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것들 — Xdinary Heroes, 〈Voyager〉

 

 

깜깜한 암흑 속을 홀로 여정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보이저 1호다.

1977년 NASA가 쏘아 올린 이 탐사선은, 발사된 지 49년이 지난 지금도 끝없는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계 외곽까지 나아가 천왕성과 해왕성을 근접 탐사한 유일한 탐사선.

그 긴 어둠을 헤치며 지구와의 신호를 아직 유지하고 있지만, 2030년 이내로 동력을 다할 것으로 예측된다.

곧 긴 여정을 조용히 멈추게 될 보이저 1호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곡이 있다.

바로 Xdinary Heroes의 <Voyager>다.

 


 

1. Xdinary Heroes는 누구인가

 

 

Xdinary Heroes는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2021년에 데뷔한 밴드다.

DAY6의 후배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두 팀이 추구하는 음악의 색깔은 꽤 다르다.

DAY6가 모던 록과 팝 록을 기반으로 부드럽고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면, Xdinary Heroes는 팝 메탈, 이모코어, 얼터너티브를 아우르는 보다 강렬하고 짙은 음악을 지향한다.

같은 JYP 소속의 밴드지만, 장르적으로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멤버 구성은 건일(드럼), 정수(건반), 가온(리듬 기타), O.de(신시사이저), 준한(리드 기타), 주연(베이스)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포지션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구성인데, 그중에서도 메인 보컬인 정수와 베이스를 맡은 주연의 목소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고음이 곡의 텐션을 끌어올리면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오늘 이야기할 〈Voyager〉 역시 높은 음정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을 취하면서도 밴드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은 곡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지닌다.

 

 

2. 〈Voyager〉

 

 

Xdinary Heroes의 미니 8집 〈DEAD AND〉가 4월 17일에 발매됐다.

그중에서도 타이틀 곡 <Voyager>는 탐사선 보이저 1호의 상황을 빗대어, 뜨겁게 타오르며 사라질지라도, 결국 다시 만날 것임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사라지는데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멤버들은 서로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그건 진정한 이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전체가 이별이란 주제를 깊이 사유하여 만들어졌고, 곡들은 이별에 대한 멤버들 나름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타이틀곡인 만큼 사운드 면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이전 곡들에 비해 신시사이저의 존재감이 한층 도드라지는데, 도입부부터 강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곡 전체의 몰입감을 단번에 끌어올린다.

 

 

MV 또한 곡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냈다.

멤버 준한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구성인데, 늙은 그의 공간 한쪽에 놓인 모래시계 속 모래는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

이별의 순간이 가까워졌음을 조용히 암시하는 장치다.

 

곡의 첫 가사부터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다 끝나버릴 걸 알지만 흐려진 이 신호를 붙잡은 채 아직 넌 들리는지 can you?”

지구와의 신호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보이저 1호의 심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가사다.

 

후렴에서는 별처럼 찬란하게 빛을 내며 끝을 맺겠다는 가사와 함께 보컬이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네가 내게 남긴 아득한 universe그 너머로 전할게 with screaming our name”

이 가사는 보이저 1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골든 레코드는 지구인이 우주 어딘가의 존재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과 자연의 소리, 태양계 이미지 등이 담겨 있다.

보이저 1호의 또 다른 임무를 가사 안에 조용히 녹여낸 것처럼 느껴진다.

 

 

MV로 다시 돌아오면, 노인은 어딘가 불안한 듯 종이를 검게 칠해버린다.

그러다 젊은 날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손으로 천천히 되짚으며 그리움과 추억에 잠긴다.

 

그리고 음악은 다시 고조되며 후렴으로 달려가는데, 2절 후렴이 바로 터질 거라는 예상을 살짝 비틀며 변주가 삽입된다.

그 짧은 변주가 곡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붉은빛으로 가득 찬 공간, 정신없이 흔들리는 앵글.

브릿지에선 합창이 더해지며 곡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MV도 실사에서 아트워크로 전환되며 시각적으로도 함께 고조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하늘 위로 별똥별 하나가 떨어진다.

그가 마침내 별처럼 찬란하게 빛을 내며 끝을 맺은 것이다.

 


 

보이저 1호라는 소재와 이별에 대한 사유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엮어낸 곡이 또 있을까.

중독성 있는 멜로디 구조 위에 묵직한 서사를 얹은 이번 곡은 Xdinary Heroes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다시 한번 선명하게 각인시킬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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