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도보다 화려한 런웨이, ‘솔로지옥’은 왜 비즈니스가 되었나

세상에서 가장 핫한 지옥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솔로지옥이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예능 트렌드의 중심에는 언제나 ‘연애 리얼리티’가 있었다. 헤어진 전 연인과 한 공간에 모이기도 하고,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극사실주의 일반인들이 등장하기도 하며 시청자들을 과몰입의 세계로 인도했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시리즈는 화려한 비주얼과 세련된 연출을 무기로 글로벌 흥행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번 <솔로지옥 5>의 막이 내린 순간, 마음속에 남은 것은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아닌 짙은 씁쓸함과 아쉬움이었다. 사실 이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짙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종 선택이라는 결말이 다가올수록, 이 프로그램은 연애 리얼리티가 아니라 인플루언서로 데뷔하기 위한 런웨이이자 거대한 비즈니스 매칭 쇼처럼 변질되어 있었다.

시청자들은 몇 주간 출연자들의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들의 감정선에 동화된다. 오늘은 누구와 천국도에 갈지, 마지막엔 누구의 손을 잡고 지옥도를 탈출할지 함께 숨을 죽이며 지켜본다. 하지만 마침내 최종 커플이 탄생하고 화면이 암전되는 순간, 시청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지독하리만치 비즈니스적이다. 방영이 끝나자마자 시청자들을 반기는 것은 기다렸다는 듯 폭등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화려한 브랜드 협찬 사진 등이다. 이 순간 시청자들은 지독한 배신감과 허무함을 느낀다.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 중에서 <솔로지옥5>는 특히 ‘나 자신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브랜딩하여 대중들에게 팔 것인가’에 초점이 매우 많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결국 이 프로그램에서 결말은 진정한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인플루언서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문에 불과해 보인다. 출연자들의 시선이 종착지에서 진짜 서로를 향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화면 너머 종영 후 터져 나올 대중의 반응을 향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결말의 화제성은 잡았을지언정, 연애 예능의 본질인 ‘관계의 진정성’이라는 숙제를, 방송 내내 제대로 해결했는지 모르겠다.

<솔로지옥> 시리즈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비주얼이다. 화려한 외모의 출연진, 이국적인 지옥도의 풍광, 럭셔리한 천국도의 대조적인 미장센은 이 프로그램의 포기할 수 없는 정체성이다. 문제는 그 아름다운 화면 안에 출연자들의 진정성 있는 ‘감정의 서사’가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말이 아쉬운 이유는 그들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화려한 비주얼만큼이나 매력적인 ‘감정의 빌드업’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로지옥>의 화려한 비주얼을, 출연자들의 감정선을 더욱 드러내는 ‘장치’로 역이용하여 결말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연출의 변주는 결말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최종 선택의 순간, 시청자들은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두 남녀가 커플이 되는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감정의 기록을 통해 차곡차곡 쌓여온 두 사람의 설렘, 오해, 질투, 그리고 마침내 이어진 감정의 서사를 목격하게 된다. 화려한 비주얼은 인플루언서를 위한 치장이 아닌, 그들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솔로지옥>이 가진 시각적 강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도, 인플루언서식 비즈니스 감정이 아닌 진정성 있는 ‘인간 대 인간의 끌림’을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예능적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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