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복된 시선, 반복되는 대상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남긴 질문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대형 포털 회사에서 근무하는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일과 사랑을 주체적으로 쟁취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기존의 성역할을 의도적으로 전복한 연출은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배타미(임수정 분)는 애정 관계인 박모건(장기용 분)보다 사회적 지위와 나이, 관계의 주도권에서 우위를 점하며, 기존 로맨스에서 남성에게 부여되어 왔던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박모건은 감정 표현에 능하며 관계의 주도권을 쥐기보다는 배타미를 기다리고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는 기존 여성 인물들에게 부여되었던 수동적인 성역할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커리어에 대한 열망과 자부심을 지녔다. 가령 모건은 자신의 회사가 새로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가 회사의 실력이 아닌 타미의 인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남의 자리를 뺏고 부당하게 돈 버는 게 어른스럽다고 생각하지도 않아.”라며 이를 거부한다. 따라서 작품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단순히 맞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성역할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에 가깝다.

이러한 성역할의 재구성은 인물 설정과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각적 연출에서도 기존의 남성적 시선을 전복하며 여성을 욕망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그려낸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 매체에서 카메라는 관객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지 결정한다. 영화의 성장 이후, 카메라는 남성적 시선을 대변하며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등 여성을 대상화하여 소비하도록 이끌었다. 영화학자 로라 멀비(Laura Mulvey)에 따르면, 고전적 내러티브 영화는 남성 중심적 시각 체계를 통해 관객을 남성적 시선과 동일시시키며, 여성을 시각적 쾌락의 대상으로 재현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는 일부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남성을 대상화하는 카메라를 사용한다. 가령 박모건이 야근하고 있는 배타미의 회사로 찾아온 장면에서, 카메라는 배타미의 시선을 대변하며 박모건의 몸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목선과 입술, 가슴과 같이 성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으로 담아낸다. 더불어 “너 너무 야하게 입고 다니는 거 아니야? 가슴 다 보여.”와 같은 배타미의 대사는 기존의 미디어에서 여성에게 행해지던 말을 전복적으로 차용한다. 이에 박모건은 “진짜 이상한 아저씨야.”라고 답하며 기존 성역할 고정관념을 가볍게 풍자한다.
이처럼 대상화의 대상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복시킨 카메라는 기존에 억압되어 있던 여성의 성적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여성은 수동적으로 보이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욕망하고 바라보는 주체로 위치하게 되는데, 이는 시청자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나 해방감을 부여한다. 실제로 해당 클립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약 667만 회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과연 대상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러한 방식으로 남성을 대상화하는 카메라가 고착화된다면, 여성을 대상화하던 카메라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기존의 남성적 시선이 여성을 욕망과 소비의 대상으로 재현해 왔으므로, 이제는 여성도 동일한 방식으로 남성을 대상화할 수 있다는 논리는 대상화의 방향만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같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기존의 성역할과 남성적 시선을 전복 및 재구성하여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복이 대상화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기보다는, 대상만 달라진 또 다른 형태의 대상화를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어쩌면 작품을 본 뒤 우리에게 남아야 할 것은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누군가를 욕망의 대상으로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대상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대상을 욕망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재현 방식 자체를 넘어서는 일일 것이다.
참고문헌
Mulvey, Laura. 1975. 「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Screen 16(3): 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