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디즈니+를 통해 다소 새로운 ‘미드폼’ 형식의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이 공개되었다. 한 회에 약 20-30분 정도의 길이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비교적 짧지만 매회 섬뜩하고 강렬한 장면의 구성으로 스릴러의 서늘한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메스를 든 사냥꾼>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메스’를 다루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 ‘서세현(박주현)’이다. 서세현은 천재 부검의라는 타이틀을 가진 법의학자로서 메스를 통해 죽은 자들을 부검하고, 그들의 흔적을 통해 사건 경위를 파헤치는 일을 한다. 그런 그녀에겐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는데, 바로 살인마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 살인 현장을 수습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의 살인 흔적을 시신에서 찾게 되고, 살인을 도왔던 자신의 과거를 감추려는 사투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극 중 서세현은 의사도 우려할 정도의 반사회적 성격장애, 즉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가까스로 자신의 사이코패스 아버지인 윤조균(박용우)에서 벗어나 보육원 수녀에게 입양된 후,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아나가며 사회에 편입되어 성공한 법의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진 <메스를 든 사냥꾼>은 과연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을까.

인간의 본성, 선과 악
인간의 본성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다. 성선설, 성악설, 그리고 그 둘 중 무엇도 아니라는 성무선악설까지.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은 정말 수 세기를 거쳐 논의될 만큼 추상적이기에 답을 내기 어렵다.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서세현의 반사회적 행동은 과연 선천적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과연 정말 서세현이라는 인물은 태어났을 때부터 악했을까. ‘그렇다’라고 생각하는 이도,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수 세기 동안 학자들을 괴롭힌 본성에 대한 난제를 우리가 손쉽게 정의 내리는 것은 어쩌면 섣부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이 드라마에서의 서세현이라는 인물은 그 본성이 악하지 않다.
세현이 어렸을 적, 그녀의 엄마는 윤조균으로부터 폭행 당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엄마에게 다가가 그 주변에 흐르는 피를 닦는다. 울지도 않고 아주 침착하게. 이 행동을 지켜본 윤조균은 그녀가 사이코패스인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며 그 후부터 그녀를 자신의 출장 현장, 즉 살인 현장에 데리고 다닌다. 이 장면은 세현이 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살인을 처리하는 역할을 해야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정말 이 엄마의 피를 닦은 행동이 그녀의 악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임이 분명할까. 그녀는 그때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세현은 감정이 있어도 그 감정을 표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즉, 슬픔, 행복,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지라도 그 감정을 입 밖으로 토해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났다는 것이다. 세현은 이 지옥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부모로부터 또 사회로부터 고립된 나머지 발버둥 치는 법조차 터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였던 그 당시 세현의 세상은 너무나도 어둡고 좁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현이 엄마의 피를 아무렇지 않게 닦은 것은, 잔혹한 본능이라기보단 자신이라도 살아남기 위한 조용한 무언의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악함은 교화될 수 있는가, 단지 억제되는 것인가
의사는 어린 세현을 보고 그녀의 잔인함을 지적하며 교화되기 어려운 수준의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수녀의 헌신적인 사랑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인물로 자리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세현의 성장은 두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말 내면의 악함이 선함으로 변모했다고 볼 수도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그 악함이 잠시 억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해석들 중 에디터는 전자를 고르고 싶다. 세현은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의 살인 현장을 수습한 기억만으로 충분히 고통을 느낀다. 이는 악함이 내면 깊숙이 남아서 억제되었다고 보기보단 세현이 악함의 부정적인 성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현은 지난날의 과오를 의식적으로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법의관으로서 더 이상 메스를 살인 도구로 삼기보단, 죽은 사람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도구로써 사용한다. 이는 악함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려고 노력하며 그로부터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이 드라마에서 세현은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봐주는 정정현(강훈) 경위를 통해 다시금 따스함이라는 감정에 다가가며 더 이상 사이코패스의 딸 서세현이 아닌, 온전한 본인으로 살아감을 암시한다. 이는 결코 일시적인 악함의 억제라고 볼 수 없으며 선함이라는 잊었던 성질이 세현의 내면에 자리 잡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메스를 든 사냥꾼>은 메스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해 여러 해석을 요구한다. 세현의 메스는 과거를 도려내고 새로운 선함을 새기는 상징적인 도구로서 기능한다. 즉, 따스한 유대 안에서 누구든 변화할 수 있다는 이 기록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희망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