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런닝맨>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방영하며, 국내 대표 장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오랜 방영 기간만큼 시기에 따라 집중하는 기획도 달라졌는데, 특히 2011~2015년의 <런닝맨>은 반전, 세계관, 스파이 등을 활용해 출연자들이 레이스를 진행하며 최종 미션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색다른 설정과 기획이 돋보인다. 특히 특정 회차는 제작진이 사전에 준비한 ‘설계된 반전’과 출연자들이 움직이며 만들어낸 ‘행보의 반전’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결말에서 예상치 못한 전개를 선보인 대표적인 두 가지 회차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117회 (2012.10.28) – 수수께끼 레이스
수수께끼 레이스는 매 미션을 통해 힌트를 얻어 ‘절대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히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미션을 통과할 때마다 열심히 힌트를 고르고 추리했다. 힌트는 숫자와 부호의 형태로 주어졌는데, 수학적으로 말이 안 되거나 알쏭달쏭 한 기묘한 수식들에 출연자들은 당황해했다.
시청자 역시 내내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정작 베일을 벗은 정답은 ‘가위바위보’였다.
이는 제작진이 반전 포인트로 설계한 것이었다.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론 직관적이고 일상적인 ‘가위바위보’가 정답이었다는 점과, 실제 엔딩은 세 팀이 ‘가위바위보’ 최강자전을 통해 승자를 가린다는 점이 레이스의 핵심이었다.

제작진은 이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교한 연출법을 활용했다. 멤버들이 이동하면서 추리하는 부분은 담되, 마침내 정답을 알아낸 순간은 의도적으로 잘라내 숨겼다. 그리고 최종 장소에 다다랐을 때, 정답 공개 직후 그들이 어떻게 그 답에 도달했는지를 역순으로 보여준다. 이 연출법 덕분에 시청자 또한 마지막에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며 반전의 극적인 재미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제작진이 치밀하게 설계한 판 위에서 출연자의 실제 플레이가 만든 부수적인 반전도 힘을 보탰다. 레이스 내내 부진한 성적을 냈던 유빈 팀의 유재석이 막판에 4연속으로 가위바위보를 이기며 최종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사전에 기획된 설계와 연출을 메인으로 삼고, 출연자들의 리얼한 플레이가 양념처럼 더해지면서 리얼 버라이어티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반전이 완성되었다.
139회 (2013.3.31) – 미니 시리즈 ‘그 겨울, 태풍이 분다’
미니 시리즈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패러디해 운명의 상대를 찾는 콘셉트였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현재 커플이 운명의 상대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매 게임의 우승 커플이 힌트를 얻으며 진행됐다. 그러나 드라마 콘셉트답게 이 회차 역시 후반부에 예상을 뒤엎는 전개를 보여줬다.

이번에도 제작진이 설계한 반전의 포인트가 최종 미션에서 드러나는데, 바로 ‘출생의 비밀’을 가진 친남매 설정이 존재했고 그들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장치였다. 출연자들은 로맨스 구도로 운명의 상대를 찾는 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제작진은 애초에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넣기 위해 이러한 설정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앞선 수수께끼 레이스에서 ‘가위바위보’라는 본질을 숨겼듯, 이번에도 이 사실을 최종 미션 전까지 비밀로 부쳤다. 제작진은 교묘하게 출연자와 시청자의 시선을 돌려놓으며 신선한 반전을 안겼다. 결국 진짜 최종 미션에선 단서를 조합해 남매인 두 사람은 서로를 찾아내야 했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은 진짜 남매의 이름표를 떼야 했다.

수수께끼 레이스에서 유재석의 승리가 뜻밖의 재미를 주었듯이, 이번 회차 역시 제작진이 깔아놓은 반전 위로 출연자의 행보가 얹어지며 또 다른 반전이 이어졌다. 게스트 이연희는 단서를 보고 유재석이 남매의 오빠라는 것을 정확하게 추리해 그의 이름표를 떼버렸다. 그러나 그녀가 간과한 사실은 바로 본인이 친동생이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자신의 친오빠인 유재석을 직접 아웃시켰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제작진은 이에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그녀가 동생임이 밝혀졌을 때 그간 출연자들이 찾은 단서와 미처 찾지 못한 단서까지 하나하나 짚어주며 유재석-이연희 남매의 반전 서사를 짜임새 있게 마무리한다.

결국 이 두 회차는 제작진이 치밀하게 깔아놓은 설계의 반전을 메인으로 두고, 연출이라는 장치와 출연자들의 플레이가 맞물리며 탄생한 결과물이다.
매주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는 주간 버라이어티 예능 특성상, 영화나 드라마처럼 긴 제작 기간을 거치고 모든 요소를 사전에 기획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빠르면 일주일 안에 기획부터 촬영, 편집, 방영까지 진행해야 하는 촉박한 제작 구조 속에서 이런 짜임새 있는 완결성과 반전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당시 <런닝맨> 제작진의 기획력과 역량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