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가 청춘들에게 건네는 응원과 위로의 이야기 | ‘눈이 부시게’ 리뷰

오늘 이야기해 볼 작품은 〈눈이 부시게〉입니다. 〈눈이 부시게〉는 2019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한지민, 남주혁, 그리고 김혜자라는 묵직한 배우진과 함께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처럼 보이는 외피 아래 노년과 기억,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묵직한 주제를 감추고 있는 작품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마지막 화에서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

이야기는 어린시절 혜자가 해변가에서 한 시계를 주우며 시작됩니다. 이 시계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고 어린 혜자는 이를 가지고 놀며 이리저리 사용했으나, 남들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부작용이 있었고 결국 시계를 봉인합니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난 현재 25살의 혜자는 어느 날 택시 운전기사인 아빠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혜자는 이를 되돌리기 위해 시계를 꺼내 그 사고를 막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혜자는 눈을 뜨고 나니 70세의 노인의 모습이 되어있었고 혜자는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이후 할머니가 된 혜자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최근 우연히 만나 호감을 갖기 시작한 기자 지망생 준하를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되돌리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한편, 준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때문에 고통받기도 하며 기자라는 꿈을 포기하고 친한 형의 도움으로 어르신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며 약을 파는 “효도원”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이후 혜자는 이 효도원에 우연히 들어가게되며 그런 준하를 너무나도 안타까워 하며, 그런 준하와 가깝게 지내며 자신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자 하지만 준하에게는 그저 귀찮고 이상한 할머니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의 재구성(반전에 대하여)

※스포주의!※

<눈이부시게>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결말의 반전인데요. 사실 대부분의 시청자분들은 조금 딥한 주제를 다루지만 통통 튀고 재밌는 판타지 로코라고 생각하며 시청했습니다. 디테일한 연출들과 캐릭터들의 개성 덕분에 혜자가 원래대로 돌아와 가족과 상봉하고 준하와 다시 만나 행복한 미래를 이루는 결말을 예상하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말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후반부에 효도원에서 노인들의 보험금을 타기 위한 계략을 꾸미며 준하를 납치하자, 혜자와 다른 효도원 노인분들은 작전을 세우고 현장에 뛰어들어 준하를 포함한 사람들을 구합니다. 그리고 혜자의 시계를 가지고 있던 할아버지는 이후 혜자에게 시계를 건냅니다.

그런데 혜자는 시계 뒤에 “JH HJ”라는 이니셜을 발견하게 되고 혜자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준하와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보이며 쓰러집니다.

잠에서 깬 혜자는 병원이었고, 아들과 며느리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현재 혜자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으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치매에 걸린 혜자의 시점에서 혼동되어 전개된 이야기 였던 것입니다.

반전이 공개된 이후 드라마 전체를 다시 떠올렸을 때,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새로운 의미를 얻습니다. 혜자가 이상하게 행동하던 순간들, 주변 인물들의 어색한 반응들,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던 쓸쓸한 정서가 전부 다르게 읽힙니다. 그리고 이런 엔딩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찬사를 얻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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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의 실제 이야기

이렇듯 이 작품은 시간이동이라는 판타지가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겪은 한 노인의 시점을 고스란히 전해준 작품이었습니다.

혜자의 아빠로 나왔던 김상운(안내상 배우)은 사실 혜자와 준하의 아들 “이대상”이었으며 엄마였던 문정은(이정은 배우)은 며느리였고 오빠였던 김영수(손호준 배우)는 손자였습니다. 혜자가 하루아침에 할머니가 되었을때 가족들이 놀랐던 이유는 혜자가 기억을 잃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마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준하는 1970년대에 혜자와 연인으로 지내다 결혼까지 한 혜자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중의 시계는 혜자가 준하에게 결혼 선물로 준 것이기도 하죠. 준하는 1970년대 기자로 활동하였으나 어느날 하루아침에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를 당합니다. 공식 사인은 폐렴으로 나왔으나 고문치사일 것입니다. 그리고 작중 혜자의 시계를 가지고 있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바로 준하를 고문하고 사망하게 하여 시계까지 빼앗았던 경찰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혜자가 치매에 빠져 준하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현재 혜자가 입원한 요양원의 담당 의사인 ‘김상현’이란 인물이었고 너무나도 닮은 외모에 혼동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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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셨고, 눈이 부실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

한 동안 잊고 있었지만, 저의 인생작과도 같은 드라마입니다. 현재 다시 보니 어린시절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과 그 당시 느꼈던 충격까지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준하를 보면서 현재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공감하고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고 혜자가 준하에게 건네는 조언과 응원들이 하나하나 가슴에 박히며 정말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순간에 나이가 들고 상황이 뒤바뀐 혜자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지치고 불안한 지금이지만 이 젊음의 소중함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된 혜자를 비롯한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평소 어르신 분들에 관해 반감이나 동정심을 가지고 바라보진 않았는지 상기해보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눈이부시게>는 혜자와 같은 좋은 어른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금의 우리가 빛나는 청춘을 누릴 수 있고 꿈을 가지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음에 큰 감사함을 들게 해주는 작품이었고 이 작품이 세대의 구분 없이 모두에게 닿을 수 있는 이야기로 기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낮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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