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의 ‘집합체’, 손종원 셰프가 〈냉장고를 부탁해〉의 격을 높이는 법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이하 ‘냉부’)는 기존 시즌을 잇는 시즌 2로서, 2024년부터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며 방영되고 있다. 이 화제성의 일등 공신 중 하나가 손종원 셰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셰프는 시즌 2에 새롭게 합류했다. 그가 선보이는 눈으로도 즐거운 음식, ‘느좋남’ (느낌 좋은 남자) 이미지, 그리고 김풍 작가와의 브로맨스로 매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손종원 인스타그램

 

각각 3월 1일과 15일에 방영된 60회, 62회 방송분을 통해 그의 요리하는 모습을 들여다보자. 손 셰프는 60회에서 아이브 안유진을 위해, 62회에서는 쇼트트랙 선수 최민정을 위한 요리를 만들었다.

 

 

15분이라는 한계를 지워버린 고도의 섬세함과 미학

우선, 두 회차 모두에서 돋보인 것은 단연 15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디테일과 미감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셰프들은 모두 유능한 실력자들이다. 15분 요리지만 최대한 섬세하게 만들고 정갈하게 플레이팅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도 주어진 시간 안에 발 빠르게 움직이며 재료를 빠트리고 음식을 제출하는 일도 더러 있다. 그 와중에 손 셰프는 짧은 시간과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요리와 과정을 선보인다.

손 셰프는 60회에서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는 제목으로 전통 디저트 4가지를 요리했다. 이때 맛뿐 아니라 조금 손이 많이 가더라도 게스트와 시청자 모두 눈으로 즐거워할 수밖에 없는 구성으로 준비했다.

예로 ‘원소병’이라는 메뉴는 일명 ‘K-버블티’로 불리는 전통 떡 음료인데, 떡이 경단 모양인 게 특징이다. 손 셰프는 인절미, 과일과 보늬밤을 일일이 경단 모양으로 섬세하게 만들어 냈다. 인절미는 따로 쪄서 동그랗게 빚고, 과일과 밤은 작은 손질 도구를 활용해 버블 모양으로 팠다. 사실 15분이라는 촉박한 시간 속에서, 떡을 제외한 다른 토핑은 굳이 경단 모양으로 만들지 않아도 맛에는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부수적인 단계를 밟으며 게스트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이후 함께 만든 ‘율란’도 마찬가지이다. 밤을 으깨 다른 재료와 섞어 다시 밤 모양으로 만드는 이 작업 또한 짧은 시간 안에 모양을 다듬는 섬세함이 한층 더 필요하다. 속도가 생명인 대결에서 손이 많이 가는 메뉴를 택하고 디테일을 챙긴 것이다. 이는 파인다이닝 셰프로서 요리의 아름다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62회에서 최민정을 위해 이태리식 육회 ‘카르파초’를 만들 때, 고기를 요리한 후 한 장씩 배추와 덧대며 마는 행위를 반복했다.

 

 

지켜보는 셰프들 모두 왜 고기를 마는지 의문을 가졌지만, 잠시 뒤 완성된 것은 아름다운 장미 모양의 ‘카르파초’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게스트를 위해 ‘푸드 아트’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손 셰프는 이와 같이 고도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음식을 단 15분 내에 완성한다. 현장의 다른 셰프들조차 그의 압도적인 실력에 매번 감탄을 금치 못하는 이유다.

 

 

게스트의 취향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선물 같은 코스’

손 셰프 요리의 또 다른 매력은 음식이 내어진 이후에도 발견할 수 있다. 냉부 셰프들은 보통 1~2가지 요리를 내며, 3가지 이상부터는 서로 “3가지나 하겠다고?”라고 말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로 여긴다. 그러나 손 셰프는 매 대결, 2가지 이상의 음식을 자주 준비한다. 이때 각 게스트의 취향을 섬세히 고려하고 하나의 코스처럼 먹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

실제로 두 회차 모두 3가지 이상의 음식을 만들었고, 그의 디테일한 설계력이 드러났다.

우선, 60회에서는 고소하면서 너무 달지 않은 맛, 그리고 밤을 좋아하는 안유진의 취향을 고려한 음식을 준비했다. 이는 원소병, 율란, 찰편과 보늬밤 라떼였다.

 

 

62회에서는 트러플을 유독 좋아하는 최민정을 위해 트러플 오일을 요리 중 곳곳에 사용했다.

동시에, 그는 게스트가 짧은 시간 안에도 하나의 코스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을 만들었다. 안유진을 위해서는 음료와 음식을 조합해 4종 디저트 코스를, 최민정에게는 실제 요리 코스처럼, 고기 메뉴, 수프와 디저트를 대접했다.

 

 

 

대접하는 진심, 방송에서도 빛난 셰프의 애티튜드

또한 손 셰프는 매 회 셰프로서의 애티튜드를 최대한 유지한다. 우선 대결이 치열해지면 셰프들이더라도 정돈보다는 완성에 급급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 셰프는 급박하게 요리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자리를 정돈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60회에서도 상대편 셰프가 바쁘게 움직이며 어수선 해질 때, 손 셰프 쪽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장면이 송출되었다.

 

 

손 셰프는 게스트를 대하는 데 있어서도 셰프로서의 애티튜드를 유지한다. 62회에서는 올림픽을 마치고 온 최민정에게 경기하는 모습을 통해 힘을 얻었고, 꼭 요리 해드리고 싶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실제 그가 일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손님에게 관심을 두듯, 방송일지라도 더 대접받는 느낌이 들 수 있게 행동한 것이다.

 

 

요리를 낸 후에는 순서와 설명을 자세히 곁들인다. 60회에서 음식을 배치하고 안유진에게 “왼쪽부터 먹으면 된다”고 코스 요리에서처럼 순서를 안내했다.

 

 

이후 최민정이 디저트를 먹기 직전에는 직접 술에 불을 붙여 머랭을 익혀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예능에서 기대하기 쉽지 않은 실제 파인다이닝 서비스와 전문성을 선사해 주었다. 이러한 애티튜드를 방송에서도 최대한으로 유지하는 것은 그의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그는 실제로 두 회차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

 

 

해당 회차가 담긴 유튜브 영상에서도 그의 행보에 감탄하는 댓글이 수두룩했다.

 

 

 

앞서 소개된 모든 요소는 사실 함께 출연하는 다른 셰프들도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거나 상황에 따라 일부 생략되기도 하고, 모든 과정을 동시에 완성도 있게 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청자가 그에게 더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담아내는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15분이라는 시간을 활용했다고 믿기 어려운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 그가 내는 요리의 조화와 애티튜드는 상황에 따라 기복이 없고 늘 일정하다. 모든 셰프가 노력하지만, 손 셰프는 디테일을 살린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집합체’가 되어 매번 빠짐없이 구현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이는 그가 자신의 직업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제한된 방송 환경에서도 본래 셰프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유지하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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