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많은 주목을 받으며 개봉한 영화 <군체>,
한국형 장르물의 지형을 꾸준히 확장해온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볼 만큼 기대감 역시 뜨겁다. 여기에 전지현, 구교환 등 대중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군체는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를 배경으로한다. 건물은 순식간에 봉쇄되고,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고립된다. 처음에는 짐승처럼 바닥을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은 점차 진화하며 두 발로 걷기 시작하고, 사람을 식별하며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공격한다. 생명공학자 ‘권세정’과 생존자들은 자신의 몸에 백신을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서영철’을 찾아 구조대가 기다리는 옥상으로 향한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고, ‘서영철’은 감염자들을 앞세운 채 생존자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영화는 단순한 좀비물이 아닌,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군체>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영화 속 감염자들이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온 전형적인 좀비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 이후의 새로운 종(種)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기존 좀비물과 선명하게 결을 달리한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현실적인 상상력이 더해지며 영화는 강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익숙한 장르의 문법 안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이 꽤 신선하다. 특히 감염자들이 점차 학습하고 군집화되는 모습은 기존 좀비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공포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좀비들의 움직임과 질감이다. 단순히 분장에 그치지 않고, 몸의 형태와 시선, 호흡까지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의 움직임 역시 상당히 리얼하다. 순간순간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 덕분에, 올여름 극장에서 즐기기 좋은 오싹한 장르 영화로 손색이 없다.
(스포일러 주의)

<군체>는 대부분의 사건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벌어진다. 그만큼 영화의 밀도가 높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인간 군상의 욕망과 공포, 불신이 뒤엉키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며 영화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또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답게, <군체>는 흔한 감정 소비형 서사를 택하지 않는다. 단순히 착한 사람은 살아남고, 나쁜 사람은 벌받는다는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기적인 사람도, 지나치게 감정적인 사람도 모두 냉정하게 흔들어버린다.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극한 상황 속 본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은 연상호 감독 작품 특유의 색깔처럼 느껴진다.
최근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에 이어 <군체>까지 선보인 쇼박스의 행보 역시 인상적이다. 상업성과 장르적 색깔을 동시에 챙기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라인업도 기대하게 만든다.
익숙한 좀비물의 외형 안에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상상력과 인간 군상의 공포를 밀도 있게 담아낸 작품. 올여름 극장에서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영화를 찾고 있다면 충분히 추천할 만한 영화다.
(이미지 출처 : <군체> 스틸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