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밝고 명랑하게, ‘이반리 장만옥’ 리뷰

 6월 10일 개봉한 영화 <이반리 장만옥>은 중년 레즈비언 만옥이 고향 이반리로 돌아와 전남편인 이장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이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유의 명랑함과 기세, 사람들과 금세 가까워지는 소통력으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만옥. 하지만 전남편은 선거판 한복판에서 만옥의 성 정체성을 폭로해버리고, 조용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한다. 용기와 똘끼, 그리고 꺾이지 않는 명랑함으로 시골 마을을 뒤흔드는 만옥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관객상, 제2회 남도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제39회 BFI 플레어 런던 LGBT 영화제,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6회 광주여성영화제,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많은 관객들을 만났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사랑스럽다는 점이다.

특히 장만옥 역의 양말복 배우는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특유의 밝고 당당한 에너지가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정말 어딘가에 이반리라는 마을이 있고, 그곳에 장만옥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코미디 연기는 조금만 과해도 어색해지기 쉬운데, 양말복 배우는 만옥의 엉뚱함과 당당함을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덕분에 웃기면서도 밉지 않고, 끝까지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 완성된다.

만옥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 역시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고 매력적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좋은 중년 여성 배우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영화 전체를 따뜻하게 채운다.

 


농촌, 퀴어, 중년 여성. 어쩌면 무겁게 다뤄질 수도 있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이반리 장만옥>은 이를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옥이라는 인물처럼 당당하고 유쾌하게 밀고 나간다.

누군가는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낯설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시선에 일일이 해명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만의 리듬과 유머를 끝까지 유지한다. 나에게 이 영화는 ‘퀴어 인물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라고 느껴졌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설득하려는 영화는 아니다. 그냥 관객을 빵빵 웃게 해준다. 그리고 그 웃음 사이사이에 퀴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어렵지도 낯설지도 않게. 누구보다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웃음도 적재적소에 잘 터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객석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이어졌고, 그 분위기마저도 참 따뜻했다. 영화 속 누군가를 비웃는 웃음이 아니라, 인물들을 응원하며 함께 웃게 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극장을 나올 때는 웃음보다 위로가 더 오래 남았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보다,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유쾌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보고 나면 괜히 기분이 조금 가벼워진다. 참 멋진 영화를 보고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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