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회장님 아들이라면? ‘GD편’이 보여준 웃픈 민낯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라 하면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을 떠올릴 것이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3년을 방영했으며, 최전성기 당시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더라도 기획이 화제가 돼 “요즘 이런 거 한다더라” 하는 식의 소식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무한도전>은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웃음을 주었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청자가 <무한도전>을 사랑한 것은 멤버들과 그들 간의 케미, 기획, 제작진에서 오는 재미와 감동 외에도 풍자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도 있다. <무한도전>은 13년간 유행을 패러디하기도 했고, 콩트식으로 우리 일상의 ‘웃픈’ 현장들을 재해석하기도 했다. 이때 예능다운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뼈 있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이런 방식은 시청자가 부담 없이 사회 문제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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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 시리즈는 20주년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기획이다. 무한상사라는 회사에 근무한다는 설정의 콩트로 멤버들의 애드리브와 직장인들의 희노애락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공감을 샀다. 그중에서도 지드래곤이 권지용 사원으로 등장한 ‘추석특집 무한상사’를 통해 프로그램이 풍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1. 시작부터 정해진 답, ‘공정’이라는 이름의 허울

우선, 이 에피소드에서 풍자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면접이 애초에 내정자가 정해져 있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5명의 지원자가 치열하게 면접을 치르지만, 면접관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이미 합격자는 권지용으로 결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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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면접관이 채 나오기도 전에 결과지가 붙어버리는 것을 그저 웃기기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내정자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때까지는 권지용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가 사전에 내정된 인물이었다는 점은 드러나고, 다른 지원자들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이미 합격자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윗선에서 누군가로 이미 답을 정해놓았다면 그 과정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허탈한 사실을 은근히 녹여낸 것이다.

2. 상사는 하늘이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그렇게 신입사원이 된 권지용에게 정형돈 대리는 사사건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다가, 1대1 면담에서 “상사는 곧 하늘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은근히 압박한다. 특히 패션에 대한 비난과 지적을 하며 회사 생활에 맞는 복장을 입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결국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억지로 입히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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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입사원이 회사 분위기에 맞추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이 장면은 개인의 개성이나 영역보다 조직의 통일성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특유의 문화를 꼬집는다. 유재석 부장의 썰렁한 아재 개그에 직원들이 억지로, 리액션을 쥐어 짜내는 모습 또한,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아부가 직장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지 그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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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경과 출신이 곧 ‘인격’이 되는 사회

이 에피소드의 정점은 권사원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신입사원일 때 그에게 라면 심부름을 시키고 면박을 주던 상사들은, 그가 회장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태도를 180도 바꾼다. 권지용이 다시 본인의 스타일대로 차려입고 돌아오자 상사들은 그에게 온갖 아부를 떨며 조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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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권지용은 회사 경험도 크게 없지만 팀과 각 직원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직원들은 이를 손 모으고 경청한다. 사실 권지용의 첫날 복장이 과했던 것도 맞고 상사들이 가르침을 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진짜 문제는 ‘신분’을 알고 난 뒤에 보여주는 상사들의 태도다. 이는 한 사람의 인품이나 능력보다 그가 가진 부(富), 자리, 집안이라는 배경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절대적인 권력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신입사원 권지용’과 ‘회장 아들 권지용’은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대접받는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결국 배경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서글픈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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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는 직장인들이 겪는 현실을 극대화해서 웃음을 주고 큰 공감을 얻었다. 물론 제작된 지 10년이 넘었기에 현재는 곳곳에서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이 문제와 함께 ‘배경이 실력이 되는’ 계급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가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웃음과 함께 남는 씁쓸함은 이 시리즈에서 보여준 풍자의 포인트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자료: https://www.breaknews.com/111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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