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보이넥스트도어가 신곡 ‘VIRAL’을 발매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작년 10월 발매한 ‘Hollywood Action’, 작년 5월 발매한 ‘I Feel Good’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것들은 개인적으로 보이넥스트도어에게 기대하는 음악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이들만이 잘 해내는 강점이 빠져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사랑’이라는 주제이다. 미뮤엔토 활동을 하며 사랑이라는 주제를 많이 언급해 온 것 같지만,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빼놓기엔 너무 아쉽다. 이번에 발매한 ‘VIRAL’은 보이넥스트도어에게 기대했던 사랑이라는 주제와, 한층 더 성숙해진 음악성을 모두 갖춘 곡으로서, 보이넥스트도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곡이라고 본다.
보이넥스트도어는 특유의 음악성을 바탕으로 현재 케이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남자 아이돌이 얻기 힘든 ‘대중성’과 ‘음원 강자’ 타이틀을 모두 갖춘 아티스트로 평가 받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코가 프로듀싱한 보이그룹으로 데뷔부터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 관심에 부응하는 그룹만의 음악성과 색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https://youtu.be/u9nP3qXQA4o?si=ZJ66E8j37i7kpuOg
https://youtu.be/jizAb-SLvtM?si=6tTDkw4QpPN1Efzn
보이넥스트도어가 이렇게 대중성과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의 음악은 뭔가가 다르다. 그리고 나는 그 뭔가를 두 가지로 정의한다.
“이지리스닝과 힙합의 결합”, 그리고 “솔직한 사랑 스토리”.
거부감을 줄이는 이지리스닝과 힙합의 결합
남자 아이돌 곡이 대중성을 잡지 못한 것은 퍼포먼스를 위한 하드 리스닝 곡으로 내세우다 보니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소로 다가온 것이 큰 요인이라고 본다. 이러한 화려한 퍼포먼스에 어울리는 하드리스닝이 가득했던 케이팝 트렌드를 지나 이지리스닝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든 여자 아이돌이 뉴진스라면, 이지리스닝을 활용해 대중의 숨겨진 니즈를 제대로 공략한 남자 아이돌은 보이넥스트도어라고 본다.
이들의 음악은 또한 단순한 이지리스닝이 아니었다. 아이돌을 넘어 힙합까지 섭렵한 지코의 아들들답게, 음악에선 ‘힙함’ 또한 드러난다. 이지리스닝이 음악의 멜로디로 나타난다면, 힙합다운 느낌은 멤버들의 발성과 보컬, 랩으로 나타났다. 케이팝 아티스트지만 이들의 보컬은 아이돌의 맑은 목소리라기보다는 힙합 아티스트들의 힙함과 멋이 담긴 발성 쪽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고, 랩 실력 또한 훌륭했다.

즉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은, 단순히 듣기 좋은 잔잔하고 청량한 이지리스닝이 아니면서, 멋과 강렬함만을 강조하는 랩이 담긴 힙합만도 아니었다.
이 둘을 새롭게 결합했기에, 그리고 그걸 케이팝이라는 장르에서 보여줬기에 새로운, 보이넥스트도어만의 음악성으로 탄생한 것이다.
케이팝 그룹에선 보기 힘들었던 솔직한 사랑 스토리
신곡 ‘VIRAL’이 반갑게 느껴졌던 이유는 사랑이라는 주제였다. 보이넥스트도어는 데뷔앨범 [WHO!]부터 첫사랑의 설렘을 노래하며 첫 이별의 상처를 담은 [WHY..],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을 담은 [HOW?]까지 첫사랑 3부작의 스토리를 전개했다.
케이팝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는 많이 다뤄졌지만, 보이넥스트도어의 사랑 가사는 조금 다르다. 기존 케이팝보다 좀 더 ‘힙합’스러운, 가감 없는 솔직함이 느껴진다.
야 내가 미친 건지 함 들어봐
손이 슬쩍 닿은듯한데
날 보고 씩 웃네
뭐 이리 예뻐
미쳤나 봐 I’m sorry
– 돌아버리겠다
난 차도 없고 면허도 없어
근데 하나 약속할게 oh
I’ll get along with your dad, for you
– Serenade
뻔한 가사가 아닌, 특유의 재미와 센스가 돋보인다. 특히 케이팝 아이돌 노래에서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점차 포괄적인 가치로 자리 잡으며, 곡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더라도 이성에 대한 사랑뿐만이 아닌, 우정 혹은 팬들에 대한 사랑으로도 해석될 만한 가사로,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보이넥스트도어의 곡은 ‘연인’에 대한 사랑 가사로 주제를 좁힘으로써 명확한 스토리라인을 잡아 전개하며, 가사 속 스토리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여기에 멤버들이 프로듀싱에 참여하여 나이대에 맞는 감성과 공감을 일으키고,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 또한 가사의 스토리가 더욱 궁금해지고 몰입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본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사랑 노래가 특별하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사랑하는 상대를 원망하는 스토리가 많은 것도 있었다.
입이 거친 게 싫다던 너 때문에
화가 나도 욕을 못 하고
너 기대라고 넓혀놓은 내 어깨는 이젠
지하철 속 장애물일 뿐이야
– 뭣 같아
다 참아 주는데
이번은 못 넘어가
걔 수작 부리는 거야
You’re my darling right?
– Earth, Wind & Fire
만일 처음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가 너를 버리겠어
가능할 리 없겠지만 그 땐 내가
먼저 널 차 버리겠어
– 돌멩이
4세대 이후 사랑을 주제로 한 케이팝 음악이 줄어들고 앞서 말했듯 포괄적인 사랑으로 표현되며 특히 사랑을 시작하는 풋풋함이 아닌 원망을 담은 곡은 더욱 찾기 힘들었다. 이런 와중 보이넥스트도어는 앞서 말한 솔직함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원망을 담은 감정 또한 곡에 녹여냄으로써, 색다른 인상과 동시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본다.
바이럴 되어야 하는 노래이지만 흔한 바이럴용 노래는 아닌, ‘VIRAL’
‘VIRAL’은 앞서 언급한 보이넥스트도어만의 특별한 사랑 색이 짙게 담겨 있다. 케이팝 시장의 커다란 마케팅과 논란의 요소로 자리 잡은 ‘바이럴’이라는 키워드를, ‘이 노래는 너에게 닿을 정도로 바이럴 될 거다’라는 보이넥스트도어만의 센스로 새롭게 해석했다. 풋풋한 사랑 노래가 아닌, 이별의 아픔을 담은 점 또한 보이넥스트도어의 또 다른 사랑 스토리에 빠져들게 한다.
타이틀곡 ‘VIRAL’에는 자신들의 노래가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헤어진 상대를 음악으로 붙잡으려는 마음을 녹인 가사와 “백색소음에 써내린 가삿말이 / 점점 커져 객석에 퍼지네”처럼 가수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이 돋보이는 사랑 노래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K-팝 문법’을 계승해 듣는 재미를 준다.
군무에 집중한 퍼포먼스는 보는 맛을 극대화한다. ‘VIRAL’이라는 제목과 가사의 감정선을 녹인 동작이 볼거리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안무의 처음과 끝을 수미상관 식으로 구성했고 노래와 마찬가지로 기승전결이 살아있는 구조가 몰입도를 높인다. 후반으로 갈수록 강렬한 군무를 부각해 힘 있게 무대를 마무리한다.
– 앨범 상세 정보
앨범 상세 정보에는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의도하고자 한 내용을 엿볼 수 있다. ‘가수만이 쓸 수 있는 표현’, ‘기승전결이 확실한 K-팝 문법’이 눈에 띈다.
‘남들 몰래 넌 눈물 흘릴 걸 Trust me 걸게 내 저작권’과 같은 “가수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은 멤버들이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자체 제작 그룹’이라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정체성을 녹여낸다. 특히 이전에 발매했던 ‘오늘만 I LOVE YOU’가 발매되었을 당시에도 ‘추억 팔아서 곡이나 쓰는 건 딱 죽기보다 싫은데’와 같은 가사를 통해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가사에도 음악을 하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진정성을 강화하고 프로듀싱이라는 그룹의 강점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기승전결이 확실한 ‘K-팝 문법’”은 다른 의미에서 눈길을 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앞서 언급했듯 기존 케이팝과는 다른 이지리스닝과 힙합이 결합된 ‘신선한’ 음악성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곡은 다르다. ‘VIRAL’은 오히려 ‘정석 K-POP’에 가까운 멜로디를 지니고 있다. 또한 곡의 이름은 ‘바이럴’이지만, 바이럴을 위해 중독성을 의도하는 ‘챌린지를 노린’ 음악들과는 다르다. 대신 ‘3세대스럽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케이팝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전개를 가져왔다. 앨범 정보에 강조했던 퍼포먼스 또한 다르다. 데뷔부터 전원 핸드마이크를 고집하며 라이브를 위주로 내세운 보이넥스트도어였지만, 이번에는 전원 헤드마이크를 차고 군무 위주의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I Feel Good’과 ‘Hollywood Action‘으로는 음악 주제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VIRAL’에서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가져옴과 동시에, 곡 스타일과 퍼포먼스에 변주를 주어 또 다른 방향으로 자신들을 증명해 냈다.
https://youtu.be/uBl_5nGJrCM?si=wcpZGzdi47g3pxaR


보이넥스트도어와 ‘VIRAL’을 살펴보며 그동안 써 왔던 글들이 겹쳐 보인다. 결국 성공적인 K-POP의 공식은 그룹만이 할 수 있는 ‘개성’과 그 개성으로 리스너를 설득하는 ‘공감’에 있으며, 이러한 그룹의 음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변화’가 필요하다. 보이넥스트도어는 특유의 음악성과 가사로 개성과 공감을 만들어 냈으며, 이번 신곡에서는 사랑 노래 강자라는 정체성을 부활시킴과 동시에 음악성과 퍼포먼스의 변화를 주었다. 개인적으로 “K-팝 문법”을 좋아하는 리스너로서 이번 곡은 2-3세대의 부흥을 기원하는 목소리가 커진 기존 케이팝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머지않아 명곡으로 바이럴 될 ‘VIRAL’이다.
사진 출처 – HYBE LAB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