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둘만 아는 것이 있다. 둘만이 아는 도서관 열쇠, 급식실, 습지, 반딧불, 동작역, 스트리밍 앨범 아이디, 맨발.
셀 수 없이 많은 장소, 사람, 공감, 그로 인한 수많은 감정들, 수많은 깨달음.
‘사랑은 너와 나 사이에 있다.’ – 마르틴 부버
둘 사이에 둘만 아는 세계가 어떻게 생겨,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도 각자의 삶에 어떤 식으로 드리우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둘만의 유일한 세계가 현재에도 ‘믿음’이 되어 ‘방향’을 비춰주는 ‘빛’ 그 자체가 되는 사랑 이야기이자,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2026년 3월 6일 ~ 4월 3일
금요일 오후 08:50시 JTBC 2회 연속 방송 (10부작)
극본 | 이숙연 (유열의 음악앨범)
연출 | 김윤진 (그해 우리는)
등장인물

연태서 (박진영)
열아홉,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와 은아를 만난다.
갑작스러운 상실 속에서 태서는 ‘오늘 할 일’과 ‘오늘만 무사히’를 되뇌며 하루를 버텨낸다.
그 이후로도 미래나 꿈보다는 지금, 당장에만 몰두하는 삶을 살아간다.
졸업 후 대기업 프로그래머로 일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기관사로 이직한다. 혼자 운행하고, 남는 시간에는 액자를 만들며 ‘자립’한 삶을 이어간다. 외로움조차 크게 느끼지 못한 채.
하지만 서른이 되어 스무 살에 헤어졌던 은아와 재회하면서, 그동안 외면해왔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른다.
늘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태서에게도, 은아만큼은 예외다.
떠나도 이해하려 하고, 끝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남는다.
그에게 유일한 추억은 텅 빈 학교 도서관에서 은아와 함께했던 여름.
암울한 시간 속에서도 그곳만은 유일하게 빛나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태서는 은아 앞에서만큼은 가늠할 수 없는 사랑과 이해를 보여준다.

모은아 (김민주)
우울증이 심했던 아버지의 자살 시도 이후, 은아는 본능적으로 아버지를 지키며 그의 곁을 지킨다.
그러던 중 아버지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기고, 은아는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라는 말을 듣는다.
그때부터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대입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여름방학,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태서를 만나며 막연했던 미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누구와’라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고, 연우리를 벗어날 용기를 얻게 된다.
결국 태서에게 고백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
하지만 스무 살, ‘독립’이라는 선택 앞에서 성급하게 답을 내리려다 태서를 잃게 된다.
이후에도 일과 관계에서 시행착오를 겪지만, 은아는 끝내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간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누구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 기준에는 언제나 태서와 함께했던 시간과 그로부터 얻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감상평
잔잔하지만 묵직하고,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따뜻한 말투를 가진 태서와 밝아 보이지만 어딘가 고민을 품고 있는 은아.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첫사랑이자 구원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주변 인물들보다 두 사람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며, 그 변화와 흐름을 따라간다.
따뜻한 색감과 시골 학교 특유의 정서를 살린 초반 연출은 첫사랑의 풋풋하고 몽글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며,
그들의 감정과 사랑을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빛과 색감으로 담아내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나 봐. 효과 있다며.”
1화 – 10대의 순수하고 풋풋한 첫사랑
#1 은아의 발소리와 태서의 심장 소리가 겹쳐지는 장면
은아의 발걸음 소리와 태서의 심장 소리를 겹쳐 연출함으로써, 그의 마음이 왜 뛰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인상 깊다.
#2 은아의 고백 씬

(은아, 도서관 책상 위의 짐을 정리하며)
“너랑 공부해서 좋았는데. 맨날 혼자 하다 같이 하니까 힘도 나고, 너 좋아하나 봐.”
#3 은아와 태서의 통화

(태서에게 온 전화를 확인하는 은아)
(전화를 받으며)
“나도 놀러 온 거 아니야. 큰 도전이었다고. 정말 처음으로 용기 내서 아빠한테서 멀어진 거라고.
연태서 따라서라면 갈 수 있겠다 싶어서, 너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올 수 있었던 거야.”
#4 기차 안에서 둘의 대화

“퍼실리테이트. 가능하게 하다.”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언어가 되는 순간.
“그러자 지금부터”
2화 – 첫 연애
#1 태서와 은아 첫키스(?)

아직은 서툰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첫 키스의 풋풋함은 잘 표현하지만, 그 안에 담긴 어색함과 서투름까지는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장면은 경험 없는 두 사람 특유의 어설픔과 낯섦을 자연스럽게 담아내 더욱 인상 깊었다.
#2 눈오는 스무 살의 시작

그들의 첫 시작은 여름이었고, 사랑의 시작은 겨울이었다.
스무 살의 시작을 맞아 아빠 몰래 숨겨온 술을 나눠 마시고,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밖으로 나가 눈밭에 함께 누워 서로의 스무 살을 축하하는 장면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세상에 둘뿐인 것처럼, 순수하게 스무 살을 맞이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여름에 시작된 그들의 관계가 겨울을 지나며 더 단단해지는 모습을 비춰주는 것 같달까.
3화 – 현실적 이별
#1 태서, 은아 통화씬


각자의 꿈을 좇다 보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워지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가장 흔한 이별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일이 바빠질수록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일은 점점 벅차지고, 그 안에 쌓인 미안함은 결국 한 번에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왜 알 것 같냐.”
#2 태서의 독백

“네가 없으니 사라진 나에 대한 관심.”
미래를 꿈꾸지 않던 태서에게 처음으로 꿈을 꾸게 해준 건 은아였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누구와’라는 질문 역시 은아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답 또한 그와 함께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은아가 사라지자 태서는 다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두렵고 슬픈 마음을 담담하게 눌러 담은 그 표정이, 오히려 더 깊은 슬픔으로 느껴졌다.
4화 – 재회
#1 태서의 플레이리스트에 사용 중이 뜨는 씬

“잊고 살았다.”
끊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연결되는 순간.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음악을 통해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그들을 다시 붙잡아주는 것 같았다.
#2 태서의 안내방송을 듣는 은아

“태서.”
은아는 태서의 목소리를 듣고, 태서는 카메라를 통해 은아의 모습을 확인한다.

애꿎은 열차는 은아를 기다려주지 않고, 태서는 그대로 출발해버린다.
왜 이렇게 자꾸 엇갈리는 걸까.
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서로를 향해 가면서도 끝내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촉촉해진 그들의 눈가가, 그 감정을 더 선명하게 전해준다.
#3 동작역 재회씬

동작역에서 태서를 기다리는 은아.
하지만 태서는 은아를 보고도 다가가지 못한 채 외면한다.
그 모습을 본 은아는 이전과 달라진 태서의 반응에 속상해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감정을 추스른 뒤 고개를 들었을 때, 떠난 줄 알았던 태서와 다시 마주한다.
변한 듯 보였던 태서의 행동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랜만이다”

여운이 깊게 스며드는 첫사랑 이야기, ‘샤이닝’.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난 그 사랑을, 함께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