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노래 뒤에 숨겨진 섬뜩한 이야기 — 〈꽃잎놀이〉

 

요즘 뮤직비디오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노래 컨셉에 맞는 퍼포먼스와 영상미 위주의 뮤직비디오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가벼운 스토리텔링 방식인 것 같다.

반대로 옛날 뮤직비디오는 극단적인 서사로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거나, 반대로 코믹한 분위기인 경우도 은근 많다.

드라마적 성격이 강해서 교통사고나 기억상실, 심지어 총에 맞는 장면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옛날 뮤직비디오는 요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게 된다.

며칠 전, 옛날에 좋아하던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결말이 꽤 충격적이었다.

오늘은 그 뮤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

 


 

1. 〈꽃잎놀이〉 — 린, 레오

 

소개할 곡은 2014년에 발매된 린과 레오의 듀엣곡 〈꽃잎놀이〉다.

각종 드라마 OST를 섭렵한 발라드 여왕 린과 그룹 빅스의 메인 보컬 레오가 함께한 곡으로, 황세준 프로듀서의 프로젝트 ‘Y.BIRD From Jellyfish’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린의 애절한 음색과 레오의 섬세한 보컬이 무게감 있는 비트, 청량한 기타와 맞물리며 완성된 R&B 어반 장르의 곡이다.

가사는 ‘슬픈 숙명을 지닌 치명적인 매력의 남자와 그런 남자만을 바라보는 여자의 순수한 사랑’이라는 서사를 담고 있다.

 

“사랑했다 아꼈었다 그뿐이다 사랑하다 미워진 것 그 이유 하나야”
“내가 너를 모르겠니 아직 날 사랑하잖아 너 그대로잖아”
“멀어지지마 우리”

 

가사 속 여자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자를 붙잡는다.

남자는 그저 미워진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여자는 그것이 본심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결국 남자는 사랑을 인정하고 곁에 남기로 한다.

 

 

2. MV 스토리

 

이렇게 가사만 보면 서로를 너무 사랑한 연인들의 애틋한 갈등 이야기 같다.

그러나 MV는 마지막에 꽤 충격적인 대반전을 품고 있다.

지금부터 MV를 함께 보며 이야기해 보자.

 

 

패션 디자이너인 레오는 옷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런 레오를 바라보다 장난을 치는 여자친구.

레오는 웃으며 장난을 받아주다가, 문득 어떤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 태도가 돌변한 레오는 여자친구를 밀어내고, 둘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다음 장면에서 여자친구는 레오의 약통을 발견하고, 옆에 있던 상자를 열어보려 하는데 레오가 나타나 막는다.

여자친구는 추궁하는 대신 그냥 웃어준다.

두렵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레오를 여자친구는 말없이 꼭 안아준다.

 

이어지는 과거 회상.

레오는 전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 전 여자친구가 갑자기 짐을 싸서 집을 떠난다.

이 과거 회상을 통해 레오가 아직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현재.

레오의 손에는 빨간 액체가 들려 있다.

다음 장면에서 여자친구는 차가운 욕조에 누워 있고, 유리병 안에는 심장이 담겨 있다.

그리고 표정 없는 여자친구가 미동도 없이 레오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서 있다.

레오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것이 무서워, 여자친구를 죽여 박제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봤을 때 진짜 충격이 컸다.

분명 사랑 노래인데,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면 이건 전혀 사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결말을 선택한 의도가 아직도 궁금하다.

 

 

3. 다른 결말을 상상해보며

 

내가 결말을 새롭게 쓴다면,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레오는 사랑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고, 옷을 디자인할 때 예민해지는 탓에 전 여자친구와 자주 부딪혔다.

결국 그것이 이별의 원인이 됐고, 레오는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봐 현 여자친구를 계속 밀어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여자친구는 다그치는 대신 이해하고 곁에 머문다.

그 온기 덕분에 레오는 조금씩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고, 마침내 여자친구만을 위한 옷 한 벌을 완성해 건넨다.

 

이런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이 노래 자체가 “너를 지키기 위해 헤어지자”라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 메시지를 살린 따뜻한 마무리도 충분히 어울렸을 것 같다.

 


 

〈꽃잎놀이〉는 분명 아름다운 노래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는 그 아름다움 뒤에 섬뜩한 이야기를 숨겨두고 있었다.

가사와 뮤비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이 콘텐츠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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