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치유하는 ‘불’, 그 억압을 멈춘 ‘소화기’: TXT의 9와 4분의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뮤비 해석

시각적 서사로 확장되는 K-POP

시각적 자료는 사람들의 몰입과 관심을 순식간에 집중시킨다. 그러한 의미에서 K-POP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음악을 보조하는 자료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노래에 대한 몰입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던 뮤직비디오 그 의미가 더 커지고 있는 이유는, 서사와 상징을 통해 하나의 텍스트로 읽힐 수 있는 해석의 장으로서 장기적인 스토리를 완성해나가는 창으로 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연준,수빈,범규,휴닝카이,태현)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데뷔 초기부터 ‘성장’과 ‘청소년기 불안’을 일관된 서사로 구축해왔다.

 

TXT의 서사적 정체성과 세계관의 출발점

TXT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혼란과 균열의 시간으로 묘사해 온 그룹이다. 밝음과 어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성장의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현재 TXT는 세계관 중심의 서사형 아이돌 중에서도 비교적 명확한 정체성을 구축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기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은 이후 서사의 토대가 된다.

 

TXT서사의 시작이자 경계의 공간, ‘9와 4분의 3 승강장’

특히 정규 1집 The Dream Chapter: MAGIC의 타이틀곡인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 기다려>는  TXT 세계관의 시작으로, ‘마법’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잠시 유예하려는 청소년기의 심리를 중심 서사로 삼는다.

해당 뮤비의 배경으로 설정된  ‘9와 4분의 3 승강장’은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공간이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위치한 공간이다. 결국 뮤직비디오의 공간적 배경 자체가 학교, 가정, 사회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청소년기의 정체성 상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간에서 마법은 초월적 힘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임시적 도피처로 기능한다. 즉, 이 공간은 도피의 장소이자 동시에 성장이 시작되는 중간 지대인 것이다.

 

‘불’과 ‘소화기’ 의미의 전도

뮤비의 중간중간마다 청소년기 지루한 생활 속에서의 열정이 소재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는 크게 ‘불’과 ‘소화기’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멤버 연준이 안경을 들자, 메모로 가득 찬 노트에 불이 붙는 장면은 청소년기의 억압된 욕망과 열정을 상징한다. 안경은 사회가 요구하는 ‘이성적 시선’ 혹은 규범적 인식을 의미하며, 그것을 통해 바라볼 때 열정은 통제 불가능한 불로 변한다. 불이 소화기로도 꺼지지 않고, 필기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장면은 제도적 교육과 규율이 개인의 감정을 억누르지만, 동시에 그 억압이 더 큰 폭발을 낳는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특히 불이 ‘문’의 형태를 띤다는 점은, 파괴가 곧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조건임을 암시한다.

 

이후 학교는 마법진으로 가득 차며 공간의 성격이 전환된다. 옥상에서 태현이 쏘는 소화기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은, 억압의 도구였던 소화기가 마법의 질서 안에서는 해방의 매개체로 재의미화됨을 보여준다. 이전의 현실의 규범과 도구로 억압을 상징했던 ‘소화기’가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관계 맺기와 연대를 통해 전혀 다른 의미로 전환된 것이다.

 

 

불타는 문과 치유된 상처: 도피 이후의 성장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연준이 다시 안경을 썼을 때, 학교를 벗어난 이들 앞에 놓인 가장 큰 문이 불타오른다. 그리고 이 때 연준에게 있었던 상처는 치유되어있다. 현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견디는 내면은 변화했다.

 

 

연대가 만든 마법, 그리고 성장의 정의

이 뮤직비디오에서 마법은 결코 개인에게서 발생하지 않는다.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일 때에만 마법은 유지되며,  결국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널 기다려〉는 성장 서사를 ‘극복’이나 ‘성공’의 언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무너지고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에도 연대를 통해 성장의 고통을 통과하는 서사를 내포한다.

한편으로는,  판타지를 영원한 해결책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마법의 세계는 불안정하고, 결국 현실로의 복귀는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비극으로 귀결되지 않는 이유는, 도망의 시간 속에서 형성된 관계가 이후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정서적 기반으로 남기 때문이다. 현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들이 현실을 견디는 방식은 바뀜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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