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을 만나면 보통 밥을 먹고 카페를 가든, 술을 마시든 하며 대화를 나누다가, 오랜만에 에너지를 분출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선택지로 떠오르는 것이 ‘노래방’이다. 노래방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공간이자, 쌓인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상에서는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들이 이곳에서는 비교적 허용된다. 크게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잠시 벗어나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래방은 그렇게 평소에 숨기던 감정을 분출하고 드러내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전에 ‘펫사운즈’라는 이태원의 바에 간 기억이 있다. 전 세계 청춘들이 모여 작은 모니터와 DJ 앞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며 음악을 즐겼다. 아는 노래,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흔들고, 미친 것처럼 행동해도 전혀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모두가 음악 아래에서 하나로 뭉치는 느낌.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즐기는 방식을 이해했다.
노래방도 비슷하다. 음악이 시작된 순간, 모두가 음악 아래 하나로 뭉친다. 노래방과 펫사운즈에서 느꼈던 것처럼, 이러한 에너지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청춘들이 공유하는 본능적인 해방감과 맞닿아 있다. 그 보편적인 에너지 속에서, 한국의 2030이라면 누구나 국룰처럼 부르는 노래를 소개하고 싶다.
| G-DRAGON – 삐딱하게 (2013)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는 가사가 너무도 유명한 이곡은, 2030 청춘들의 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곡에 가깝다. 평소에는 무난하게, 크게 튀지 않게 살아가지만 그 안에 쌓여 있는 답답함이나 반항적인 마음. 굳이 꺼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들이다. 삐딱하게는 그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이 노래는 숨겨진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에 가깝다. 한 번쯤은 삐딱해지고 싶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망가져도 괜찮다고 느끼고 싶은 순간. 그걸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2030 청춘을 관통하는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진다. 잘 버티다가도 한 번쯤은 흐트러지고 싶은 마음, 그 모순된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도 이 노래가 나오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따라부르는 광경을 많이 보았다. 그토록 이 노래가 가진 에너지는 정말 강렬하다. 평소에는 반항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도, 이 노래만 들으면 왠지 모르게 반항을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세상 어디에나 잘 살고 있는 척하다가도, 한 번쯤은 모든 걸 엉망으로 망가뜨리고 싶은 비뚤어진 본능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이 노래는 세련된 문화 교류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그 찌질하고도 뜨거운 본능을 아주 정확하게 건드린다. 결국 이 노래가 닿는 곳은 한국적인 감수성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청춘들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어떤 ‘열병’ 같은 지점이다. 비트가 시작되는 순간,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눈치라는 족쇄를 풀고, 가장 삐딱하고 미친 폼으로 자기를 내던지기 시작한다. 그저 쌓여 있던 감정을 바닥에 내팽개쳐도 괜찮다는 허락, 그 보편적인 해방감이 이 노래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태원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뜨거운 해방감 앞에서는 국적도 언어도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 가사를 단 한 줄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심장을 때리는 비트에 몸을 맡기고 목이 터져라 “삐딱하게”를 외치는 순간, 한국의 청춘들이 왜 이 곡에 이토록 열광하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될 뿐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지쳤거나, 그저 이유 없이 모든 것을 흩뜨려 놓고 싶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 노래를 건네고 싶다. 한국의 노래방이든, 혹은 그들이 서 있는 그 어디든 상관없다. 이 지독하고 보편적인 청춘의 에너지를 그들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