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너와 나의 경계선이 사라지는 순간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하나가 딱 떠오르는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먼저 이 양화는 황선미 님의 장편동화인 ‘마당을 나온 암탉’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으로 2011년 개봉하였습니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좁은 양계장 안, 품지도 못할 알만 기계적으로 낳아야 했던 암탉 ‘잎싹’

하지만 그녀에게는 ‘알을 품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잎싹은 구속된 삶을 박차고 나와, 존재의 본질을 찾기 위한 용기 있는 탈출을 감행합니다.

광야 같은 세상에서 잎싹은 듬직한 조력자 ‘나그네’와 ‘달수’를 만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버려진 알 하나를 제 몸으로 품어내죠.

그 온기 속에서 태어난 아기 청둥오리 ‘초록’은 종의 경계를 넘어 ‘잎싹’을 유일한 어머니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계절은 가혹한 겨울로 향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굶주린 족제비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그러면서 잎싹과 초록은 이제 단순히 ‘살아남기 위함’이 아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닭과 청둥오리의 대면

 

자신의 몸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닭장에 갇혀 알을 낳는 것

아니, 생산하고 있는 수백 마리의 닭 중 하나인 잎싹은

죽은 동료들이 저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곳으로 나가게 되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이 어디인 줄도 모르지만, 그 빛으로 나가기 위해 죽은 척을 해 양계장에서 탈출을 성공합니다.

그렇게 탈출한 세상에서 조력자 청둥오리인 ‘나그네’와 수달인 ‘달수’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밖 세상에 서투른 그녀가 터를 잡는 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또한 나그네가 남긴 단 하나의 알, 잎싹은 평생을 갈망해온 그 ‘꿈’을 가슴으로 품어 안습니다.

 

 

그 지극한 온기에 보답하듯, 그렇게 청둥오리 ‘초록’은 부단히 알을 깨고 태어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의 세상이 되어주던 시간도 잠시, ‘초록’은 자신과 ‘잎싹’이 다름을 점차 깨닫게 됩니다.

어머니의 부리와 다른 나의 부리, 물갈퀴 없는 어머니의 발.

그걸 어머니인 잎싹은 모를 수 없었습니다.

그녀 또한 미안함을 느끼며 발에 나뭇잎을 붙여 수영도 해보려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잎을 붙여본다 한들 둘은 같아질 수 없습니다.

결국 ‘초록’은 존재론적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소리칩니다.

 

“우리라고 하지 마. 엄마랑 난 달라, 다르다고!”

그러나 잎싹은 그녀의 소중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그래. 달라. 그게 뭐 어때서?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잎싹’은 ‘초록’과 마주한 순간 닭과 청둥오리가 아니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아이였습니다.

그녀에게 종은 보이지 않으며,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지요.

물론 초록 또한 잎싹은 자신이 처음 세상에 나오며 만난 최초의 절대자인 부모로서 그런 요소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상과 사회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너희는 너무 달라서 함께하기 힘들 거야’라고 속삭입니다.

그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던 ‘종차’라는 경계선을 부여하는 것이죠.

사실 더 넓혀 생각해 보면, 우리 또한 종차뿐만이 아닌 여러 가지의 요소들을 확신한 경계선으로 나눠 세상을 쪼개 바라보게 됩니다.

사실 그것은 세상을 파악하기 위한 인간의 숙명적인 인식적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서로 이어져있고, 경계선은 우리가 만들어낸 인식 체계임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우리도 경계 너머의 타자를 있는 그대로 긍정할 때 비로소 우열 없는 환대와 사랑의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잎싹’과 ‘초록’이 만난 그 순간처럼 말입니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초록은 어느덧 눈부신 비상을 꿈꿀 만큼 강건하게 자라났습니다.

고된 노력 끝에 무리의 인정을 받은 그는, 이제 철새로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날지 못하는 잎싹은 그곳에 남아 다음 해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받고, 아들 ‘초록’이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좁고 답답한 양계장을 박차고 나왔던 그날처럼, 잎싹은 자신의 날개를 자유롭게 퍼덕여봅니다.

날개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을 느끼며 비로소 자신도 함께 비상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잎싹이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던 중, 잎싹의 등 뒤로 숙적이었던 족제비가 나타납니다.

울의 냉혹함 속에서 자신의 새끼들을 먹일 젖조차 나오지 않아 절박해진 또 다른 ‘어머니’의 모습으로 말이죠.

 

 

그러나 ‘잎싹’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먹고 너의 아이들을 살려줘’

그들 또한 족제비와 닭이 아닌, 똑같은 어머니로서 서로의 마음을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잎싹’의 마음속에 울려 퍼진 이 문장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줌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그녀의 결심을 보여줍니다.

족제비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달려들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작중 족제비는 끊임없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악’의 상징으로 비추어졌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그 악의 가면은 벗겨집니다.

이는 생명이 생명을 먹고 이어지는 ‘거대한 세계의 순리’이자 ‘숭고한 희생’의 한 단면으로 재정의됩니다.

 


 

끝으로,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의미를 내포한 영화였는데요.

저에게 있어서는 “나는 우주(세상)와 분리된 개체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죽음을 먹고 살며

결국 인간 또한 죽은 후 퇴적되며 양분이 되다 보면,

우리의 몸은 모든 자연의 일부요, 자연의 경이로움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뮤엔토 에디터 1기 허시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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