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공식 소개 :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 – 알쓸인잡]
연출 : 양정우, 전혜림 PD
출연진 : 장항준, 김남준 (BTS RM), 김영하, 김상욱, 이호, 심채경

“콘텐츠 속 메시지나 의도를 해석하는 리뷰”라는 주제를 마주했을 때, 방송·예능 분야에서 적절한 대상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영화는 연출진이 미장센 같은 작은 부분에도 메시지를 숨겨두고, 관객은 그 설계를 찾아내거나 모호한 엔딩을 곱씹으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반면 방송은 정보를 보다 명확히 전달하는 매체이며, 특히 예능은 직관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단순한 웃음을 넘어, 제작진이 시청자를 어디로 이끌려 하는지가 프로그램 전반에 드러나는 예능을 떠올려보게 됐다.
그 고민 끝에 선택한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인간을 하나의 방식으로 정의하지 않도록 이끌고, 끝내 스스로 답을 내리게 만드는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하 알쓸인잡)이다. 이 프로그램은 잡학에 집중했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인간’이라는 단일 주제에 몰두하며 전문가들이 대화를 나누는 구조를 취한다.
‘인간’이라는 주제 선정에 담긴 설계
제작진이 ‘인간’을 주제로 내세운 것부터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간에게 관심이 있다. 스스로 인류애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일과 사회, 접하는 문학 등 삶 전반에는 결국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깔려 있기 마련이다. 인류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궁금해하고 사랑해왔기에 현재로의 발전도 가능했을 것이다.

제작진은 결국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인 관심과 궁금증을 활용해 프로그램에 자연스레 이끌리게 했고, 서로 다른 관점들을 자유롭게 선보이게 했다. 결국, ‘인간’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여러 시선을 경험한 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려는 의도로 느껴졌다.
출연진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시선의 확장
법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소설가, 영화감독, 그리고 가수까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출연진의 조합 역시 하나의 의도가 읽힌다. 다양한 시선이 한자리에 놓이는 순간, 인간은 결코 한 가지 방식으로 정리할 수 없다는 전제가 강화된다.

또한 제작진은 ‘강의’가 아니라 ‘수다’ 형식을 택했다. 출연진은 각자가 생각해온 인물을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자막은 때때로 특정 개인의 견해임을 명시하기도 한다. “A는 B다”와 같은 명제를 밀어붙이지 않고 여러 인물과 생각에 동시에 노출되게끔 만든 것이다. 시청자는 이 흐름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비워둔 자리에서 시작되는 스스로의 해석
이렇게 시청자가 ‘인간’이라는 주제에 이끌려 출연진의 이야기를 듣게 한 후, 프로그램은 의도적인 공간을 남김으로써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주제를 던지고 여러 이야기를 제시하는 방송이 끝나면 결국 시청자는 자연스레 ‘나’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가게 된다. “나는 출연자가 소개했던 인물 혹은 의견에 동의하는가?”, “나는 저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릴 수 있는가?”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제작진은 결국 주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려주는 대신,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의 마음속에 질문이 남도록 설계했다. 출연진을 통해 타인의 삶을 바라보다 시청자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구조다.
<알쓸인잡>은 인간을 하나의 답으로 정리할 수 없음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생각을 확장시킨다. 제작진은 결국 최종적인 답을 비워둠으로써 각자의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