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한국 드라마 〈구가의 서〉 | 드라마 리뷰

 

지리산의 수호신 아들인 반인반수 최강치는 자신이 반인반수임을 모른 채 인간에게 거두어져 자란다. 어느 날 인간 여인 담여울을 만나게 되고, 곧 그녀와 사랑에 빠지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치의 이야기를 그린 무협 판타지 사극이다.

 

이승기, 수지 주연의 작품으로 MBC에서 2013년 4월 8일부터 6월 25일까지 총 24부작으로 방영되었으며, 현재는 Wavve와 Apple 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남자 구미호?

 

 
대부분의 구미호 이야기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전통 설화에서 구미호는 주로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인간을 홀려 해치는 존재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작품들에서는 인간을 해치지 않는 구미호로 설정을 변형하는 시도는 있었지만(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구미호를 남성 캐릭터로 설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현재 남자 구미호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는 ‘구미호뎐’ 정도로, 기존에 여성으로 소비되던 구미호 서사를 뒤집어 남자 구미호를 중심으로 한 작품은 많지 않다. 이러한 시도는 ‘구가의 서’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서사의 시작: 구월령과 윤서화의 비극
 
구가의 서는 주인공 강치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 구월령과 인간 여인 윤서화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드라마의 세계관과 운명의 시작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짧은 분량 안에서 완결된 비극적 사랑 서사를 이루며, 이후 강치가 겪게 되는 정체성의 갈등과 운명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구월령이 서화에 대한 배신감으로 절망에 빠 신수로 변해버리는 장면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 순간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존재가 결국 괴물이 되어버리는 이 장면은 강치의 운명과 이야기 전체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치의 성장과 사랑
 
강치는 인간과 구미호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다.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 채 살아가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힘을 알게 되며 혼란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강치는 무예 교관 담여울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의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지만, 여울은 강치의 정체성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를 괴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물러서지 않을거에요. 절대로.”
 
“어째서, 너는 어째서 내게 그리도 잘해주는 것이냐?”
 
“그냥…너를 위해 뭐든 해주고 싶으니까. 그게 지금 내 마음이니까.”
 
 
 
 
이렇게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역시 여울이겠지? 팔찌 없이도 신수로 변하지 않았던 이유 말이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여울이가 옆에 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강치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운명과 힘을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사실은 말이다 여울아, 내겐 니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니가 없이는 나도 의미가 없다.”
 

 

운명의 반복과 새로운 시작
 
그러나 강치와 여울의 사랑은 순탄하지 않다. 여울이 들었던 예언처럼 두 사람의 인연은 비극적인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여울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초승달이 걸린 도화나무에서 만난 인연은 너와 상극이라는거, 그리고 그게 바로 나라는거.”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똑같이 초승달이 뜬 날, 도화나무 아래에서.

 

 

“여울아”

“날 알아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이어질 인연을 암시한 채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널 다시 만나면, 그 내가 널 먼저 알아볼게.’
 
‘널 다시 만나면, 내가 먼저 사랑할게.’
 

 

비극적 결말? 행복한 결말?
 
“초승달이 달린 도화나무는 아가씨와 상극입니다. 거기서 만난 연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가셔야 합니다.”
 
 
 
마지막 장면을 완전히 희망적인 결말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비극을 암시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소가 바로 초승달이 걸린 도화나무 아래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드라마 내내 두 사람의 상극의 운명을 예언하던 상징적인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다시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인연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운명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함께 암시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또 한 가지 생각하게 되는 점은 강치와 여울의 존재 자체다. 강치는 반인반수로 늙지 않는 존재지만, 여울은 인간이기 때문에 결국 다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 해도 결국 언젠가는 또 한 번의 이별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이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운명적으로 이어진 사랑이지만 동시에 이별을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모든 사랑은 언젠가 끝이 있다는 점에서 슬픈 사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랑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이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비극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행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미지 출처
MBC 옛날 드라마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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