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녀다운 그룹 f(x)(에프엑스), 실험적이고 독특했던 콘셉트

얼마 전 SMTOWN 콘서트에서 아이린, 슬기, 카리나, 윈터가 커버한 “Chu~♡”가 화제가 되었다. 이에 더해 또 다른 SM 걸그룹 하츠투하츠가 컴백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Electric Shock”까지. 모두 f(x)(에프엑스)의 노래이다.

 


대학생인 나에게 에프엑스는 상당히 어린 시절의 걸그룹이다. 그 시절의 나는 에프엑스의 노래에 대해 ‘도대체 이런 노래가 왜 인기가 있는 거지?’라고 늘 생각할 만큼 극 ‘불호’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적인 멜로디와, 직관적으로 보기엔 예쁘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았던 스타일링 등. 난해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레드벨벳과 에스파, 하츠투하츠의 커버로 다시금 듣게 된 그들의 노래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우선 에프엑스는 팀 이름부터 독특하다. 처음 이들을 접했을 당시 초등학교도 가지 않았던 나로서는, 함수를 뜻하는 f(x)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었다.

팀명인 f(x)는 x의 값에 따라 결과가 변하는 수식처럼, 멤버들의 다양한 재능과 매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미와 동시에, flower의 약자인 f와 여성 염색체(XX)의 x를 활용하여 여성을 연상시키는 꽃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핫 아이콘으로 성장해 최고의 아시아 팝 댄스 그룹이 되겠다는 포부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직접 작명한 이름인데, 전 세계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학 책을 보면서 한 번쯤 f(x)를 떠올리지 않겠느냐며 추천했다고 한다.

이러한 작명의 에피소드에서 에프엑스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바로 ‘여성’과 ‘학생’이다. 이 둘의 교집합은, 여학생, 즉 ‘소녀’라고 볼 수 있겠다. ‘소녀’들이 에프엑스 음악의 주 타깃이자, 에프엑스의 가장 강한 정체성인 것이다.



데뷔곡인 ‘라차타(LA chA TA)’는 ‘신나게 인생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라차타’라는 단어는 밝고 경쾌한 노래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발음하기 쉬운 음절들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이다. 가사와 뮤직비디오 모두 다들 함께 놀러 가는 분위기가 강하다. ‘라차타’라는 신조어를 만듦으로써 에프엑스만의 신선함이 느껴졌고, 전반적으로 신이 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즐기자’는 에프엑스 특유의 음악적 분위기가 잘 드러났다.

‘Chu~♡’는 가장 ‘소녀’스러운 분위기가 강하다.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동화 속 주인공을 모티브로, 입맞춤과 사랑이라는 어린 소녀의 호기심을 가장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한 곡이다. 제목의 물결과 하트기호(~♡)는 그 나이대의 소녀들만이 낼 수 있는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다.

 


이렇게 즐겁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보이던 에프엑스의 노래는,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인 ‘NU 예삐오(NU ABO)’와 ‘피노키오’에서 실험적 분위기가 극대화된다. 전 앨범들과 다르게, 의상과 가사 모두 언뜻 보기엔 ‘소녀’스러움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한 ‘소녀’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소녀’라면,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어린 시절 에프엑스의 노래를 듣던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어가며 사랑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가는 소녀들을 그런 모습에 끼워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NU 예삐오(NU ABO)’와 ‘피노키오’는 자아가 자라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소녀들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 곡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롭다는 뜻의 영어 ‘NEW’와 비슷한 발음의 ‘NU’에 혈액형을 가리키는 ‘ABO’를 합성해 소리나는대로 발음한 신조어인 ‘NU 예삐오(NU ABO)’에서는, 일반적인 통념으로 알려진 사랑 공식, 이별 공식 따위는 따르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당찬 느낌이 전해진다. ‘피노키오’도 처음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낀 소녀가 순수한 호기심으로 그 대상을 분석하며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곡인데, ‘조각조각 부셔보고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라는 능동적인 사랑 가사가 드러난다.

 


에프엑스를 담당했던 민희진 디렉터가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에프엑스는 소녀시대의 반’이며, ‘모험’을 했던 걸그룹이라고 언급했던 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존 걸그룹의 사랑 얘기와도 반대되는 느낌이 강하다. 지금은 워낙 다양한 개성을 지닌 걸그룹이 많이 등장했지만, 그 시절의 에프엑스는 기존의 ‘소녀’ 이미지를 새롭게 정의한, 혁신적인 그룹이었다.

 


이후 발매된 ‘Hot Summer’도 시원함을 담았던 기존의 여름 음악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며, 사랑에 빠진 감정을 전기 충격으로 신선하게 표현한 ‘Electric Shock’ 또한 독보적인 에프엑스만의 색을 만들어냈다.

 


‘Pink Tape’의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음악과 컨셉이 모두 첫사랑을 모티브로 연결되며, 다른 치아를 밀어내고 마지막에 자라나는 사랑니를 첫사랑에 비유해 상대를 자신의 매력으로 빠져들게 하는 첫 사랑니(Rum Pum Pum Pum)’를 비롯해 수록곡들은 몽환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멤버들의 맑은 음색과 핑크색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첫사랑을 겪는 소녀의 가장 순수한 면이 연상된다.

반면, 다음으로 발매된 ‘Red Light’와 ‘4 Walls’에서는 앞서 발매된 앨범들보다 성장을 거듭한 분위기가 드러난다. 잠시 멈춰서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당찬 이미지보다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지만 성숙한 느낌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면서 이전보다 성장한 소녀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처럼 에프엑스는 ‘사랑스러움’, ‘밝음’이라는 소녀를 연상시키는 대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소녀가 성장을 겪으며 겪는 다양한 감정과 모험을 당차게 표현하기도 했다. 소개한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수록곡에서도 남자친구를 위한 파티를 준비한다든지, 아버지께 화를 내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사과한다든지, 친구로만 느꼈던 이성에게 사랑을 느낀다든지, 그 나이대의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음악을 통해 공감을 얻는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리고 여러 성장 과정을 거치며, 더욱 성숙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이 앨범의 흐름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난해하고 실험적인 에프엑스의 음악이 높게 평가되고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점은, 케이팝이 가지는 중독성 있는 ‘흥’을 자아내고, 신선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어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폭을 넓혀 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K-POP이라는 ‘대중음악’으로서의 장점을 잘 활용함과 동시에, 독보적인 색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차별적이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이다.

 


에프엑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K-POP이 지녀야 할 요소는 명확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즐길 수 있을 것’, 그리고 ‘기존과 차별화되는 그룹만의 독보적인 색을 지닐 것’. 어쩌면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뻔하다는 것은 동시에 가장 기본적임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기본적인 공식에 어떤 것이 적당한 값(x)인지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이 또 다른 스타(f(x))를 도출해 내는 변하지 않는 과정일 것이다.

참고자료

이은주. “톡톡튀는 SM 작명법.” 서울신문, 2012년 4월 3일. https://m.eye.seoul.co.kr/news/star_gallery/SHINee/2012/04/03/20120403009008

벅스, 앨범 소개 ([라차타 (LA chA TA)], [Chu~♡], [NU 예삐오 (NU ABO)], [‘피노키오’ f(x) The 1st Album], [‘Hot Summer’ f(x) 1st Album Repackage], [Electric Shock], [‘Pink Tape’ f(x) The 2nd Album], [The 3rd Album ‘Red Light’], [4 Walls – The 4th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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