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로맨스 장르란?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들이 연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존재합니다. ‘매료’, ‘혐오’, ‘계약’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중 ‘계약(契約)’은 말 그대로 남녀주인공 간에 어떠한 계약이 성사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계약의 내용은 대체로 일정 기간 두 사람이 연인이나 부부로 위장하는 것을 골자로 삼습니다. 계약을 제안하는 이는 주로 이른 시일 안에 연인이나 남편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래서 마침 주변에 가짜 연인이나 남편으로 삼기에 적당한 상대방에게 거부할 수 없거나 매력적인 대가를 제시합니다.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남들에게 연인이나 부부로 위장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계약 로맨스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서사 공식입니다. <이번생은 처음이라(tvN, 2017)>, <마이 데몬(SBS, 2023)>, <열녀박씨 계약결혼뎐(MBC, 2023)> 등의 작품이 이에 해당하는 드라마입니다.
또 하나의 계약 로맨스 장르 드라마
SBS에서 2025년 10월 10일에 방영을 시작한 TV드라마 <우주메리미>도 생판 남이었던 남주 김우주와 여주 유메리가 계약을 맺으며 부부로 위장한다는 설정을 지녔습니다. 50억짜리 신혼집에 당첨된 유메리는 이혼한 남편 김우주를 대신할 사람을 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첨이 취소되면서 비싼 신혼집을 팔아 사기를 당한 전세금과 엄마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계획이 수포가 되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우연히 접촉 사고로 인연을 맺은 동명의 남주 김우주에게 가짜 남편 노릇을 해달라고부탁합니다. 그는 잠깐만 남편 노릇을 하면 끝날 줄 알았지만, 우연과 불운이 겹치면서 꼼짝없이 3개월간 같은 집에서 그녀와 동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역할극을 통한 긴장감과 웃음의 유발
<우주메리미>도 계약 로맨스 장르인 만큼 여기에 부합하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역할극을 통한 긴장감과 웃음의 유발입니다. 두 사람은 실제 연인이나 부부가 아닌 까닭에 평소에는 이에 어긋나는 말투, 성격, 행동 등을 스스럼없이 구사합니다. 그러다가 주변인들로부터 의심을 사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대개 위장으로 부부 행색을 하고 있음이 발각되면 계약의 제안자는 커다란 불이익을 받거나 어떠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동 인물들은 바로 그러한 점을 노려 어떠한 공격이나 음모를 가하는 까닭에 남녀주인공에게는 큰 위기감을, 시청자들에게는 극적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남녀주인공이 이 난국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계약 로맨스 장르에서는 웃음으로 승화하는 연출을 선보입니다. 즉, 이들이 어색한 티를 역력히 내고 좌충우돌 하면서도 능청스럽고 과장된 행위와 말투, 나름 기지와 재치를 발휘해 기어코 반동 인물들을 포함한 주변인들을 속여넘기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까닭에 충분히 이를 간파하고도 남을 법하지만, 그러면서 계속된 긴장감의 고조를 통한 서스펜스를 유발하기보다는 한바탕 소동을 통한 소극(笑劇)으로 넘어간다는 서사를 취합니다.
<우주메리미>에서도 김우주와 유메리는 자신들을 의심하는 보떼 백화점의 백상무, 김우주의 고모와 사촌 형으로부터 열심히 부부 노릇을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유메리는 당첨으로 받은 50억 신혼집을, 김우주는 할머니가 물려줄 기업 계승권을 고모와 사촌 형한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둘은 우스꽝스러운 부부 연기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분명 선사할 것입니다.
빠른 스킨십을 통한 시청자들의 설렘을 유발
다음으로 계약 로맨스 장르는 남녀주인공 간의 빠른 스킨십을 통해 당사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유발합니다. 두 남녀는 주변 사람들을 속여야 하는 까닭에 실제 부부들처럼 스킨십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혹은 우연한 상황에 휘말리며 의도치 않게 스킨십이 행해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더구나 한 집에서 동거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의도치 않게 자주 부딪히면서 스킨십의 빈도나 농도는 잦고 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킨십을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어색함 속에 상대방을 향한 묘한 설렘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둘은 차츰 냉정해야 하는 계약 관계임을 잊고 서로를 향해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마치 실제 부부의 과감한 애정행각을 몰래 엿보는 듯한 쾌감을 느낍니다.
일반적인 남녀 사이에서 대체로 스킨십을 스스럼없이 구사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남녀주인공의 스킨십을 보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리할 수 있는 이들의 교제 기간이나 상황, 이들이 용기와 적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 등을 기다려줘야만 합니다. 반면에 계약 로맨스에서는 매우 이른 시점에 두 사람의 스킨십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가능합니다. 비록 그것이 애틋한 감정이 담긴 게 아니라 주변인들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연기일지라도 시청자들은 두 매력적인 남녀 배우의 스킨십에 충분히 설렐 것입니다.
<우주메리미>에서도 김우주와 유메리는 앞집에 사는 백상무의 감시 속에 3개월간 당첨된 주택에서 동거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분명 작가와 제작진은 그 속에서 두 사람이 부부 연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스킨십의 상황을 분명 세팅해놓은 다음 시청자들한테 차례로 보여줄 것입니다.
호혜성에서 이루어지는 계약 로맨스
현실에서의 계약은 ‘호혜성(互惠性)’을 바탕으로 성립됩니다. 이는 계약 로맨스 속 남녀주인공의 계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서로 간에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대부분 계약의 제안자는 상대방에게 물질적·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합니다. 상대방은 대개 이러한 제안을 냉큼 받을 만큼의 속물로 설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것이 필요한 상황에 맞닥트리면서 마지못해 이를 수락하게 됩니다. 그렇게 얼마간 두 사람이 연인이나 부부로 위장하는 데 성공하면 계약의 제안자에게도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제안자가 하필이면 상대방을 계약의 당사자로 선택한 이유는 상대방이 아니면 대신할 수 없는 어떠한 능력이나 조건을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우주메리미>에서 유메리가 김우주에게 남편 대행을 부탁한 까닭은 이혼한 남편과 이름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김우주가 유메리의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들어준 까닭은 그래야 그녀가 대표로 있는 디자인 업체와의 연장 계약을 성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계약 로맨스에서는 다른 로맨스 장르와 달리 남녀의 관계 형성에 그들이 지닌 능력이나 조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들은 결코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며 이후 이들이 펼쳐나갈 로맨스 서사도 애초에 시작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시작은 오늘날의 시청자들에게 강한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많은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남녀의 만남과 결혼에는 여러 조건이 전제해야 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남녀가 가진 조건이 매칭과 결혼 성사에 크게 좌우되는 결혼정보회사가 최근에 성행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과 기조를 잘 대변합니다. 그러므로 계약 로맨스 장르는 결국 상대방이 바라는 걸 베풀 수 있는 능력이나 조건이 전제되어야만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작금의 사회 현실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도 TV드라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르는 바로 로맨스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후의 작품들에서도 로맨스라는 장르의 특징은 유지하면서 대중성은 확보하고 차별성을 가지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계약 로맨스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점과 현실 인식이 고루 담겨있는 매력적인 하위 장르인 까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