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씽 – B-는 재수강이 안되는걸요

 

줄거리

2000년대 초 3인조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은 가요계를 휩쓸다 표절 시비와 라이벌 최성곤의 스캔들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다.

20년 후, 생계형 방송인으로 전락한 리더 현우(강동원 분)는 재기의 발판이 될 공연 제안을 받고 재벌가 며느리가 된 도미(박지현 분), 빚더미의 보험 설계사 상구(엄태구)를 찾아 나서며 트라이앵글의 좌충우돌 재결합이 시작된다.

 

홍보

와일드 씽은 홍보 방식이 굉장히 특이했다.

영화 개봉 전 극 중 아이돌인 트라이앵글이 실제로 컴백하는 것처럼 컴백 날짜를 공개하고 선공개 곡을 발매했다.

라이벌 최성곤 역시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그 정체가 오정세라는 반전은 웃음 포인트)

선공개된 음악의 퀄리티와 강동원이라는 간판 배우, 그리고 코미디 장르의 오정세.

이 삼박자가 맞물리며 영화는 금세 바이럴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2000년대 초반에 데뷔한 3인조 혼성 아이돌 그룹 트라이앵글이다. 표절 시비로 그룹은 몰락하고, 영화의 시점은 현재로 돌아온다.

과거 이야기는 데뷔부터 몰락까지 넓은 범위를 다루지만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그러나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3인조 혼성 그룹이란 소재는 코요태를 자연히 떠올리고, 길거리 캐스팅으로 급조되었다는 것과 음악방송을 통한 성공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2000년대 아이돌 문화를 겪어온 이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대마초 흡연과 외국 곡 표절 논란으로 몰락하는 것마저 익숙하다.

때문에 짧은 시간임에도 관객들은 트라이앵글과 라포를 쌓을 수 있었다.

반면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지루했다.

형구가 이전 멤버들을 찾아가는 과정.

강원도 공연장으로 향하는 과정들은 늘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이러한 느낌은 내 개인적인 감상일지 모른다.

영화는 상황을 반복하며 웃음을 끌어낸다.

가령 박용규(신하균)을 언덕에서 끌어올리다 놓치는 장면을 반복하며 웃음을 주려한다.

이러한 반복이 웃음을 주지 않았던 경험이 내게 많기에 다소 지루하단 인상이 남은 듯하다.

코미디 장르인 만큼 서사는 굉장히 가볍다.

인물의 성장도, 로맨스도, 그 어떤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은 그저 유한한 태도로 웃을 마음만 가지면 된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계로 작용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코미디에 집중한 영화인데 재미가 없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극장에서 관객들이 웃을 때 세상이 나를 두고 깜짝 카메라를 벌이는 것만 같았다.

영화관을 나서며 “이걸 누군가가 투자해 주었다고?” 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가 웃었다는 사실은 명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가 코미디가 어려운 이유이다.

흔히 코미디를 가볍고 쉬운 장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취향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기에 누군가에게 웃긴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불쾌하기도 하다.

한국 코미디가 신파를 얹은 가족 드라마나 조폭 코미디로 귀결되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모두에게 공감 받을 수 있는 안전한 코미디 말이다.

와일드 씽은 공감대를 넓히려는 시도 대신, 2000년대 아이돌이라는 특정 공감대를 가진 이들을 웃기는 데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감한 선택은 비록 내게는 불호였지만 도적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장면은 없었는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배우의 역량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트라이앵글 멤버를 맡은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은 웃기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일상적 연기에까지 묻어나 연기가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느껴졌다.

반면 오정세는 달랐다.

초록매실 광고 속 조성모를 연상시키는 인위적인 상큼함, 은퇴 후 180도 바뀐 몰골과 포수라는 직업으로의 변신.

설정부터 압도적이었지만, 오정세는 그 설정이 아니더라도 웃겼다.

앞서 이 영화는 특정 공감대를 가진 이들에게 집중한다 설명하였다.

이는 배우진에게도 적용된다.

웃음은 반전에서 나온다.

엄태구, 박지현 배우가 내향형이라는 것, 강동원이 원래 몸치였다 등의 서사를 아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어색한 연기 역시 웃음 포인트였을지 모르겠다.

선공개 뮤직비디오와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미리 알고 영화를 본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엄태구의 평소 성격을 모른다면 그가 연기하는 상구는 그저 악을 쓰는 래퍼로 보일 뿐이다. (내가 그러하였듯)

이러한 맥락에서 홍보가 영화의 일부였던 셈이다.

헐거운 서사와 코미디만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B급 영화라 생각한다.

그냥 B가 아닌 B-.

영화를 안본셈 치고 그 시간에 다른 영화 재수강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점에서 이 영화는 B-의 성적과 유사하다.

You May Also Like...

error: 콘텐츠가 보호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