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이 비행이 되기까지 : tripleS ‘Girls Never Die’

 

 트리플에스(tripleS)의 ‘Girls Never Die’ 뮤직비디오는 24인조 완전체가 겪는 고난과 연대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영상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전체적인 색감은 어둡고 무겁지만, 그 끝에는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날아오르는 긍정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1. 방황과 고난의 현실적 묘사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전형적인 슬픔을 넘어,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을 법한 현실적인 고난을 보여준다. 제대로 된 가구 없는 집에서 커다란 페트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거나, 빨래를 아무렇게나 널어놓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든든한 식사 대신 과자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치우지 않은 방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안전한 울타리 없이 방황하는 소녀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1. 까마귀, 절망의 투영

뮤직비디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까마귀는 멤버들의 절망과 극복을 매개하는 핵심 요소이다. 절망에 빠진 멤버의 모습 뒤로 추락하는 까마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심리적 우울함을 상징한다. 특히 게임 중독에 빠진 멤버의 손 위로 수많은 개미가 기어오르는 장면과, 개미 떼가 죽은 까마귀를 둘러싸는 장면을 교차시킨 점이 인상적인데, 이는 까마귀의 상태를 곧 멤버의 상태와 동일시하는 시각적 장치이다.

  1. 죽음의 문턱에서 피어난 비행의 용기

욕조에 억지로 몸을 밀어 넣거나 차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은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를 암시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다시 날기 시작하는 까마귀를 보며 이들은 죽음 대신 ‘비행’할 용기를 얻는다. 이들은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으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특히 무덤 아래를 내려다보던 장면이 위를 바라보며 춤추는 장면으로 교차되는 연출은 멤버들의 심리적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멤버들의 의상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빛이 쏟아지는 긍정적 변화는 무덤이라는 절망의 공간에서 비로소 일어난다. 까마귀의 비행 이후 나타난 이 변화는 멤버들이 마침내 내면의 역경을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1. 부활과 연대의 비상

의상이 검은색으로 통일된 후, 무덤 안에서 까마귀가 다시 힘차게 비상한다. 이는 아프고 방황하던 과거의 자신을 뒤로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멤버들을 의미한다. 이제 소녀들은 옥상에 홀로 서 있지도, 욕조 안에 쓸쓸히 앉아 있지도 않는다. 까마귀처럼 검은 날개를 달고 손을 맞잡은 채 함께 날아오른다. 여기서 트리플에서의 시작인 S1 멤버와 마지막인 S24 멤버가 등장한다. 이 둘이 떨어질 때 하나의 까마귀로 날아오르는 것은 트리플에스 24명은 하나라는 의미를 상징한다. 뮤직비디오 안에서 이 두 멤버가 등장하는 시간도 2분 41초이다. ‘24(트리플에스)=1(하나)’ 즉, 트리플에스가 하나임을 암시한다. 혼자였던 욕조 안에도 이제는 두 명이 함께다. 표정은 여전히 무겁지만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욕조의 물이 검게 변한 것은 비상을 시작한 까마귀와 같은 변화의 징조이며, 이후 텅 빈 욕조 위로 까마귀가 날아가는 장면은 마침내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개미 떼에 덮여 무덤에 묻혔던 까마귀가 다시 태어난 것처럼, 멤버들 또한 연대를 통해 기적을 만들어 낸다. 자신이 추락하는 까마귀라 믿었던 소녀들은 아픔을 딛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부활한다.

이 뮤직비디오는 삶이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다. 단순히 슬픈 감정을 나열하지 않고 처절한 아픔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극복과 긍정의 결말을 그릴 때조차 영상의 어두운 분위기를 섣불리 바꾸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안에서 아이돌을 까마귀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대중에게 보이는 화려한 이미지를 우선시하는 업계의 관례를 생각하면 까마귀라는 투박하고 어두운 상징을 선택한 것은 이들의 아픔을 미화 없이 날것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러한 설정은 마치 벼랑 끝에 서본 사람이 힘든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초라하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시기가 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앞이 캄캄해 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진 출처 : tripleS(트리플에스) ‘Girls Never Die’ Official MV

뮤직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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