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하루에 1,000개 이상의 앨범이 발매된다고 한다.
그 방대한 음원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취향과 정확히 맞닿는 음악을 만나는 것은 일종의 운명에 가깝다.
그렇게 만난 곡들 중에서도 유독 더 애정하게 되는 노래가 있고, 그 애정이 몇 년이 지나도 식지 않는 노래가 있다.
나는 그것을 ‘인생곡’이라고 정의한다.
오늘 소개할 앨범도 발매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매년 내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로 K-POP 역대 명반으로 손꼽아도 과언이 아닌, EXO의 정규 1집 리패키지 ‘XOXO (Kiss & Hug) Repack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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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5일, EXO는 정규 1집의 기존 수록곡 11곡에 새 타이틀곡 ‘으르렁’과 수록곡 2곡을 추가한 총 14트랙의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했다.
원래 타이틀곡이었던 ‘늑대와 미녀’는 EXO에게 첫 음악방송 1위를 안겨준 곡으로, 최근 데모 버전이 공개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으르렁’ 역시 당시 전국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EXO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곡으로, “으르렁은 애국가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지금까지도 광범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앨범이 명반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타이틀 이면에 쌓인 수록곡들의 밀도에 있기 때문이다.
1. 사랑의 결 : XOXO · Baby Don’t Cry · Baby · My Lady
‘XOXO’, ‘Baby Don’t Cry’, ‘Baby’, ‘My Lady’
이 네 곡의 공통점은 상대를 향한 사랑이 저마다 다른 결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XOXO’는 R&B 기반의 팝 댄스 트랙으로, ‘Kiss and Hug’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처럼 귀엽고 간질간질한 사랑의 설렘이 가득하다.
발음하면 ‘엑소’처럼 들린다는 점도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다.
‘Baby Don’t Cry’는 어반 R&B 트랙으로, 가제는 ‘인어의 눈물’이다.
“엇갈릴 수밖에 없는 그만큼 더 사랑했음을 난 알아”라는 가사와 곡 전반을 감싸는 피아노 선율이 깊은 서정을 만들어낸다.
이뤄질 수 없는 인어와 인간의 사랑을 모티프로 삼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Baby’는 첫사랑을 경험하는 소년의 순수한 감정을 미디엄 R&B 사운드 위에 얹은 곡이다.
“내가 눈 감아 기도한 이 순간이 그대 에인 맘을 안아 줄게 천천히”
이 첫 소절을 들었을 때, 이 곡과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My Lady’는 느리고 부드러운 그루브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팝 발라드다.
“She’s my baby, 새하얀 그 손끝에 녹아버린 쇼콜라떼”라는 가사처럼 진득하고 나른한 무드가 곡 전체를 감싸며, 네 곡 중 가장 관능적인 온도를 가진 트랙이다.
2. 강인함의 표출 : Black Pearl · Heart Attack · Let Out the Beast
앞선 곡들이 사랑의 감정을 다채롭게 풀어냈다면, 이 세 곡은 한층 강렬하고 파워풀한 사운드로 앨범에 긴장감을 더한다.
‘Black Pearl’은 거친 파도에 맞서는 항해를 그린 트랙으로, 웅장한 편곡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한 편의 뮤지컬 넘버를 연상시킨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서사가 ‘Baby Don’t Cry’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Heart Attack’은 신비롭고 그루비한 질감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잔잔한 도입부에서 후렴으로 폭발하는 다이내믹이 강렬한데, EXO의 ‘Lost Planet’ 콘서트 VCR에서 백스테이지 퍼포먼스로 활용되어 더 회자된 곡이기도 하다.
3분여에 걸친 그 무대는 지금 봐도 기발한 연출로 꼽힌다.
‘Let Out the Beast’는 수록곡 중 가장 공격적인 비트와 사운드를 가진 트랙이다.
자신 안에 숨겨온 개성과 강인함을 표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들을수록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끌어올려지는 곡이다.
3. 팬과의 서사 : 나비소녀 · 피터팬 · Lucky · 3.6.5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트랙들이다.
팬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리는 이 네 곡은, 2013년의 기억과 함께 지금도 특별한 온도로 남아 있다.
‘나비소녀’는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전반적으로 깔린 미드템포 트랙으로, EXO 수록곡 중 역대급으로 꼽히며 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왈츠처럼 사뿐히 앉아 눈을 뗄 수 없어”라는 가사처럼, 상대를 나비에 빗댄 섬세한 가사가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피터팬’은 어린 시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피터팬에 빗댄 트랙이다.
“낡은 일기장 먼지를 털어내 문득 펼친 곳, 그 속엔 해맑게 네가 있어”로 시작해 “널 써 내려간 마지막 한 장을 넘겼지만 더 읽어낼 용기가 안 나”로 끝나는 가사는
훗날 EXO를 다시 떠올릴 때의 감정을 미리 예비해두는 것 같아 묘하게 아련하다.
‘Lucky’는 너를 만난 것이 행운임을 노래하는 청량한 팝 트랙이다.
“이 노래 주인공이 너라서 나 이렇게 웃잖아 너만 보라구”라는 가사는 팬을 향한 헌사처럼 들린다.
콘서트 현장에서 이 부분을 들을 때면 마치 이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감각이 밀려온다.
‘3.6.5’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응원과 위로를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담아낸 곡이다.
“세 번까진 부딪혀 봐, 여섯 번쯤 울지라도, 다섯 번 더 이겨 내면 끝이 보이기 시작해”
이 가사에서 제목의 의미가 드러난다. 윤하의 ‘비밀번호 486’처럼 숫자에 서사를 담아내는 방식이 닮아있다.
EXO는 이후로도 수많은 명반을 발표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앨범처럼 계절마다 꺼내 듣게 되는 작품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유독 특별한 이유는, 내 10대의 설렘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14개의 트랙이 장르적 다양성을 갖추면서도 앨범 전체로서의 통일된 무드를 잃지 않는다는 것.
이 균형이야말로 이 앨범을 명반으로 부를 수 있는 음악적 근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