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영화가 전하는 성장의 순간들, 〈열여덟 청춘〉

우리는 왜 청춘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가? 어쩌면 영화라는 장르 속에서 청춘은 우리의 인생과 가장 가까운 영역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꿈과 좌절, 고통 속 함께하는 우정과 첫사랑, 그들의 모험을 그린 영화는 언제나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다. 그 이유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처음이기 때문에 서툴고 투박한 경험들이 발판이 되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오늘은 열여덟 살, 한창 방황하는 아이들이 그려가는 청춘에 대한 영화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2026년에 개봉한 어일선 감독의 영화 <열여덟 청춘>은 나락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 희주(전소민)는 기존 학교 규칙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직접 소통한다. 반장도 사물함도 모두가 돌아가며 맡게 되고 학교에서 사용금지였던 핸드폰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자유롭고 급격한 변화를 달가워하진 않는다. 익숙한 규칙과 반듯함이 좋은 우등생 경희(추소정)는 이런 선생님을 어려워한다. 한편, 엄마와 단둘이서 사는 순정(김도연)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아프리카로 떠나겠다는 꿈을 갖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고 있다. 순정에게 집과 학교는 그저 답답한 곳이었다. 하지만, 희주를 만나며 순정의 세계는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답답하기만 했던 그들의 열여덟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전혀 존중 받지 못하는 아이들

어느 날, 누군가 돌을 던져 교무실 창문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번이라고 생각했던 일은 어느덧 상습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학교는 이에 대응하기 시작하지만 범인 수색에 난항을 겪게 된다. 사실, 학교가 범인을 찾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학교는 잘못한 학생을 색출해내는 데에만 급급할 뿐 학생들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는다. 이때, 새로 부임한 담임 희주는 ‘누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왜’에 집중해야 된다며 학생들이 왜 유리창을 깼을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범인을 찾아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학생이 던진 돌이 처절한 외침으로 묘사된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고 관심 받고 싶어하는 열여덟 살 학생의 처절함 몸부림. 우리는 때로 그 외침을 무시하는 것이 더 편하기에 애써 못 본 척 피해버린다.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를 피하지 않고 묻는다.

 

 

 

나를 제대로 마주하며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 희주는 반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한다. 그녀는 학교에와서 느닷없이 모든 규칙을 허물고 학생들에게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그리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마음 일기’를 작성하게 시킨다. 마음 일기를 받은 학생들은 하루동안 내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놓치지 않고 적는다. 또 책상 위에 카드를 나눠주고 자신이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쓰라고 시킨 뒤, 그것들 중 가장 덜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을 한 장씩 버리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예절반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맡게 된 희주는 아이들에게 서로 질문을 하게끔 한다. “요즘 너는 어때?” 이 일련의 과정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학생들은 마음 일기에 내 마음을 적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되고 순간순간 몰랐었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과의 카드게임에서는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누굴 가장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게 되며 ‘나’를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에게 물어보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통해 그들은 서로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모두가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성장하며 자란다

영화에서 희주는 처음부터 학생들의 마음을 전부 다 이해하고 열여덟, 한창 예민한 아이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통달한 캐릭터로 나오지만 사실, 그녀에게도 그러지 못했던 시절이 존재한다.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친한 친구를 잃은 고등학생 희주는 그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좌절감으로 오랜 시간동안 힘들어한다. 그렇게 고등학교 교사가 된 희주는 또 다시 누군가를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제대로 마주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학생들도 그런 희주의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과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는 상처받고 슬퍼하며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다. 영화는 그런 메세지를 희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무겁지 않아서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였지만, 캐릭터 간의 스토리와 유대관계가 갑작스럽게 형성된 듯한 느낌을 받았고 ‘청춘’이라는 소용돌이를 지나가고 있는 캐릭터들의 방황이 깊이 있게 묘사되지 않아 아쉬웠으며 몇몇 대사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른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이 영화를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청춘은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이자, 어쩌면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떤 삶을 원하는 걸까? 누군가는 방황하고 누군가는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 <열여덟 청춘>은 그 청춘들의 곁을 지켜봐 주고 함께 있어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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