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몇 개의 이름만이 남았다 [은중과 상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은중과 상연]은 2025년 9월, 넷플릭스에 올라온 15부작 드라마다.

주인공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류은중 (김고은)과 천상연 (박지현)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렇게 한 사람과 ‘10대부터 40대까지 끈질기게 엮일 수 있을까?’, ‘10대부터 40대까지 한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서사가 있어서 부럽다’, ‘내가 은중이었다면 상연과 마지막을 동행했을까?’, ‘나는 친구들에게 은중처럼 보일까, 상연처럼 보일까?’ 이러한 다양한 생각들이 들었다.

 

 

두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10대부터 40대까지 서사

 

10대의 천상연은 흔히 부잣집 딸로 당시 또래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상연에게 엄격한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류은중은 천상연처럼 잘 살지는 못하였지만 따뜻한 어머니가 계셨다. 상연의 엄마는 은중에게 따뜻하게 대하여 주었고 은중이는 상연의 어머니를 잘 따랐다. 반대로 엄마의 따뜻함을 은중의 엄마를 통해 느낀 상연은 그런 은중을 부러워하였다. 은중의 첫사랑은 상연의 오빠 천상학이었다. 하지만 천상학은 자살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상연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20대, 은중과 상연은 대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같은 사진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사진 동아리 선배인 김상학이 은중의 첫사랑이었던 천상학을 떠올리게 한 건지 은중은 김상학과 연인이 된다. 하지만 사실 김상학과 먼저 연락을 하던 건 상연이었다.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며 다시 삶의 생기가 돌았던 상연과 은중이 서로 오해가 쌓이며 은중과 상연은 결국 두 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30대, 은중과 상연은 영화 PD로 김상학은 촬영 감독으로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상연은 미성숙한 태도로 은중을 배신하고 대성하게 된다. 이에 은중은 스스로를 고립하게 된다.

 

 

40대, 잘나가던 상연은 영화사 대표가, 은중은 잘나가는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상연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 시한부가 되었다. 그런 상연은 스위스 안락사를 선택하게 되고 본인의 동행자로 은중을 떠올린다. 시상식에서 수상하고 상연은 은중을 언급하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결국 은중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상연과 함께 스위스로 향한다.

 

우정과 애증

 

은중과 상연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꼈고 사랑했고 그만큼 부러워하고 원망했다. 이들의 관계를 한 단어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우정과 애증 사이 그 어딘가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0대엔 서로가 갖지 못한 가정환경을 동경하고 질투하였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꼈고, 각각의 개인으로 살아가던 20대엔 재회의 반가움과 선망과 패배감과 질투 다양한 감정이 공존했다. 30대엔 모든 선망과 질투가 화살이 되어 공격을 하였고 40대엔 그들의 원초점이었던 우정과 포용으로 돌아갔다.

각자 한 번씩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나는 그 사람만큼 잘나지 못하여 스스로를 상대와 비교하고 폄하하며 응원하는 내 마음과 나를 깎아내리는 마음이 공존하여 혼란스러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은중과 상연]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씩 경험해 보았을 만한 ‘감정’이 서사를 이끌고 있다.

 

정 (情)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정 또한 느낄 수 있다. 아빠가 돌아가신 은중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상연에 집에서 놀 때면 은중의 저녁을 챙겨주던 상연의 엄마, 가게에서 수제비를 챙겨주고, 상황이 좋지 않던 상연에게 과외 자리를 소개해주고, 상연이 은중에게 잘못한 걸 알고도 따뜻하게 안아준 은중의 엄마. 이러한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여러 시대적 배경

 

은중과 상연의 10대 배경인 1990년대는 당시 학교, 주거 환경의 모습과 수학여행 모습 등을 볼 수 있고, 20대가 되었을 때는 당시의 대학 생활, 월드컵 등 다양한 한국의 시대적 배경이 담겨있는 드라마라 외국인들이 보기엔 흥미로운 요소로 보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김고은, 박지현의 연기력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두 사람이 15화 동안 이어가던 연기 호흡이었다. 그 어느 누구 한 명도 부족함 없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에 몰입하고 각각의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기 좋았다. 그래서인지 어쩔 땐 은중에게 공감이 가 은중이 편을 들고 있을 때도 있었고, 어쩔 때는 상연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보이고 상연의 상황이라면 나도 그랬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몰입을 하게 되었다.

[은중과 상연]은 내가 본 2025년 드라마 중 가장 재밌고 여운이 오래 남는 드라마여서 지금도 다시 찾아보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이지만 이 작품을 접하게 된 계기는 넷플릭스를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순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시청자들과 더불어 세계 각국의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은중과 상연]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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