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나, 〈웰컴투 삼달리〉

세상에 나 혼자 뚝 떨어진 기분,

그 누구도 나를 들어주지 않고, 하늘마저 나를 버린 기분.

그럴 때 가장 찾게 되는 것이

고향이다.

 

내가 나고 자란 곳,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투정 부리고 의지할 수 있는 곳,

마음의 고향.

 

고향 냄새 지긋지긋하다 싶다가도

들이마시는 순간 내쉬는 숨이 한결 가벼워지는,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 향수.

 

이름도 바꾸고 연락도 끊은 채, 잘나가는 사진작가로 사는

조은혜, 아니 조삼달이 삶에서 가장 외로운 순간,

 

조삼달은 용이 난 개천, 제주로 돌아간다.

 

하지만 <웰컴 투 삼달리>는

고향이라는 공간이 사람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공간을 채운 사람들, 고향을 지켜온 나의 주춧돌과 같은 사람들이

나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떠나온 곳, 돌아갈 곳


서울에서의 조삼달은 혼자였다.

성공도 혼자 해내야 했고,

실패도 혼자 감당해야 했다.

 

잘나가는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한순간의 오명으로 모든 것을 잃는다.

 

십수 년 쌓아온 명성도,

사람들의 신뢰도,

자신이 사랑하던 일도.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

 

조삼달이 발붙이고 살 수 있는 곳은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제주뿐이었다.

 

서울에는 자신의 성공을 축하해 줄 사람은 많았지만,

망가진 자신을 품어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돌아간다.

도망치듯.

숨듯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떠났던 제주로.

 

 

개천에서 난 용은 개천이 제일 편하다


조삼달은

제주에서도 친구를, 주변 해녀삼촌들을 피해

끊임없이 숨어다녔다.

 

오랫동안 왕래하지 않아

제주가 어떤 곳인지 잊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는 서울과 다른 곳임을,

차갑고 외롭고 저를 물어뜯기 위한 사람들만 곁에 모이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임을 잊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에는 밥은 먹었냐고 묻는 엄마,

이런들 저런들 한 바탕 싸우고 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친구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조삼달을 키우다시피 한

마을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가장 약해졌을 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위로나 해결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곁에 있어주는 사람.

 

 

망가진 모습을 보여도

실망하지 않는 사람.

 

설명하지 않아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웰컴투 삼달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개천에서 난 용, 그리고 용부인.


그 중심에는

용필이 있다.

 

조삼달이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남아 있던 사람.

어쩌면 누구보다 상처받았을 사람.

 

하지만 용필은

조삼달에게 왜 돌아왔냐고 묻지 않는다.

왜 연락하지 않았냐고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힘든 얼굴을 하고 돌아온 사람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 시간을 증명하려 들지 않고,

그 시간만큼의 그리움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시 곁에 있어 준다.

 

그래서 용필과의 재회는

로맨스라기보다 위로에 가깝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이해해 주는 사람.

 

성공한 조은혜도,

모든 것을 잃고 돌아온 조삼달도,

같은 사람으로 바라봐 주는 존재.

 

용이 되어 개천을 떠난 이를 사랑하면서

그 용이 자라난 개천을 소중히 아껴온 사람.

 

결국 조삼달이 제주에서 되찾는 것은

사랑만이 아니다.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다.

 

세상은 조삼달에게

실패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갑질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끝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그보다 먼저

딸이고,

친구고,

동네 아이였던 조삼달을 기억한다.

 

그래서 조삼달은

비로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사람은 혼자 강해져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대어 다시 걸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개천을 떠나온 용들에게


돌이켜보면

<웰컴 투 삼달리>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도 없고,

거대한 음모도 없다.

 

대신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바라는 것이 있다.

 

무너졌을 때 돌아갈 수 있는 곳.

설명하지 않아도 받아주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나를

그 자체로 사랑해 주는 공동체.

 

그래서 이 드라마는 유독 따뜻하다.

조삼달이 다시 성공해서가 아니라,

조삼달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끝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이 등을 돌린 것 같은 순간에도,

어딘가에는 여전히 내 편이 남아 있다는 것.

혼자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사랑 위에 서 있었다는 것.

 

<웰컴 투 삼달리>가 주는 감동은

결국 그 단순한 사실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무너지고,

생각보다 오래 외로워하지만,

그래도 끝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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