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속에 숨긴 얼굴, 마스크걸

장난, 놀림, 조롱, 비방.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지점을 얕잡아
타인을 손가락질할 때의 표정,
마치 괴물의 탈을 쓴 것같이 환희에 찬
악마의 얼굴.

그 앞에 맨얼굴을 드러내고 대응하기는
무섭다.

같은 성과를 내더라도
외모까지 함께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현실에,
결국 마스크를 쓰기로 결심한 김모미.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을 켜면
그곳에선 오로지 내가 이룬 것들로만 평가받는다.

현실보다 인터넷 세상에서 더 큰 자아실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현실보다 인터넷 속이 더 위로가 되는 사람.
그게 김모미다.

 

 

무례한 평가로부터 멀어지는 대신, 무례하지만 기분 좋은 평가를 받아내기


인터넷 방송에서의 김모미는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내 건 쇼호스트다.

자신의 춤, 목소리, 그리고 신체까지.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을 내보이고
돈과 칭찬을 얻는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너무나 이상한 상황이
김모미에게는 위로이자 자아실현의 순간이 된다.

남에게 이유 없이 비방받던 이는
더 이상 비방받지 않는 삶이 아니라
남에게 칭찬받는 삶을 꿈꾼다.

돌이켜보면
여전히 타인에게 평가당하는 자신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멸시가
환호로 바뀌었다는 것.
그 사실 하나에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한다.

김모미는
비로소 사랑받게 되었다는 착각 속에서 허우적댄다.

더 좋은 평가를받기 위해,
더 뜨거운 반응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점점 더 자극적인 상품으로 매대 위에 올려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마스크는 자신의 못난 면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받아내기 위한 얼굴이 된다.

 

 

마스크를 써도 변하지 않는 것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세계를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김모미에게 날아드는 시선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김모미가 가면 쓴 자신을 내세웠듯이
닉네임이라는 장막 뒤에 숨은 수많은 타인들이 채팅 속에 존재한다.

그들은 ‘마스크걸’을
가면을 쓴 김모미, 그리고 가면 속의 김모미로 구분하여
사물화한다.

가면을 쓴 김모미를 욕망하고
가면 속의 김모미를 상상하며 조롱하고 멸시한다.

하지만 이번의 멸시는
예전과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노골적인 비웃음 대신
관심과 환호를 가장한 채 다가온다.

그래서 김모미는
그 시선이 자신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기꺼이 더 많은 자신을 내어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는다.

완전한 타인들이 사랑한 것은
‘김모미’가 아니라,
가면 속에서 소비할 수 있는 욕망이었다는 사실을.

환호는 쉽게 돌아서고,
사랑이라 믿었던 시선은
언제든 조롱으로 뒤집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김모미가
여전한 자신의 처지를
가장 폭력적으로 확인했을 때,

김모미는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가죽 위에 다른 얼굴을 입힌다.

가면을 쓰는 것만으로는
타고난 자신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새 얼굴, 새 삶.


방송을 접고,
직장을 그만두고,
살던 집을 이사 나오고,
새 얼굴로 새 삶을 살기 위한 새로운 장소에 닿은 김모미는
바뀌지 않았다.

타인에게 눈요기가 되는 삶.
타인의 욕망으로 활용되는 삶.

소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사회 속에서
김모미는 끝내 상품이 되는 법부터 배웠다.

다만 새로운 장소의 김모미에게는
자신과 너무나도 같은 궤도를 걸어온
춘애가 있었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관계,
누구보다 서로를 애틋이 여기는 사이.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지키는 게 가장 우선인 둘.

그리고 끝내,
춘애는 김모미를 지켰다.
자신의 목숨과 모미의 안전을 바꿔서.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했던 사람.
세상 모두가 괴물의 얼굴을 하고 달려들 때,
유일하게 서로를 사람으로 바라봐 주었던 관계.

그 끝에 남겨진 김모미는
어느 순간 자신에게 와 있던
미모를 낳는다.

 

 

모미와 미모


아주 오랫동안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온 사람.

못생겼다는 이유로 웃음거리가 되고
예쁘다는 이유로 소비되던 사람.

그런 김모미가 아이에게 말한다.

못생기게 태어나도,
엄마가 예쁘다고 해줄게.

어쩌면 그 말은
그저 미모를 향한 다짐이 아니라,
평생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말을
스스로에게 처음 건네는 순간의 무게를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마스크걸>은
괴물이 되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끝끝내 사람으로 남고 싶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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