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톺아보기

 

 

여자가 꽃 이름을 알려주면 남자는 평생 그 꽃을 볼때마다 그 여자 생각을 하게 된대.”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中

 

 꽃다발에 대한 관심이 식을 때 결국 꽃은 시든다. 영화는 123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계속해서 이와 같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주인공 ‘무기’와 ‘키누’의 관계는 서로가 지하철 막차를 놓치게 된 우연에서부터 시작해 마치 누군가 정의해 놓은 수학 공식처럼 대부분 모든 연인이 맞게 되는 결말, 이별이라는 필연으로 끝나게 된다.

과연 우리가 꽃다발에 평생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 꽃은 영원의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쉬운 과정일까?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귀납의 과정으로 매우 현실적이고 섬세한 장면 묘사들로 보여준다. 서로가 편해지며 받았던 익숙함이 현실 속에서의 문제들과 맞물려 한 쌍에 연인들의 심지가 계속해서 꺼져가는 위태로운 모습을 영화는 시사한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이야.”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中

 

 영화 중반,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무기와 키누는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문득 키누는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라는 글을 떠올려 자신에게 닥칠 필연적 운명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내 무기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들의 파티는 지금 가장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을 뿐이다.’라고 마음을 다잡는 키누의 모습을 영화는 보여준다. 본인은 대부분의 사랑은 이별을 배우고, 이별은 또 다른 사랑을 배우게 된다고 생각한다.

내면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고 나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성장은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새 살이 돋아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처가 나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들은 어느새 상처가 무섭고 상처가 난다는 것에 두려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상처를 피하면 안 된다. 파도는 서로가 부딪혀야 발생하고 톱니바퀴는 서로가 맞물려야 돌아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지금을 온전히 즐길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애는 살아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서로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中

 

서로가 반드시 이기려고 하는 것은 스포츠의 불문율이자 더 나아가 이러한 불문율을 지키는 것은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냉정하고 잔혹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의 상대를 위한 작은 배려이다. 영화 후반부, 서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둘은 이별을 결심한다. 지하철 막차가 끊기고 둘의 우연한 만남이 시작되었던 날 갔던 카페에서 이별을 고하기 위한 이유로 다시 만난 둘은 키누가 먼저 무기에게 이별을 고하게 된다. 무기 역시 오래전부터 이별을 생각했지만 막상 아픈 현실이 자신에게 닥쳐오자 무기는 흔들리게 되고, 키누를 설득하고자 한다. 하지만 둘은 밀물이 들어오면 썰물이 빠지듯 결국 작별 인사를 고하게 된다.

나중에 키누와 무기 서로가 연애한 당시를 좋은 추억으로 회상하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연애의 유통기한이 끝나가면 한 쌍의 연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별의 방아쇠를 넘기게 된다. 그 방아쇠를 누가 당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누군가는 당기게 된다. 시리게 아프고 피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을 화려한 꽃다발에 비유해 아름다웠지만 결국은 시들어 버리는, 그렇지만 그 예쁜 꽃다발이 시들기 전까지의 시간은 분명히 아름답고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들이라고 영화는 얘기한다.

 

 

 

이번 주 톺아보기 시리즈는 평론과 수필의 결을 함께 살려 풀어내 보았다.

아직까지도 긴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평범한 연인들의 일상을 놀라울 만큼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사랑이라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영화였다.

결말이 쉽게 예측되는 익숙한 멜로가 아니라, 사랑의 시작과 끝을 보다 현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을 보고 싶다면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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