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다고 했지만, 눈물이 필요할 때가 있지 : Baby DONT Cry(베이비돈크라이) – Bittersweet

Baby DONT Cry(베이비돈크라이)가 3월 24일 첫 번째 미니앨범 [AFTER CRY]를 발매했다. 이는 앞서 공개한 티저의 CHAPTER 1. [AFTER CRY], CHAPTER 2. [WE BLOOM], CHAPTER 3. [BEYOND THE LIMIT] 3개의 앨범 시리즈 중 첫 번째 장에 해당한다.

 

 

 

선공개 곡 ‘Shapeshifter’은 밝고 당찬 곡이었기에, 타이틀 곡 또한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하는 곡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공개된 타이틀 곡 ‘Bittersweet’에는 그 예상을 뛰어넘는, 타이틀 곡으로서는 새로운 시도가 담겨 있었다.

 

 

 

 


 

AFTER CRY: 울지 않는다던 소녀들이 눈물에 닿기까지

그룹명부터 ‘Baby DONT Cry’인 베이비돈크라이는, ‘아기’처럼 순수한 존재이지만 그 안에 강인함을 지녀 씩씩하게 울지 않는다는 정체성을 가지고 당차고 단단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달라는 메시지를 당차게 전달한 데뷔 곡 ‘F Girl’, 거절당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믿으며 상대에게 “너 분명 후회할 거야”라고 외쳤던 ‘지금을 놓치면 분명 너 후회할 거야’,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자세를 담은 ‘I DONT CARE’까지, 모두 그룹명에 맞게 씩씩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앨범 명부터 [AFTER CRY]로, 울음에 있어서는 DONT가 강조되었던 것과 달리, 울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세 편의 서사 중 첫 번째 장.

[AFTER CRY] 앨범은 눈물 이후가 아니라 그 눈물에 닿기까지의 시간을 담는다.

조용히 금이 가던 마음, 말하지 못해 길어졌던 침묵, 버티는 법만 배워야 했던 순간들.

이 앨범은 무너지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이미 돌아갈 수 없게 된 어떤 결심의 지점을 포착한다.

변화는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균열과 반복된 선택이 결국 한 방향을 만든다.

여기서 무너짐은 끝이 아니다.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차분한 긴장과 폭발하는 에너지 사이, 속삭임에서 확신으로 번져가는 사운드처럼 음악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AFTER CRY] 앨범은 상처의 기록이 아니라 정체성이 태어나는 순간에 대한 선언이다.

우리는 무너지기 위해 시작하지 않았다.

무너짐을 지나 스스로를 새로 정의하기 위해 이 첫 장을 시작한다.

-앨범 상세 정보

 

눈물 이후가 아니라 그 눈물에 닿기까지의 시간을 담았다지만,

이러한 노래를 부르는 시점이 눈물 이후이기 때문에, 앨범 명이 [AFTER CRY]인 것으로 추측해 본다.

눈물 이후에, 균열이 시작되었던 눈물 이전의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결심의 지점을 담은 것이다.

이러한 앨범의 정체성은, 타이틀 곡 ‘Bittersweet’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멜로디에서부터 어딘가 쓸쓸하고 씁쓸한 아련한 사운드와 보컬로 이루어져 있으며,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동안의 베이비돈크라이와는 다른, 눈물을 흘리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인다.

 

 

가사 또한

한때는 내 전부였던 것들

날 떠날 리 없을 것 같아도 떠나가던

영원한 건 없다고 다이어리에 쓰면서

아마 그때쯤 처음으로

외로움을 난 알아버렸어

이와 같이 처음으로 외로움을 배운 소녀의 쓸쓸한 슬픔이 담겨 있다.

 


 

 

Bittersweet: 씁쓸하면서 달콤한,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들의 눈물은 그리 엄청나고 대단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목인 ‘bittersweet’은 본래 ‘씁쓸하면서 달콤한, 괴로우면서도 즐거운’을 뜻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뜻함과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 또한 담겨있는 이중적인 단어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바로 그 지점이 나타난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그리 큰 사건이나 특별한 이유 때문 같아 보이진 않는다. 또한 우는 장면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웃고 즐거운 순간을 보내는 장면 또한 교차 되어 나타난다.

 

 

이는 큰 사건이 덮치지 않아도, 커가면서 마주하는 일상과 작은 균열들에 흔들리는 감정을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기쁜 순간과 함께 다가오는, 때때로 느껴지는 외로움과 슬픔. 작은 크기이지만, 생각보다 더 자주 찾아오는 흔들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다른 이들이 지나친 그 틈새의 눈물을 잘 담아냈다.

 


 

 

여백을 남겨둘 때, 모두가 그 자리에 자신의 눈물을 채울 수 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생각보다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 컸다. 비유적인 표현이랄까, 정확히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 노래의 스토리가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은 전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함께 만들어 가는 장르이다. 리스너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리곤 한다. 왠지 모르게 일상에 치여 울적해진 어느 날, 다시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정해진 스토리가 촘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나의 이야기를 넣을 수 있었고, 온전히 나를 위한 노래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느슨한 이 노래는, 스토리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자리에 자신의 눈물을 채울 수 있어 더 깊은 위로를 전달할 수 있다. 가사는 이렇게, 정해진 답이 없이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느껴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결코 울지 않을 것이라 했던 당차고 씩씩했던 소녀들의 눈물은, 무너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무너짐을 겪었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베이비돈크라이의 세 편의 서사는 이제야 한 장을 넘겼다. 성장의 시작인 눈물이 만들어 가는 더 단단한 모습은 어떨지, 자신들의 눈물로 전한 덤덤한 위로는, 공감을 얻어내어 더 많은 기대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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