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전쟁조차 삼킬 수 없었던 형제의 사랑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뉴스를 틀면 매일마다 보도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벌써 4년이 넘어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최근에는 이란까지 많은 나라들이 전쟁의 고통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도 전쟁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 일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교과서에서 보고 배운 믿을 수 없이 끔찍한 이야기와 자료사진 뿐이었다. 그리고 영화라는 존재는 그 추상적인 기억을 다시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보여주며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다. 오늘 날 우리에게 영화는 그저 문화예술일 뿐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메세지를 담은 행위이고 소통의 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한과 북한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강재규 감독의 <쉬리>,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등등 한 때 ‘분단영화 신드롬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영화가 나왔고 많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추억 속에서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004년 개봉한 강재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터에서 보여주는 뜨거운 형제애에 관한 이야기이다. 1950년 6월, 주인공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작은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일어난 전쟁은 그들의 행복하고 잔잔했던 일상을 처참히 무너트린다. 진석은 강제로 군용열차에 오르게 되고 동생을 찾으러 떠난 형 또한 징집대상이 되어 전쟁터로 향하게 된다. 진태는 무공훈장을 받으면 동생을 조기제대 시킬 수 있다는 말에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진석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진태는 광기어린 전쟁 영웅으로 변해가고 진석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며 형제의 갈등은 깊어져만 간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 민족 간의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전우애와 조국애, 그리고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전쟁조차 막을 수 없었던 두 형제의 눈물겨운 사랑을 담아낸 영화이다.

 


한국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로 만든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감독 강재규는 영화 <쉬리>로 대중들에게 첫 눈 도장을 찍었다. 1999년에 개봉된 <쉬리>는 600만명이 넘는 관객 수를 동원하며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2004년, 강재규 감독은 <쉬리>와 같은 소재인 분단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하여 개봉했다. 그 당시 140억원이라는 한국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었고 117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04년 가장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강재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기존 분단영화의 틀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 전의 분단영화들은 이분법적인 성향을 고수하며 전형적인 반공 이데올로기 영화들이었다. 강재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통일에 대한 고민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갈등보단 분단을 소재로 한 가족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며 구세대와 신세대를 모두 극장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일제 때는 나라라도 지키겠다고 싸웠지..! 이건 뭐!”

영화는 우리에게 그 누구의 편도 들게 하지 않았다. 우리 육군들이 인민군들을 용맹스럽게 칼로 찌르고, 죽일 때 멋있다고 감탄하게 만들지 않았다. 선과 악이라는 구분을 두기보단 한 민족으로서 온 몸에서 피가 쏟아져나오고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는 참혹한 모습에 똑같이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인민군을 보며 망설이는 진석의 모습을 통해 이 전쟁이 얼마나 우리에게 비극적이며 있어서 안되는 상황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쟁 속 끝내 사라져버리는 나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족을 부양하던 듬직한 형이, 자기 아이스크림 먹을 돈 아껴서 동생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여주고 싶어했던 다정한 형이 전쟁을 겪으면서 이성을 잃고 인간미 없는 인물로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영화 속에서 진태는 포로로 사로잡힌 인민군들 중 함께 구두 수선 일을 했던 용석을 만나게 된다. 전쟁을 치르며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일까, 진태는 용석과의 추억은 모두 잊고 인민군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만 바라보다 결국 용석을 죽이게 된다. 영화 후반, 진태는 자기 목숨보다 사랑한 동생 진석이 대대장의 지시로 불에 타 죽은 것으로 오해한다. 그는 인민군에 붙잡힌 대대장을 죽이고 인민군 깃발부대의 선봉이 된다. 추후 전장에서 다른 옷을 입고 다시 만난 그 둘은 꼭 살아 돌아와 집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진태는 끝내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영화에선 전쟁이라는 것이 한 인간을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가족의 행복을 어떻게 처참히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픔에 잠겨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떤 말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한민족에게 저질러졌던 그 일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과거의 큰 아픔이었던 전쟁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다. 땅도 공동체도 그 나라의 문화도 거래나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더 많은 욕심으로 인한 힘겨루기 싸움에서 결국 고통 받는 것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전쟁이 끝난 뒤 남겨진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아픔을, 그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하며 애도하는 것. 그것이 남겨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추억 속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무엇이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지탱하고 있는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며 스크린을 통해 그 때 그 시절의 슬픔과 전쟁의 참혹함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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