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 ‘인생드라마’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려오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아저씨>입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한국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많은 이들의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아픔들을 자극하고 위로해주며 지금까지도 희대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나의 아저씨>가 약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인들의 인생작으로 남아있는 이유와 그 성공 요인들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차가운 직장인들의 따뜻한 이야기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
<나의 아저씨>는 위와 같은 문장으로 소개됩니다. 이 작품은 평범한 40대 직장인 아저씨 ‘박동훈’이 같은 회사에 우연히 들어온 20대의 ‘이지안’이라는 여성을 만나 (어쩌면 누군가의 의도적으로) 서로 얽히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두 주인공은 기업 임원들을 중심으로 한 소위 ‘윗사람’들의 어두운 이야기와 연결되며 어느 순간부터 같이 밥을 먹고, 술까지 마시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두 사람의 그렇게 형성된 ‘관계성’이 다른 사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작중의 메인테마로 흘러갑니다.

평범한 아저씨와 어두운 소녀
박동훈(46세, 이선균)
동훈은 건축구조기술사로, 삼안 E&C라는 대기업의 안전지원팀 소속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외적으로 봤을 때,화목해보이는 가정과 비교적 상당한 재력, 그리고 담담하고 젠틀한 성격과 업무능력까지 뭐하나 흠결이 없다시피한 인물입니다. 박동훈은 어떤 특별한 선망의 직업이나, 배경, 능력 같은 건 하나도 없지만 그저 인간, 그중에서도 멋진 어른의 표본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인식됩니다.
이런 그에게 유일한 아픔이 있다면 그건 바로 “외로움”일 것입니다. 바쁜 변호사 아내와 외국에서 지내는 아들로 인해 집안에서도 혼자인 시간이 대부분이고 회사에서는 같은 직장동료들 외에 일부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의 인간들을 마주치고, 상대하며 고독감은 더욱 더 커집니다. 유일한 동갑내기 친구인 상원이 출가한 이후로 자신 옆의 빈자리에 대한 외로움을 내면에서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지안(21세, 이지은)
지은은 현재 동훈과 같은 회사에서 파견직으로 일을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부모님은 모두 떠나시고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함께 남겨졌으며, 부모님이 진 막대한 빚을 본인이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본인과 할머니를 괴롭히던 사채업자로부터 시달리다 지안은 걸국 그를 살해하게 되고, 현재까지도 남은 빚을 갚아가며 사채업자의 아들 광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받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어두운 일들에 노출된 탓에 일말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표정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어른들이 없었기에 회사사람들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사회생활을 위해 힘쓰거나 예의를 차리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치만 그동안 돈을 위해 안 해본 일들이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일 하나는 잘 하는 편이고 실적에 관해서 지적을 당한 일은 없을 정도입니다.

결핍을 채워주는 치유의 관계성
작중에서 지안과 동훈은 서로의 결핍을 보완해주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동훈은 시간이 지날 수록 많은 일들에 의도치 않게 휘말리며 혼란과 좌절을 겪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줄타기’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공격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동훈 역시 타겟으로 몰리기도 하며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는 “도준영”이라는 존재로부터 비롯되었기에 그 과정에서 겪은 분노와 고독감은 배로 컸습니다. 그리고 이때 이 모든 일들을 지안은 도청을 통해 듣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두운 목적으로 도청을 시작했으나 점차 동훈의 아픔에 대해 이해하고 인간적으로 공감하게 되며 점차 지안은 처음으로 타인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동훈의 고독감을 채워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안은 앞서 언급했듯 어린나이부터 홀로 많은 책임과 아픔을 짊어지면서 이를 이겨나가야할 밝은 방법들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로지 하루하루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던 지안에게 더 넓은 시야에 대해 알려줄 어른이 없었던 것입니다. 지안이 바라보는 어른들은 성숙하고 착한 척 하면서 뒤에서 욕심과 욕망을 위해 어두운 짓들을 하는 위선적인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동훈은 달랐습니다. 동훈은 모두가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지안을 기피하고 무시할 때 유일하게 하나의 21살의 어린 소녀로 바라봐주며 그녀의 심정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손녀는 부양의무자가 아니라는 등의 사회생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지안에게 처음으로 옳은 ‘어른’의 역할을 해준 존재로 다가갔습니다.

우리들의 아저씨가 전해주는 위로
저는 이 드라마가 과하게 예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웃긴 모습을 보여주거나, 혹은 어두운 면에만 집중한 그런 작품이 아니라서 더욱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아저씨들을 주-조연으로 내세우면서도 각 캐릭터들이 모두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면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형적인 드라마들과는 달리 두 주인공 모두 비교적 회색빛의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렇게 빛나지 않은 주인공들이 서로를 점차 빛나게 해주는 그 과정이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나의 아저씨>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바로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은 평소 말이 그렇게 많지 않은 인물들인데요, 그래서 그들이 중간중간 중요한 장면들에서 툭툭 던지는 한마디들이 더욱 더 진심어리게 전달되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느끼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작중에는 동훈과 지안 외에도 평범하지만 그 속에 다양한 결핌과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며 마지막까지 이를 저만의 방식으로 극복해 나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회색으로 살아가던 평범한 인물들이 점차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나가며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사회에서 치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회인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듯 <나의 아저씨>는 많은 사회인들의 아픔을 치유해주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작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동훈과 지안의 입장에 스스로를 대입해보면서 ‘진정한 좋은 어른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이 작품 자체가 ‘나만의 아저씨’가 되어 스스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자신이 또 다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여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울림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너 나 살리려고 이 동네 왔었나보다. 다 죽어가는 나 살려 놓은게 너야. ”
“난 ..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 이제 진짜 행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