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안의 여섯 감정 — 오늘만 I LOVE YOU

작년 1월, BOYNEXTDOOR는 ‘오늘만 I LOVE YOU’로 큰 히트를 기록하며 그룹의 대중성과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오늘만 I LOVE YOU’는 이별 후의 현실적인 감정을 담은 댄스곡으로, 멤버 태산과 운학이 직접 작업에 참여했다.

“그날 이후로 난 이렇게 살아”라는 가사처럼, 이별 후 밀려오는 후회와 미련을 가사 전반에 담고 있다.

그러나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청량한 편곡 덕분에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들린다는 점이 이 곡의 독특한 매력이다.

가사만 놓고 보면 마치 연인과의 이별 후 남은 미련을 그린 곡처럼 읽힌다.

그런데 MV를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래 가사와는 조금 결이 다른 서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오늘만 I LOVE YOU’ MV를 따라가며 그 서사를 직접 해석해 보려 한다.

 


 

 

*MV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 담긴 글입니다.*

 

1. 고백 상대를 착각하다.

MV와 노래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관계의 형태일 것이다.

노래와 달리 MV에서는 연인과의 이별이 아닌, 상대에게 고백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MV의 첫 장면은 주인공 태산이 눈싸움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달려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태산이 향하는 곳은 단 하나, 좋아하는 상대다.

그러나 고백하러 가는 태산의 길은 순탄치 않다.

날아오는 눈덩이를 피하며 달리던 중 누군가에게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마는 것이다.

 

어지러운 정신도 채 추스르지 못한 채 태산은 성급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상대의 어깨를 조심스레 툭 친다.

그런데 상대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태산은 굳어버린다.

비슷한 옷을 입은 전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상대로 착각해 버린 것이다.

 

 

그 뒤로 진짜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지만 이미 늦었다.

당황한 채 얼어붙어 있는 태산에게 어디선가 눈덩이가 날아오고, 그대로 맞은 태산은 그 자리에서 기절한다.

 

2. 6개의 인격

 

정신을 차린 태산 주위로 다섯 명의 멤버가 모여 있다.

이 멤버들은 고백 실패 후 태산 안에서 나뉘어버린 여섯 개의 인격을 상징한다.

각 인격에는 저마다의 특징과 상징물이 존재하며, 이는 고백 실패 이후 태산이 겪는 복잡한 감정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재현은 빨래하며 무너지지 않으려는 듯 일상을 유지하려 애쓰고, 운학은 실내에서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비눗방울을 불며 다소 넋이 나간 모습이다.

이한은 풍선을 들고 웃으며 노는데,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붙들려는 것처럼 보인다.

 

 

리우는 욕조에 누워 울고 있고, 그의 머리 위로 회전목마 장식품이 보인다.

곧이어 그녀와 회전목마에 얽힌 추억이 스쳐 지나가며 슬픔과 그리움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성호는 기타를 치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추억 팔아서 곡이나 쓰는 건 딱 죽기보다도 싫은데.”

그녀 없이는 기타 연주조차 잘되지 않는 모양이다.

 

 

MV는 계속해서 이 여섯 인격이 결국 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캠코더 속 재현의 모습이 운학으로 바뀌거나, TV 화면에 멤버들이 연속으로 등장하거나, 다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한 사람만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운학의 비눗방울이 리우의 욕조로 떨어지고, 재현이 빨래를 펄럭이자, 이한의 풍선이 날아가 성호의 뒤편으로 흘러가는 장면은 이 모든 감정이 결국 한 사람 안에서 벌어지는 일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되지만,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게 전개된다.

운학의 비눗방울이 리우의 욕조에 더욱 쏟아지고, 이한의 풍선도 더 많이 날아간다. 감정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점점 커지는 것이다.

 

 

그러던 중 이한이 ‘SAY IT’이라는 책을 줍고, 여섯 멤버가 함께 들여다본다.

‘말해’라는 제목처럼, 모든 인격이 결국 다시 고백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멤버들은 CD 던지기 게임을 시작하지만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다.

빗나가는 CD는 고백의 어려움을 은유하는 듯하다.

마침내 CD 넣기에 성공하면, MV는 역재생되어 고백의 첫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처음과 달리 단단한 결심을 품은 태산은 눈덩이와 사람들을 능숙하게 피하며 마침내 그녀에게 다가간다.

태산이 건넨 눈덩이를 그녀가 반으로 가르자, 안에서 꽃 한 송이가 나타난다.

그 꽃은 거베라로, 꽃말은 ‘수수께끼’다.

고백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꽃이지만, 이미 시들어 있다.

더 이상 망설임 없이 확신을 품었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MV는 여섯 멤버의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노래만 들으면 이별곡처럼 들리지만, MV와 함께 보면 그 안에 촘촘히 숨겨진 서사와 상징이 곡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오늘만 I LOVE YOU’는 가사와 다른 서사를 품고 있어 해석하는 재미가 남달랐다.

가끔은 MV와 함께 노래를 감상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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