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말,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기억하시나요? 배우 이성민의 신들린 연기와 주조업계의 은밀한 고발,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매회 시청률을 갈아치우던 이 작품은 마지막 16회 방영 직후 엄청난 혹평에 직면했습니다. 왜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들이 그토록 분노했는지, 전체적인 줄거리와 결말의 패착, 그리고 아쉬움을 달랠 대안적 엔딩까지 짚어보겠습니다.
- <재벌집 막내아들>의 전체 줄거리
이야기는 순양그룹의 충직한 비서이자 흙수저 출신인 윤현우(송중기)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출발합니다. 오너 일가의 리스크를 관리하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던 그는 비자금 관련 임무를 수행하던 중 철저하게 토사구팽을 당하며 살해됩니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을 죽인 순양가의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환생해 있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살아가던 현재가 아닌, 1987년의 과거였습니다.
윤현우의 기억과 미래의 역사(KAL기 폭파 사건, IMF 외환위기, 닷컴 버블 등)를 모두 알고 있는 진도준은 이를 무기로 순양그룹의 창업주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총애를 받기 시작합니다. 진도준의 목표는 단 하나, 자신을 죽인 순양가를 향한 처절한 복수와 그룹 승계였습니다. 미래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회사 ‘미라클’을 설립한 그는 진 회장의 자녀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순양을 집어삼킬 준비를 마칩니다. 비록 진양철 회장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도준은 치열한 암투 끝에 마침내 순양그룹의 왕좌에 오르기 직전까지 도달합니다.
- 시청자들이 분노한 결말, 무엇이 문제였나?

그러나 16회에서 펼쳐진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거대한 배신감을 안겼습니다. 왕좌에 오르기 직전, 진도준은 의문의 트럭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화면은 다시 절벽에서 총을 맞고 바다로 떨어졌던 ‘윤현우’가 기적적으로 생존해 병원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즉, 지난 15회 동안 시청자들이 짜릿하게 지켜본 진도준의 일생은 윤현우가 혼수상태에서 겪은 일주일간의 ‘꿈’ 혹은 ‘유체이탈’이었던 것입니다.
결말이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카타르시스의 완전한 소멸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는 흙수저가 미래 지식을 활용해 거대 악인 재벌을 힘으로 누르는 ‘회빙환(회귀·빙의·환생)’ 특유의 대리만족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말은 “결국 꿈이었고, 현실의 흙수저는 변한 게 없다”는 허무주의로 귀결되었습니다.
개연성의 붕괴
윤현우는 과거 진도준 살인사건의 공범(방조자)이었습니다. 자신이 모시던 가문의 손자이자, 심지어 본인이 살해 현장에 있었던 인물의 얼굴을 20년 동안 기억하지 못하다가 꿈을 꾸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설정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 시청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진짜 결말
만약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기대와 원작의 묘미를 그대로 살렸다면 어땠을까요? 대다수의 대중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진짜 엔딩은 ‘진도준의 완벽한 승리와 순양의 세대교체’였습니다.
원작의 서사대로 진도준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무사히 극복하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자신을 제거하려 했던 순양가 인물들의 음모를 역으로 이용해 그들을 법적·경제적으로 완벽하게 파멸시키는 시나리오가 필요했습니다. 꼼수와 비리로 점철된 순양의 왕족들을 몰아내고, 오직 실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순양그룹의 합법적인 총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원했던 것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클라이맥스는 회장이 된 진도준이 자신을 진정으로 인정해 주었던 할아버지, 진양철 회장의 묘소를 찾아가는 장면이어야 했습니다.
“할아버지, 저 전구 장사꾼 진도준입니다. 제가 약속대로 순양을 샀습니다.”
진양철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진도준의 모습이야말로 시청자들이 15부작 동안 쌓아 올린 감정선에 응답하는 완벽한 보상이었습니다. 흙수저 윤현우가 진도준으로서의 삶을 완전히 쟁취하며 낡은 시대를 끝내는 통쾌한 카타르시스야말로 이 드라마가 가졌어야 할 진정한 마침표였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가 될 뻔했다가 아쉬운 엔딩으로 남은 <재벌집 막내아들>. 비록 결말은 빛이 바랬지만, 15회까지 보여준 몰입감과 진양철 회장의 카리스마만큼은 여전히 명작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최고의 엔딩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