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밥으로 세상을 구하는 한 취사병의 이야기 | ‘취사병 전설이 되다’ 리뷰

오늘 이야기해 볼 작품은 〈취사병 전설이 되다〉입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2026년 5월부터 tvN과 TVING에서 동시 방영 중인 드라마로, 박지훈 주연에 최룡 작가, 조남형 감독이 함께한 작품입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이등병 강성재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밀리터리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첫 방송부터 2026년 tvN 월화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드라마 화제성 부문 2위에 단숨에 안착하고 주연 박지훈은 출연자 화제성 1위에 이름을 올리며 대중적인 신드롬을 증명했습니다. 군대라는 폐쇄적인 배경 안에서 요리와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서사를 활용하여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빠르게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식칼로 전설을 쓰다.

총 대신 식칼, 탄띠 대신 앞치마짬밥을 뒤흔들 전설이 온다

주인공 강성재는 군 입대 이전 가난한 집안에서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급작스레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장례를 치르던 중 입영통지서를 받아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깊은 상실감을 안고 입대한 성재는 처음에는 관심병사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하지만, 어느 날 알 수 없는 게임 알림창이 눈앞에 펼쳐지며 이상한 목소리의 나레이션과 함께 요리와 관련된 퀘스트를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영문도 모른 채 퀘스트를 수행하던 성재는 점차 요리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요리라는 방식으로 승화시켜 나갑니다. 못먹을 수준의 맛을 자랑하던 강림소초의 군 급식에 신선한 변화를 이끌어온 주역으로 주목받으며 성장하는 성재는 단순히 병사들의 만족도를 올리는 것을 넘어 요리를 통해 소초 내외의 각종 사건사고를 해결해 나갑니다.


전설이 되려는 자와 그 동료들

강성재 (박지훈)

작품의 주인공. 부친상을 당한 후 깊은 우울감에 빠진 S급 관심병사로 시작해 퀘스트를 성공하며 점차 전설의 요리사로 각성하는 과정을 박지훈은 서툰 신병의 위태로운 내면 연기부터 입체적이고 몰입감 높게 그려내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습니다. 요리라는 행위가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아버지와의 연결고리이자 스스로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성재가 음식을 만드는 장면들은 볼수록 감정적으로 다가옵니다.

윤동현 (이홍내)

성재와 더불어 이 드라마의 더블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로, 기존 강림소초의 취사병이자 말년병장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도 없고 실력도 형편없는 인물로 묘사도비니다. 처음에는 성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동현이 점차 그를 인정하고 일종의 콤비가 되어 성장해가는 과정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을 이루며, 군대 내 선후임 관계의 변화를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박재영(윤경호)

4중대의 행정보급관. 본인 피셜 여수에서 유명한 조폭으로 활동했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힘은 없습니다. 딱딱한 군대 안에서도 자유로이 살아가는 영혼. 동기들은 전부 원사를 달아 진급에 성공했지만 계속 진급에 실패해 상사에 머물러있다. 유쾌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불의가 있거나 병사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등 각종 사건사고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초를 지키는 베테랑 행정보급관입니다.

조예린 (한동희)

강림초소장으로 부임한 여군 장교입니다.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하는 꼿꼿한 성격으로, 육군사관학교 성골들 사이에서 학군단 출신이라는 이유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거라며 손가락질하는 이들의 비난 속에서도 당연한 것들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고자 꿋꿋이 노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성재라는 신병의 전입으로 버라이어티한 나날을 보내게 되며, 병사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모습이 극 전반에 걸쳐 꾸준히 드러납니다.

황석호 (이상이)

육사 출신의 4중대장. 늘 밑바닥 성적을 유지했지만 눈치 없이 버티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는 편이라 턱걸이로 임관까지 하게 된 인물입니다. 자존심이 무척 강해 일종의 가오가 육신을 지배한 것 같은 말들을 남발할 때가 있으며, 음식에 관해서도 대단한 미식가인 척하고 특히나 병사들이 만드는 음식을 굉장히 무시합니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며 원하는 것을 얻어낼 때까지 병사들을 갈아 넣는 일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사건의 기억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어떻게든 미리 막으려 한다.


취사병이 우리에게 주고 싶은 것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기획의도는 크게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이 드라마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첫 번째는 취사병이라는 존재에 대한 재조명입니다. 매년 30만 명의 청년들이 군 복무를 하는 가운데, 총 대신 국자를 들고 병사들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15,000명의 취사병들은 주말도 없이 가장 일찍 일어나 가장 늦게 근무를 마칩니다. 이 드라마는 그 밥 한 끼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병사들의 하루를 채워주는 활력소이자 사기를 올려주는 핵심 자원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전투 내에서 존재감이 없어보일 수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취사병이 만드는 한 끼 식사가 군 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두 번째는 상태창이라는 판타지 장치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B와 D 사이에 있는 C”라는 기획의도의 문장처럼, 이 드라마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우리의 현실을 게임이라는 형식을 빌려 풀어냅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현실에서 주저하고 후회하는 우리에게, 상태창의 도움을 통해 미숙한 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점차 쌓여 성장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흙수저 출신으로 관심병사 낙인까지 찍힌 강성재가 레벨 업을 거듭하며 전설이 되는 과정은, 만렙의 갓생을 꿈꾸지만 레벨 1짜리 미생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통쾌한 위로가 됩니다.

세 번째는 요리 그 자체가 주는 시청각적 즐거움입니다. 이 드라마는 군대 요리하면 떠오르는 뻔한 메뉴들이 아니라,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특별한 요리들의 향연을 내세웁니다. 또한 강성재가 단순히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한 사람을 지키고 그들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요리하는 그 과정이 더해져서 작중의 요리씬들이 주는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눈과 귀로만 전달될 수밖에 없는 맛을 시각적으로 유쾌하고 과장되게 풀어내며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이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또다른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밥심으로 버티는 청춘들에게

박지훈 배우의 “왕사남”의 흥행을 이어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취사병 전설이 되다>. 2026 상반기 OTT 드라마 중에서도 오랜만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인데요. 정주행을 하니 왜 인기를 끄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초보 요리사가 요리대회에 나가 심사위원, 주위 동료들에게 음식을 통해 진심을 전하고 그들을 감동시키는 전개와 음식을 맛본뒤에 나오는 과장된 리액션 씬들이 작품 특유의 매력을 많이 드러내 준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출과 내용구성들이 뻔하고 유치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개인적으로 내용의 엄청난 깊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성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부대 내의 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느낌이 조금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 봤을 때,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 내용의 깊이 보다도 신선한 소재, 코믹한 연출 및 시각적으로 화려한 효과, 그리고 어린 청년들의 성장과정 그 자체에 집중시키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오래오래 기억될 명작으로 남기보다도 지금 현재, 대중들에게 신선한 웃음과 따뜻함을 전해주며 시간을 훔쳐가는 그런 친구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다크한 분위기를 풍기거나 어렵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그런 드라마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런 유쾌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건네는 작품들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때로는 돌아가지 않고 직접적으로 에너지를 전해주는 작품들이 더욱 더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모든게 어렵고 미숙한 청춘들에게 잠시나마 웃고 유쾌한 위로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자신있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이 담긴 맛있는 음식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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