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쯤 음악을 듣고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나는 메모장에 자주 내 생각과 기억을 적어놓는 편인데,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음악을 들었던 그 당시 기억들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음악이 가진 향수]라는 제목의 메모를 지금도 작성하고 있다. 2019년부터 한 음악에 꽂힐 때마다 적어 놓은
메모인데, 벌써 시간이 2026년으로 흘렀다.
그동안 음악 취향도 정말 많이 바뀌었고, 관심사도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찾게 되는 가수가 있다.
나의 20살을 가득 채워주었던 아티스트, 백예린이다.
몽환적이면서 구름을 걷는 것 같은 질감의 목소리,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너무 좋아했다. 외적인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반전미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정말 오직 목소리와 음악만을 너무 좋아했다. 지금에서는 그 팬심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그 당시 자주 들었던 노래들을 들으면 여전히 마음 한켠이 뭉클해진다.
20살, 코로나 & 자취하는 반수생

2020년은 정말 삭막한 시대였다. 내 기억으로는 코로나로 모든 것이 막히기 시작한 것이 2월 말쯤, 전화 추가합격으로 겨우 붙은 인서울 끄트머리 학교 근처에 쉐어하우스를
계약한지 이틀도 안되어 전면 비대면 전환 소식을 들었던 것 같다. 더 나쁜 소식은, 나는 반수를 결심한 반수생(대학을 입학한 채로 수능을 준비하는 재수생)이었다는 거다.
집과 학교가 멀어 학교를 다닐 때 자취를 하면서 수능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우리 부모님은 졸업장도 보장할 수 없는 학교의 1학기 등록금에
필요없는 월세까지 비용으로 감당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난 첫 자취에 꽤나 신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차 코로나가 심해져서 도시 봉쇄 수준까지 갔을 때쯤, 점점 외로움이 시작됐다. 그때 정말 우울했던 것 같다. 첫 수능 결과를 마주하고 나서부터 학벌 콤플렉스에 쌓여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어느 학교에 갔는지, 누가 어느 과에 갔는지가 그렇게 궁금하면서도 듣기 싫었다.
난 왜 니가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걸까
감당하지도 못할 것들을 손에 꼭 쥐고서
여기서 무얼 얼만큼 더 나아지고픈 걸까
백예린 – Bye bye my blue
고등학교 중반쯤 멀어진 친구들. 서울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음에도 부를 친구 없고, 코로나여서 대학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으니(심지어 반수생이라 친해질 노력도 안했다)
누구와도 교류를 안했던 것 같다. 반수생이니까 공부에 집중해야지라고 혼자 자기위로를 건넸지만, 그럼에도 너무 외로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정말 노래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백예린을 접했다.

Every letter I sent you.
2019.12.10
백예린
1 Intro
2 Rest
3
Popo (How deep is our love?)
4
can i b u
5
Meant to be
6
Mr.gloomy
7
lovelovelove
8
Bunny
9
0310
이 앨범을 2020년 봄쯤 접했는데 자취방 근처에 산책로가 있어서 마음이 심란해질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걸으며 이 앨범의 노래들을 들었다. 특히 <Popo>라는 노래, 이 노래에는 유난히 애정이 있다. 점차 따뜻해지는 공기와 심란할 때마다 걷는 평화로운 거리가 유려한 이 음악과 너무 잘 맞았다. 마음 한켠엔 반수에 대한 불안과 우울을 갖고 있지만, 이 음악을 듣고 걸을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뜻한 봄과 거리, 음악을 즐겼던 것 같다.
Can I walk with you? or have a tea with you
당신과 걸을 수 있을까요? 차를 마셔도 좋아요
백예린 – Popo (How deep is our love?)
이 가사처럼, 그냥 우울할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정처없이 걸었다. 요즘도 느끼는 건 누구보다도 음악이 날 위로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이를 누구에게 토로하나 전전긍긍했다. 부모님, 친구 등 누구에게 불안을 털어놓아도 극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깨달은 건 결국 나는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나의 20살은 유난히 우울하고 삭막했지만, 이 앨범과 노래 때문에 따뜻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별로 나를 대표하는 노래들을 꼽는 것.
나의 20살은 무조건 백예린의 <Popo>로 장식하고 싶다. 나의 20살을 가득 채워준 백예린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