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소녀? Y2K 팝스타? 키키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여러분은 요즘 가장 핫한 케이팝이 어떤 노래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현재 멜론 TOP100 1위인 키키의 404 (New Era)인 것 같은데요. 워낙 데뷔곡인 ‘I DO ME’가 전례없던 일명 ‘자연의 유기농 소녀’ 컨셉으로 큰 사랑을 받았었는데, 이번 404 같은 경우, 2000년대, Y2K, 일명 ‘롯데리아 벽지 언니’라고 불리는 그 시절 유행 스타일들을 잘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조금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키키의 색은 무엇일까?

데뷔부터 404까지 굉장히 트렌디하고 수요 있는, 미적 완성도가 정말 높다는 측면에서는 컨셉에서 어느정도의 일관됨이 느껴졌지만, 언뜻 보기엔 앨범들의 통일성이 느껴지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였거든요.

유기농 소녀에서 갑자기 멋쟁이 2000년대 언니들로..?

아무런 의미 없이 이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사뭇 다른 두 이미지 속 전하고자 하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과연 키키의 진정한 컨셉은 무엇이며, 이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일지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 글은 작성자의 주관적인 의견과 해석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본래의 아티스트, 디렉터, 제작자의 의도와는 상이할 수 있습니다.

1. 키키(KiiiKiii)라는 그룹명

우선 그룹의 컨셉과 정체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그룹의 이름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은 워낙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이름의 어원이 많음과 동시에, 그룹명에서 그 그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담으려고 하죠. 키키의 그룹명은 웃음소리를 연상시키는 유쾌함을 바탕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키키는 영문으로 [KiiiKiii]라고 표기하는데요, I가 특이하게 3개씩 표기되는데, 이는 반복된 i를 통해 독립적인 개인이 함께 모여있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2. 유기농 소녀들의 ‘나’: I DO ME

키키의 그룹명 소개에서 언급되었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개성을 존중한다는 그 자체의 곡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데뷔곡인 이 ‘I DO ME’에서는 그 메시지가 제목부터 드러납니다.

특히 노래 가사에서도, ‘다른 그림들은 upside-down 결국 내가 가는 길이야’, ‘남 눈치s, Why do you care? I’m just 달릴 거야 멋대로’와 같이 남들의 시선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내 걱정, no, 난 나답게 더 빛나져

난 ‘내’가 될 거에여

난, 나답게 더 잘해여

와 같은 가사에서 ‘~에여’ 라는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었습니다. 맞춤법은 물론 지켜야하는 규칙이긴 하지만,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를 가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적 허용을 이용한 형식으로도 나타낸 것이 신선하다고 느껴졌어요.

사실 있지 이후로 4-5세대 걸그룹에서 사랑 스토리보다는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답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그룹이 많이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게 MZ세대의 특징이기도 하죠.

  • 있지: 달라달라, ICY, WANNABE, SNEAKERS 등
  • 아이브: I AM, ATTITUDE, REBEL HEART 등
  • 르세라핌: FEARLESS, ANTIFRAGILE, UNFORGIVEN, EASY 등

 

다들 비슷한 메시지를 강조하는데, 결국 여기서 차별화를 얻기 위해서는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과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하죠. 이 곡은 특히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비주얼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손끝엔 나비 That’s my living ring’ , ‘콩 무당벌레, That’s my piercing’과 같은 가사에서도 신선하고 독보적인 색이 느껴졌죠. 이에 더해 고음보다는 저음 위주의 노래와 보이스로 키키만의 색을 만들었고, 이지리스닝 & 대중적인 멜로디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소녀들의 순수한 우정 : DANCING ALONE

키키의 두 번째 앨범 타이틀곡인 DANCING ALONE은 굉장히 순수한 우정을 담은 가사로 최근에 또 화제가 되고 있어요. 저는 이 노래를 ‘순애적인 우정’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쌍쌍바를 사도 더 큰 쪽을 너에게 양보하고, ‘너가 왜 미안해 오히려 너를 꼭 안아줄게’, ‘네 미소가 나에겐 기쁨’과 같은 가사에서 굉장히 순수하고 조건없는 우정이 보여요.

뮤직비디오에서도 가사와 일관되게 소녀들의 우정이 잘 드러나고, 데뷔곡 ‘I DO ME’와 연결되는 분위기의 자연 배경도 많이 등장합니다.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함께 발매된 수록곡 ‘딸기게임’ 또한

“난 센 척하며 네게 다가간다 잘난 네 이름 일부러 부른다”

“오 난 널 이기는 게 너무 어려워 널 싫어하는 건 훨씬 어려워”

와 같이 뭐든 잘하는 친구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큰 우정이 드러납니다.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는데요, 곡에서는 자꾸만 친구와의 우정, ‘함께’를 강조하는데 왜 곡 제목은 [DANCING “ALONE”]일까? 하고 제목의 뜻을 찾아봤습니다.

타이틀곡 ‘DANCING ALONE’은 시티팝과 레트로 신스팝이 조화를 이루는 리듬 위에, 혼자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한다. 빠른 비트 속에서도 조급하지 않고, 반짝이는 감정 속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혼자서 춤춘다’는 말은 외로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과 순간의 자유, 그리고 진심 어린 감정 교류에 대한 이야기다. 밝지만 직선적인 멜로디, 빈틈없이 짜인 사운드 위에 실린 보컬은 마치 ‘우리만 아는 말’처럼 다정하게 다가온다.
-출처 멜론

 

즉 ‘ALONE’이라는 표현은 ‘혼자’가 아닌 ‘자유’를 강조하기 위해 쓰였다고 합니다.

자유, 자신의 마음을 따르겠다는 데뷔곡인 “I DO ME”와도 연결되죠! 뿐만 아니라, 저는 다음 앨범인 404와도 연결되는 것이 바로 이 ‘자유’라고 느껴졌습니다.

4. 오류가 아닌 새로운 시대: 404 (New Era)

우선 ‘404’는 웹이 요청한 페이지를 찾을 수 없을 때 뜨는 HTTP 코드라고 합니다. 여기서 키키는 404에 New Era, 즉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를 추가해 좌표 밖의 찾을 수 없는 페이지를 새로운 시대라고 정의해 또 다른 세계를 개척했다고 보는 것, 잘못된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닌, 새로운 시대라고 보는 시선이라고 일반적으로 해석하시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키키의 컨셉에 의문을 가진 지점이 바로 이 곡이라고 했죠? 앞서 설명드렸듯, 404(New Era)가 타이틀인 이번 앨범 [Delulu Pack]에서는 자연의 모습을 많이 담은 기존 키키와는 사뭇 다른, 시티팝, Y2K 등 과거 유행 스타일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고 자유를 강조했던 기존 키키와는 다른 이야기일까?

바로 그 해답은 404 (New Era)의 뮤직비디오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뮤직비디오 초반에는, 멤버들이 2025년을 마무리하고 2026년을 맞이하며 새해 소원을 비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What’s your new year wish?”라는 문구와 함께 어린 시절 여러 꿈을 가지며 이것저것 도전했던 어린이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러고는 노래가 시작되며 락스타, 재즈 디바 등 다양한 꿈을 이루는 멤버들이 등장하죠. 어쩌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차원’으로 간 것처럼 말이에요.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멤버들이 바로 기존의 ‘자연의 소녀’ 키키와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후 멤버 수이가 한 남성이 가지고 있는 보드에 2000년대 팝스타 사진이 있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장면이 나오고, “Let me be a 2000’s pop star”라는 문구와 함께 2000년대 화면 속에서 팝스타가 되어 춤을 추는 멤버들이 등장합니다.

그 후에도 멤버들은 과거 흑백화면 시절 가수가 되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함께 춤을 추는 등, 원하는 것은 뭐든 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이후 브릿지 파트가 되었을 때는, 다시 소원을 비는 멤버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 듯한 수이의 모습이 나타나며 지금까지의 모습은 어쩌면 소원을 빌며 상상하는 환상 속 꿈들이 아니었을까 하는데요, 앨범 이름이 [Delulu Pack]이죠? 여기서 Delulu란 delusional(망상적인)의 줄임말로, K-POP 팬들 사이에서 아이돌에 관련해 망상을 하는 것에서 퍼진 단어라고 합니다. Delulu라는 앨범의 수록곡 뮤직비디오에서도, 환상 속에 있는 듯한 멤버들의 모습이 나타나죠, 이를 통해 여러 꿈을 이루는 멤버들의 모습은 멤버들의 망상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후 “What’s your real wish?”라는 문구가 등장하고, 가발을 벗는 이솔, 그리고 자유를 만끽하며 달려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멤버들이 달려가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I DO ME”가 다시 생각나는 자연이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끝까지 보고 나니 저는 ‘결국 유기농 소녀 키키와 팝스타 키키가 이렇게 연결되는 거였구나!’ 라고 느꼈는데요,

락스타, 2000년대 팝스타 등 여러 소원과 꿈을 이루는 망상을 해 봤지만, 결국 진짜 원하는 것은 “I DO ME”의 모습인 키키, 아무것도 구속받지 않고 자연, 날 것 그대로의 안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자유”를 가진 자신이 진정한 키키가 아니었을까요? 키키가 정말 말하고 추구하고 싶었던 것은 “자유”라는 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남들의 시선따윈 신경쓰지 않고, 함께 가는 환상 : Running in a Dress

키키는 이번 앨범 프로모션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Running in a Dress]라는 제목의 소설을 업로드하였는데요, 마치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승강장처럼 공주 드레스를 입고 러닝머신을 달려 12월과 1월 사이의 새로운 시공간으로 가는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키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감상하실 수 있는데요, 아래 링크도 함께 첨부해 두겠습니다!

https://kiiikiii.kr/?door=3

 

저는 이 소설에서

① 남들의 시선따윈 신경쓰지 않고, 공주 드레스를 입고 달리는 러닝머신 : I DO ME – 남 눈치s, Why do you care?

② 다음 연말에도 외롭기만 한다면 갈 수 있는 곳, 우정으로 연결되는 세계 : DANCING ALONE – 우정을 노래

③ 정해진 날짜가 아닌, 좌표 밖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12월 32일, 33일: 404 (New Era) – 좌표 밖의 지점

이라는 세가지 곡이 모두 나타났다고 느껴졌어요.

새로운 년도에서 벗어난 시공간의 소녀들의 대화 장면인데요, “시대를 잘못 태어난 걸지도 몰라. 이 시대는 모든 게 너무 빠르잖아”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키키는 빠르게 변화하는 이 사회를 따라가기보다 자연과 같은 자신의 본질,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저는 이처럼 I DO ME – DANCING ALONE – 404 (New Era)를 통해 키키가 정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기보다, 서로를 아끼며, 자유로운 나 스스로의 모습을 추구하자’라고 느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별화된, 순수하고 신선한 가사와 젠지 세대를 겨냥한 비주얼적인 면모를 통해 키키만의 색이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글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잼 공장 컨셉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거나, 슬라임 앨범 판매 등 키키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신선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신인인데 벌써부터 멜론 1위까지 달성한 키키, 다음 앨범도 굉장히 기대가 되는데요! 지금까지의 모습들이 결국 자유로운 자신을 추구하는 메시지를 암시하는 듯 했으니, 다음 앨범에도 때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또 한번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ㅎㅎ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정말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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