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뮤엔토 대학생 에디터 1기 허시원입니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 혹은 연애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무언가 간질거리고,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늘 내 곁에 당연한 모습으로 존재하던 부모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괜히 안 믿기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감동적인 영화는 2014년 개봉한 <수상한 그녀>입니다.
‘가족’이라는 제한된 이름 밖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코미디’라는 장르적 재미 속에,추억의 명곡들을 세련되게 리메이크하여 깊은 감동까지 선사하는 이 작품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

삶의 유일한 낙이 아들 자랑인 오말순(나문희) 할머니는
말 그대로 아들에게는 지극정성이지만 며느리에게는 한없이 박한 전형적인 시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말순 할머니는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하는 가족들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놀라움과 서운함, 그리고 내심 가족들의 처지가 이해되기도 하는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을 안고 그녀는 밤거리를 방황합니다.

그때 묘한 불빛에 이끌려 발견한 ‘청춘 사진관’
어쩌면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되었다는 씁쓸한 자각 때문이었을까요,
그녀는 그곳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듯 영정사진을 촬영합니다.
하지만 “찰칵” 하는 셔터 소리가 마법처럼 터진 순간, 오말순의 시간은 거짓말처럼 뒤바뀝니다.
더 이상 뼈마디가 쑤시지도, 숨이 차지도 않는 파릇파릇한 20대의 신체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렇게 ‘오말순’은 20살인 ‘오두리’로서 자신이 꿈꿔왔던 경험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오두리의 삶
제2의 인생을 맞이한 오두리는 젊어진 몸으로 청춘의 자유를 만끽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오른 실버클럽 무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죠.
오두리의 독보적인 음색에 매료된 친손자 ‘지하(진영)’는 그녀를 자신의 밴드 리드 보컬로 영입하고, ‘반지하 밴드’를 결성합니다.

시원한 가창력과 복고풍의 감성을 가진 오두리는
밴드 버스킹을 통해 남녀노소 상관없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는데요.
나아가 방송국 신인 무대까지 진출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자신이 그렇게나 돌아가고 싶던 젊은 시절,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지금을 만끽하던 오말순에
마침내 가장 중요한 대형 생방송 무대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비극은 예기치 않게 찾아옵니다.
손자 지하가 무대로 오던 중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지하는 희귀 혈액형을 가지고 있어 피 공급이 어려웠고, 지하는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합니다.
가족 중 유일하게 그 피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오두리, 즉 오말순뿐이었습니다.
젊은 신체를 유지하는 근원은 다름 아닌 그녀의 ‘피’였습니다.
상처가 나 피를 흘리면 수혈한 양만큼 다시 노인의 몸으로 돌아가게 되는 법칙이 있었죠.
지하에게 피를 건넨다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던 스무 살 오두리의 삶을 영원히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같았습니다
찬란한 조명, 진동하는 박자, 울리는 내 목소리, 나를 향해 박수 치는 관중 그리고 오두리로 만난 다양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두리는 지하를 살리기로
오말순이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할머니 이전의 ‘오말순’
우리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릴 때 어떤 모습에 익숙한가요?
자식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손주들의 끼니를 챙기느라 분주히 손을 움직이는 풍경이 먼저 그려지곤 합니다.
보통은 단어 그대로 ‘할머니’, ‘어머니’라는 가족 내 역할의 위치로만 그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오두리의 찬란한 행복을 지켜보며,
우리는 ‘오말순’이라는 한 개인에게도 뜨거운 꿈과 지키고 싶었던 삶이 존재했음을 깊이 체험하게 됩니다.
또한 오두리라는 가면을 쓰고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았기에, 비로소 자식과 손주들의 삶의 고단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역설적인 순간도 존재했죠.


결국 우리는 흔히 가족을 이해할 때 서로에게 부여된 ‘역할의 이름’으로만 상대방을 재단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단 하나의 관계로만 정의될 수 없는 복합적인 존재들입니다.
지하는 누군가의 손자이자 아들이며, 밴드의 리더이자 대학생이듯이,
오말순 역시 누군가의 할머니이자 어머니이기 이전에, 아픈 한국 현대사 속에서 남든 남편을 타국으로 보내고 홀로 여의어야 했던 한 여인이며,
대중 앞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주체적인 인물인 것처럼 말입니다.
가족이라는 고정된 세계관에서 벗어나, 서로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봐 주는 것.
이 유동적인 시선이야말로 모든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진심으로 품어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서로를 특정한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각자의 다양한 모습을 긍정해 줄 때, 우리의 가족은 비로소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뮤엔토 에디터 허시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