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2022년 인지도가 낮았던 케이블 채널 ENA에서 방영한 16부작 드라마입니다. 1회 약 1%의 시청률을 시작으로, 최종회에서 17.5%를 기록하며 신드롬적인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지금의 ENA가 있게 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입니다. 자폐가 있는 ‘영우’는 감각이 예민해 행동이 어색하고,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당차고 사랑스러운 변호사입니다. 이런 ‘영우’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영우’의 천재성을 발휘해 여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법정 드라마입니다.
해외에서도 통할 ‘우영우’의 흥행 공식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첫 화를 보았을 때, 배우 ‘주원’이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소아과 의사역으로 출연한 의학 드라마 <굿닥터>가 떠올랐습니다. 두 작품은 모두 자폐 스펙트럼과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특정 전문직 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나가는 성장 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편견 어린 시선을 극복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뭉클함은 국경을 초월을 초월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굿닥터>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 히트를 쳤었죠. ABC 채널에서 방영된 미국판 <굿닥터>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찍고, 시즌 7까지 방영을 마쳤습니다. 그렇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굿닥터>가 걸어간 글로벌적인 성공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을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다채로운 캐릭터
-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역삼역?”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 번 보면 모두 기억하는 천재이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감정을 읽는 것이 어렵고 소통능력이나 사회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영우만의 참신한 발상으로 사건이 막힐 때마다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집착하는 것들이 많다.
- 영우 지킴이 이준호
한바다 로펌 변호사들을 도와 소송 관련 다양한 업무를 보조한다. 친구 사이인 권민우와 함께 사는 중. 영우의 엉뚱한 고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고래 메이트’로, 영우와 함게 일하며 서로에 대해 이성적 감정을 쌓아간다.
- 한바다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영우의 멘토.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특별한 신입 영우를 만나 점차 변화해간다. 드라마 속 영우의 ‘서브 아빠’로, 영우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편견에 맞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한다.
- 봄날의 햇살 최수연
영우의 로스쿨 동기이자 로펌 동료.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영우를 만나 차가운 현실과 따뜻한 본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영우를 외면하지 않고 곁을 지켜주며 그녀 스스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한다.
- 권모술수 권민우
영우의 로펌 동료이자 준호의 친구. 로스쿨 시절 민우의 별명은 ‘권모술수 권민우’였다. 장애가 있지만 천재적이고, 낙하산이라는 소문을 가진 영우에게 과도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진심으로 영우를 약자가 아닌 라이벌로 여기며 견제하지만, 나중엔 진짜 동료로 거듭난다.
- 영우의 소울메이트 동그라미
“동 to the 그 to the 라미”는 영우의 유일한 친구이자 부족한 사회성을 길러주는 스승이다. 고딩시절 ‘또라이’라고 불렸지만, 영우가 먼저 다가가자 서로 친해졌다. 서로의 독특함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티키타카가 잘 맞는 소울메이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 변호사 ‘영우’의 원맨쇼가 아닙니다. ‘영우’라는 낯선 세계를 만난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편견을 깨고, 함께 나아가는 모두의 성장 서사입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영우를 무조건 동정하거나 반대로 배척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따뜻하게 감싸고, 누군가는 경쟁하며 각자의 시선에서 영우를 한 명의 동료로 마주하죠. 이러한 다채로운 관계성 안에서 영우는 세상 밖으로 걸음을 내딛고, 동료들은 자신의 편견을 무너뜨리며 한 단계 더 성장합니다.
영우의 세계를 상징하는 세 가지 키워드
드라마 곳곳에는 ‘영우’의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상징들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소품을 넘어 ‘영우’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 회전문: 영우 앞에 놓인 세상이라는 문
‘영우’에게 회전문은 세상 밖으로 나가는 첫 번째 관문이자, 가장 넘기 힘든 벽입니다.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회전문의 속도가 ‘영우’에겐 공포로 다가오죠. ‘준호’가 ‘영우’에게 왈츠를 추듯 리듬을 타며 회전문을 통과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은 드라마의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는 ‘영우’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곁에 리듬을 맞춰줄 조력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고래: 영우의 머릿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아이디어

‘영우’가 어려운 법률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고래가 튀어 오르는 연출은 이 드라마의 전매특허입니다. 고래가 등장하는 순간 ‘영우’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죠. 고래는 현실의 제약을 넘어선 ‘영우’만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영우’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이자,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가장 든든한 내면의 친구인 셈입니다.
- 김밥: 영우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예측 가능성

‘영우’는 매 끼니마다 김밥을 먹습니다. 김밥은 속재료가 훤히 들여다보여서 ‘영우’가 예상치 못한 식감이나 맛에 당황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하고 감정 변화가 심한 사람과 달리, 김밥은 늘 일정한 맛을 유지하죠. 낯선 곳에 가서도 김밥만 고집하는 ‘영우’의 모습은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순한 맛 드라마의 흥행 이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흔한 드라마의 흥행 공식인 악역이나 자극적인 도파민 없이도 충분히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우영우’는 완벽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때로는 부족하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으며 성장하는 입체적인 인물이죠. 또한 ‘영우’가 맡는 사건들—가정 폭력, 성 소수자, 자립 문제 등—을 다룰 때도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지 않습니다. 대신 상식과 인간 존엄성이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정서적으로 어떤 불편함도 없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영우’가 이상해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낯선 질문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진실들을 들춰냅니다. 드라마는 극이 진행될수록 이 “이상함”의 정의를 새롭게 씁니다. 한국어 제목의 “이상한(Strange)”이 영어 제목에서 “범상치 않은(Extraordinary)”으로 번역된 것처럼 말이죠.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우리는 알고 보면 모두가 조금씩 이상하고 특별하다”는 메시지는 우리 사회가 포용하지 못하던 다양성의 가치를 깨닫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