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뒤흔든 여자들, 한국 대중가요 여성 솔로 아이콘 3인방

‘아이콘’

종교적인 의미로는 ‘우상’을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보통 명사로는 어떤 분야를 대표하거나 그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 사물 등을 이르는 말. 즉, 누군가가 그 분야의 대표거나 상징적인 인물이라면 보통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음악에 있어 아이콘을 꼽자면 분야에 따라, 주제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되곤 한다. 팝의 아이콘인 마이클 잭슨부터, 디바의 아이콘 마돈나, 로큰롤의 아이콘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케이팝은 어떨까? 국위선양 중인 방탄소년단과 독보적인 걸그룹 블랙핑크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오늘은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대중가요를 뒤흔든 독보적인 여성 솔로 아이콘을 꼽아보고자 한다.

 


 

| 90년대 섹시의 아이콘 : 엄정화
  초대 (1998)

 

<Poison>과 <초대> 중 고민하다가 이 곡을 골랐다.
엄정화라는 인물을 가장 잘 나타난 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정화’하면 댄스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난 그녀 특유의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싶다.
그러한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노래. 물론 박지윤의 <성인식>을 만든 박진영의 색깔이 강하긴 하다.

 

 

박진영이 밝힌 곡에 대한 비화에 따르면, 엄정화의 모든 장점을 살려내려 했다고 한다. 강하게 부르지 않아도 말하기만 해도 섹시한, 오직 엄정화만을 위한 곡이라고.


내게 엄정화는 섬세한 아티스트라고 느껴진다. 섬세하게 감정을 컨트롤하는 배우와 가수를 겸해서 그런지, 말을 조곤조곤해서 그런지 내게 그녀의 모습은 섬세한 여성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 노래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생머리와 부채, 드레스를 입고 살랑살랑 움직이는 댄스가 고혹적이면서도 절제된, 섬세한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것처럼 느껴진다.

 

 

 

 

| 세기말의 아이콘 : 이정현
  와 (1999)

 

누구나 듣자마자 새끼 손가락을 들고 흔들 수 있는 노래. 세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아 이노래’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곡이다.

얼마전에 우연하게 <와> 무대를 다시 보았다. 세기말이란 참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신나는 테크노 음악에 거친 바람에 휘날리는 파란색의 무당이나 신선이 입을 것 같은 옷, 비녀와 긴 생머리, 눈이 그려진 부채와 포인트인 새끼 손까락 마이크까지. 한국인지, 중국인지, 일본인지 어디라고 딱 짚을 수 없는 ‘동양풍’의 이미지가 그렇게 대중들의 눈에 각인되었다.

 

세기말이란 혼란 그 자체였다. 연도가 1999에서 2000으로 바뀌는 순간,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온갖 대혼란이 올 수 있다고 믿던 시기였다. 디지털이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사이버 감성까지. ‘새로운 천 년이 온다는 기대감과 혼란’ 이정현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스타였다.

 

▲ 1999년 개봉한 매트릭스(영화)와 당시 세기말 광고들. 첨단기능과 가상현실, 사이버틱함을 내세운 이미지

 

이정현이 유독 세기말의 아이콘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시절 유행하던 사이버틱함만 내세운 게 아니라 그녀만의 독보적인 컨셉으로 음악, 의상, 무대 등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도입부에 국악가 이태백의 아쟁 연주를 넣어 테크노와 국악을 합친 것, 음악에 홀린 것처럼 마구 몸을 흔드는 것, 부채와 긴 옷, 비녀 등으로 동양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인 것, 마이크를 그저 손에 드는 게 아니라 새끼 손까락에 붙인 것 모두 그녀라서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등장해놓고 “독한 여자라 하지마”라니.

 

 

| 당당한 여성의 아이콘 : 이효리
  10 Minutes (2003)

 

내것이 되는 데 ’10분’이면 된다고 했던 그녀. 지금까지도 무수한 아티스트들이 그녀의 무대를 따라하고는 한다. 누구는 여전히 여성들의 워너비라고도 하기도 한다.


<10 Minutes>는 ‘이효리’하면 떠오르는 당돌함, 내숭없는 당당함이 잔뜩 들어간 곡이다. <10 Minutes> 이전 이효리는 걸그룹 핑클의 멤버로서 요정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2003년 힙합 베이스의 해당 곡으로 기존의 요정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링 귀걸이, 긴 생머리, 카고 팬츠 등 아이코닉한 스타일링으로 2000년대 섹시 아이콘이 된 그녀는 이후 ‘이효리 신드롬’을 일으키며 온갖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3년 당시와 2023년 tvN ‘댄스가수 유랑단’ 공식 채널에 등장한 이효리

 

이효리가 다른 가수들에 비해 더욱 돋보이는 점은 특유의 털털하고 당당한 태도였다. 음악 외에도 수많은 예능과 광고 등의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수동적이지 않은 태도, 내숭을 떨지 않는 모습이 대중에게는 독특한 캐릭터로 다가왔던 것 같다. 당돌하고 당당한 태도를 보일 때, “이효리니까”라는 말이 그 이유가 되는 아티스트.

<10 Minutes>에서도 드러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이효리의 정체성은 2026년 지금까지도 굳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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