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과 결혼해줘〉 드라마 속 K-포인트 알아보기

2024년 1월 1일 새해부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가 있다. 바로 tvN 월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이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내남결’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와 그 친구에게 짜릿한 복수를 감행한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수많은 드라마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치 김치찌개처럼 친숙하고 또 칼칼한 ‘K-복수극’은 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며 시청자들에게 도파민을 선물했다. ‘내남결’은 일본에서 리메이크판이 제작될 정도로 압도적인 화제성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이들이 ‘내남결’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과 악이 분명한 캐릭터들의 등장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라는 말처럼, 때론 태초의 것들이 빛을 발할 때가 있다. 이는 ‘내남결’에서도 적용된다. 드라마의 소재가 점점 다채로워지며 여러 입체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요즈음, ‘내남결’은 대세를 따라가지 않고 과감히 다른 노선을 택했다. 바로 선과 악이 명확한 인물을 드라마에 등장시킨 것이다. 전래동화나 명작동화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내남결’ 속 캐릭터는 악인과 선인의 구별이 뚜렷하다. 이런 캐릭터들은 예전에는 많이 쓰였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가 쏟아질 때엔 드라마가 단순하고 평면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남결’은 ‘복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복잡한 설정은 과감히 덜어냈다. 이는 캐릭터들을 아무런 복잡한 의심 없이 응원하게 하고 또 시원하게 욕하게 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 더욱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복잡한 계산 없이 즐기는 직관적인 서사가 몰입을 도운 셈이다.

 

 

잘 짜여진 권선징악 K-막장 스토리

‘막장드라마’라는 소재는 흔히 ‘뻔하다’라는 말로 많이 통용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인기를 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모르는 맛보다는 아는 맛이 훨씬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내남결’은 막장 드라마의 요소들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억지스럽게 작용되지는 않는다. 암 투병 중이던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이 자신의 남편(이이경)과 자신의 베프(송하윤)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으로 죽게 되고, 다시 회귀해 그들에게 복수한다는 점은 이미 설정만 봐도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기 충분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힘도 없었던 주인공이 이 모든 기억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가 권선징악하는 구도는 막장스러움을 오히려 이 드라마의 강점으로 기능하게 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사이다 같은 전개를 통해 현실의 답답함을 대리 해소하기도, 또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를 보며 든든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드라마라는 가상의 공간을 이용해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키며 잠깐이나마 숨 쉴 수 있는 ‘창’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한국스러운 소재의 활용

드라마 ‘내남결’에서는 한국스러운, 한국과 관련된 요소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6화 엔딩 장면을 그 예시로 꼽을 수 있다. 6화 엔딩에서는 유지혁(나인우)와 강지원이 서로 회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작중 주인공들은 2023년에서 10년 전인 2013년으로 회귀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이를 ‘BTS’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냈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인물에게 복수한 후, 강지원은 후련한 마음으로 옥상에서 BTS 노래를 듣게 된다. 그때 옥상으로 올라온 유지혁이 ‘BTS 노래네요.’ 라고 이야기한다. 강지원은 이럴 때면 ‘다이너마이트’를 듣고 싶은데 지금은 그 노래를 들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강지원의 말을 듣고 유지혁도 자신은 ‘봄날’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다 해당 노래들이 2013년 이전 발매곡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놀라는 장면으로 엔딩이 마무리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가, 드라마 엔딩이라 하기엔 다소 실험적이기도 하고 또 직관적이기도 하다. 원작엔 없었던 각색이라 방영 시에는 ‘서로 회귀했다는 사실을 BTS 노래로 알게 된 것이 웃기다’, ‘극의 흐름을 헤치는 설정이라 어색하다’ 등의 불호평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니 한류를 드라마에 넣으려고 했던 방향성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중요한 장면이니 만큼, 그 부분을 조금 더 진중하게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BTS라는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화제성을 모았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남결’에서는 K-시어머니가 등장한다. 물론 BTS처럼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소재는 아니지만, 갈등의 중심인물로서 그 공을 세워주기는 충분했다. 특히, 아들을 끔찍이 사랑해 며느리에게 순종적인 아내의 역할을 강요하는, 그러한 고지식한 K-시어머니의 표본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게 한 동시에 또 한 번 씁쓸한 현실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주인공이 회귀해 시어머니에게 강력한 한방을 선사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다시금 ‘내남결’의 매력을 맘껏 느끼게 된다.

 


 

드라마 ‘내남결’은 다소 진부한 스토리라는 방영 전 우려를 딛고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재 ‘내남결’의 유튜브 클립 조회수는 약 200만 정도이며 방영 당시에는 실시간 급상승 인기 동영상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는데, 그만큼 한국인들은 이런 클리셰적이지만 통쾌하고, 단순하지만 후련한 드라마를 기다려왔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한국 특유의 정서를 담은 드라마가 국외까지도 전해져 보다 많은 시청자들의 일상에 톡 쏘는 짜릿함을 이끌어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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