지와 미래는 같은 날에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완전히 다르게 살아갑니다. 짧은 인물 소개만 봐서는 미래가 남부럽지 않은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미래는 사실 미지를 부러워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아파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여겼던 미래는 육상 선수로 상을 휩쓸던 미지를 보며 질투심과 동경을 느낍니다. 활달한 성격으로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미지를 보며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부러워합니다. 반면, 미지는 미래를 보며 그렇게 느낍니다. 직업도 없이 한량처럼 살아가는 자신과 다르게 명문대를 졸업해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들어간 미래의 삶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도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남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정말 원하는 학교, 직장이 아닌 차선책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느끼기에 너무나 보잘것없고 평탄치 않은 나의 삶이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한눈에 봐도 완벽한 인생을 살아가는 타인의 삶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처럼 <미지의 서울>은 ‘일란성 쌍둥이’인 미지와 미래를 통해 결코 나의 삶이 초라하지도 않으며 타인도 결국 나와 같은 연민의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대사들
<미지의 서울>은 모든 대사에 줄을 치고 싶은 만큼, 좋은 대사가 많이 등장합니다. 인물들이 건네는 말 하나하나가 드라마라는 공간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의 지쳤던 마음에 파동을 일게 하며 다시 또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합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이 대사는 <미지의 서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명대사인데요. 발목 부상을 입으며 육상 선수라는 꿈을 포기해야 했던 미지가 방 안에만 갇혀 있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다시금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며 괴로워하기보단, 어쩌면 더딜지라도 현재를 살아나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대사는 수많은 ‘미지’들을 향해 따뜻한 손을 건네며 그들을 어루만졌습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꼭 너를 읽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거야.’ <미지의 서울>에는 또 다른 인물들인 ‘로사와 상월’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로사와 상월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암에 걸린 로사는 상월만을 두고 떠나야만 합니다. 너 없이 어떻게 홀로 살아가냐는 상월의 말에 로사는 ‘오래 걸리더라도 꼭 너를 읽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거야.’ 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이 말은 현실이 되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미지와 호수(박진영)가 상월을 읽어주는데요. <미지의 서울>에서 에디터를 가장 울컥하게 했던 이 대사는 ‘로사와 상월’처럼 각자의 삶에서 자신을 읽어주는 사람,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봐 주어 살아갈 용기를 주는 사람을 꼭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합니다.

‘왜 미련하게 종점까지 가? 너 내릴 때 내리는 거지.’ 이 대사는 세진(류경수)에게 할아버지가 건넨 말입니다. 할아버지가 유학을 보내줬지만, 졸업을 하고 오지 못한 세진은 할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비춥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세진을 보며 어차피 졸업장은 일 시작하려 따는 건데 이미 일을 시작했으니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졸업하지 못한 세진을 꾸짖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세진의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종점까지 가는 건 미련하다며 자신만의 길을 따라가라고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것보다는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기준에 맞춰 일률적인 삶의 목표를 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대사는 너의 속도대로, 너의 방향대로 삶을 살아가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넸습니다.
각자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극복함으로써 성장하는 인물들
<미지의 서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지의 경우, 발목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뛰지 못해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과거와 그러한 은둔생활로 인해 할머니가 쓰러졌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미래 또한 사내 성추행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가해자로 소문이 나며 진실이 아닌 소문들에 둘러싸여 따돌림을 당하지만, 그 진실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습니다. 호수는 어렸을 적 엄마의 기일을 맞아 산소로 향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요. 그로 인해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며, 자신 역시 평생 들리지 않는 한쪽 귀와 화상 흉터가 있는 한쪽 팔, 그리고 성치 않는 한쪽 다리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숨기고 싶은 상처가 존재합니다. 세진 역시 할아버지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일에 열중하다가 할아버지의 전화를 미처 받지 못했는데, 그것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전화였다는 것을 깨닫고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이렇듯, <미지의 서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고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마음 깊숙한 곳에 말 못 할 사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들은 얽히고 부딪히며 비로소 서로를 상처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인물들은 어떻게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지 배우게 됩니다. 아픔을 딛고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법을 서로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너무나도 한심하며 부끄러운 내가 아닌, 그러한 나도 사랑해 줄 수 있는 법을 알아가게 됩니다. ‘미지의 서울’이 끝에선 비로소 ‘나의 서울’이 된 것처럼,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던 삶 속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어떠한 삶의 모양도 결코 틀리거나 맞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미지(未知)와 같은 삶이 너무 두려워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리려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손길을 건넵니다. ‘나’의 모습은 모두 소중하고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그러니 그저 오늘을 천천히 살아가면 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