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해 볼 작품은 〈고백부부〉입니다. 〈고백부부〉는 2017년 KBS2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장나라, 손호준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방영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화제성 1위를 기록하기도 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종영 이후에도 밀도있는 스토리라인과 메시지, 배우들의 연기 등으로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진짜 이야기하는 것은 화려한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백부부> 여느 로코처럼 웃기고 설레다가도 다른 로맨스 드르마에서는 볼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짙은 감동을 주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고백 to 1999
결혼을 후회하는 부부의 전쟁 같은 리얼 인생 체인지 드라마
작품의 마진주와 최반도는 한때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던 부부입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의 무게 속에서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서로에 대한 애정은 떨어질 때까지 떨어졌으며, 각자의 삶에 지칠대로 지친 두 사람은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혼을 결심한 두 사람은 어느 날, 동시에 결혼반지를 빼 던져버리고 이상한 지진과 같은 현상을 둘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1999년 대학 시절, 20살 때의 모습으로 깨어납니다. 몸은 20대이지만 기억은 현재 그대로인 채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번엔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합니다. 두 사람은 자신이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좇으려 하고, 반도는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인연을 발전시키고자 하지만 계속 우연히, 어쩌면 운명적으로 다시 부딪히며 지속적인 교류를 하게 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열정적인 인생과 사랑을 살아온 사람들
마진주 (장나라)
38세에는 육아와 살림에 지쳐 자존감을 잃어버린 독박 육아맘이었지만, 20살 대학생으로 돌아가 꿈같은 캠퍼스 라이프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스무 살의 외모에 서른여덟의 능청스럽고 성숙한 내면이 더해져 과거와 달리 당당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거듭나며, 학교 최고의 킹카인 정남길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래에 두고 온 아들 서진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늘 가득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듭니다. 또한 과거에 이미 돌아가신 엄마와의 기적 같은 재회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다시금 깨달아 갑니다.

최반도 (손호준)
38세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치열하게 영업을 뛰는 고단한 가장이었으나, 20세로 타임슬립한 뒤 청춘을 다시 즐기기로 결심하는 인물입니다. 과거로 돌아간 후 첫사랑인 민서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지만, 생각과 달리 자꾸만 눈앞에 밟히는 전 와이프 마진주 때문에 혼란을 겪습니다. 겉으로는 철없어 보여도 내면은 여전히 가장의 책임감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어, 성숙한 어른의 시선으로 주변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정남길(장기용)
대학 이사장의 아들이자 훈훈한 외모와 지성을 겸비한 킹카로,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머니의 부재와 가정 불화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지닌 인물입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와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럽고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진주에게 묘한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진주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결핍을 채워감과 동시에 그녀를 향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순정남의 면모를 보여주며 최반도와 팽팽한 삼각관계를 형성합니다.

민서영(고보결)
최반도의 대학 시절 첫사랑이자 무용과를 대표하는 퀸카로, 화려하고 완벽한 겉모습과 달리 엄격한 집안의 압박과 발레에 대한 스트레스로 숨 막히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타임슬립 후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반도를 처음에는 경계하지만, 또래답지 않게 자신의 아픔을 깊이 공감해 주고 든든한 조언을 건네는 그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됩니다. 반도와의 교감을 통해 늘 억눌려 있던 자신의 진짜 감정과 마주하게 되며, 부모의 기대가 아닌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주체적인 성장을 이뤄냅니다.

감정을 후벼파던 순간들
※ 스포주의! ※
<고백부부>를 보면서 가장 감동적이라고 느꼈던 2가지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먼저 우리를 떠난 엄마의 재회
과거로 돌아간 진주는 현재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 은숙과재회합니다. 돌아가신 이후 꿈에서도 한번조차 보지 못한 엄마를 처음 보자마자 진주는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이후 엄마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그리고 반도 역시 엄마처럼 지내던 장모님을 길가에서 마주치고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기도 하죠. 이처럼 두 사람은 몇년동안 은숙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컸던 것입니다.
그리고 반도는 의도적으로 은숙에게 다가가며 가까워지려고 하고 은숙이 도움이 필요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그녀를 돕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포도 한 박스와 함께 진주의 집에 찾아가는데요, 이때 반도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과 그동안의 설움에 대한 토로를 하며 자기도 진주만큼이나 장모님이 보고싶었다고 말합니다.

미래에 두고 온 가장 소중한 것
과거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에 엄마가 남아있다면 미래에는 반도와 진주의 아들 서진이가 있습니다. 진주와 반도는 서로를 잊고 각자의 첫사랑과 설렘을 느끼며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하지만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어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서진이가 자꾸 생각납니다.
그치만 반도와 진주가 다시 이어지지 않는다면 서진이는 태어나지 못할겁니다. 이 청춘과 젊음이 너무나 행복하지만, 20대의 새로운 설렘이 커지기도 하지만, 서진이만 생각하면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고민에 빠지게 되죠. 서진이를 향한 두 사람의 마음은 결국 이들이 과거에서 무엇을 깨닫고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가리키는 나침반이 됩니다.

현재로의 귀환, 그리고 달라진 시선
그렇게 결국 두 사람은 결국 현재로 돌아오기로 결심합니다.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더욱 솔직해지고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며 가슴 구석 한켠에 남아있던 서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라는 감정들이 조금씩 커져간 결과이기도 하죠. 과거에서 충분히 웃고 울고,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고, 놓쳤던 감사함을 되찾은 뒤 결국 두 사람은 서진이가 기다리는 현재를 선택하며 다시 사랑하고 힘을 합쳐 가정을 지켜나가기로 결심합니다.
내게 가장 소중할 기억들
<고백부부>를 봤을 때 당시가 초등학생-중학생 정도의 나이였는데요, 그 때 엄마와 거실에서 나란히 앉아 마지막회를 보던 장면이 현재까지도 새록새록 기억날 정도로 저의 인생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타임슬립이라는 비교적 진부하고 클리셰가 되어버린 장치를 정말 감정적으로 그 효과를 100% 활용한 드라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상황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보다,오히려 과거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하는 전개가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로코의 성격과 감동적인 부분들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으면서도 양쪽 측면을 모두 최대로 끌어올려, 100%와 100%가 더해져 200%의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의 결이 전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편집되어 있어 장르적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떨어져가 던 부부의 결혼생활만 보다가 점차 이들이 행복해했던 날들을 회상하는 장면들을 볼 때 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그들의 재회를 더욱 더 바라게 되고 그들의 행복한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며 동시에 안타까움의 감정들이 공존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린시절 이 드라마를 봤을 때는 서진이가 반도에게 안기는 장면이나, 반도와 진주가 어린 아이를 보며 서진이를 회상하는 장면들, 진주가 잠꼬대로 서진이의 이름을 계속 외치는 장면들이 정말 눈물샘을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진주의 엄마이자 반도의 장모님인 은숙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볼 때 마다 울고 웃게 되기도 하지만, 감정의 포인트와 몰입의 방향성이 계속 달라지면서 매번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의 치유를 얻기도 하지만 오히려 점차 가슴을 후벼파는 먹먹한 감동과 슬픔이 더 크게 자리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말까지 보고 난 후에는 지나온 제 인생을 차분히 돌아본 기분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환경들을 몇 번씩 둘러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신파로 억지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건드리면서 이를 깨닫게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난… 왜 이 모양이냐…
난 왜…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냐…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데…
죽어라 노력했는데… 10년 전 오늘처럼…!
다 엉망진창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