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사람들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 4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바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인데요. 인간 내면과 삶에 대한 성찰을 깊이 있게 다뤄온 작가의 신작인 만큼,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저는 특히 <나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봤었기에 이번 작품은 어떤 내용일지 더욱 궁금했습니다. 4회까지 방영된 지금, <모자무싸> 1회~4회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무가치] 아무런 가치가 없음

이번 작품은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습니다.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니, 몇 번씩 곱씹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지니고 있으며 이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와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갑니다. 그러한 점에서 ‘무가치’를 작품의 제목으로 내세운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영화계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작품에서, 황동만은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8인회 멤버 중 유일하게 20년째 데뷔하지 못한 인물입니다. 동만은 가만히 있으면 ‘무가치함’과 ‘불안’이 자신을 파도처럼 덮쳐버릴 것 같아서 8인회 모임에 갈 때마다 쉴 새 없이 자신의 말들을 쏟아내죠.

감정 워치, 나의 감정이 표시된다?

<모자무싸>에는 눈에 띄는 독특한 설정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 워치의 등장입니다. 감정 워치는, 착용자가 긍정의 감정을 느끼면 초록색, 부정의 감정을 느끼면 빨간색으로 표시되며, 현재의 감정을 텍스트로 보여줍니다. 감정 워치 테스트의 대상자에는 황동만과 변은아도 있습니다.

저는 감정 워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1회에서, 최대표가 동만을 불러 망신을 주고 이제는 그만둘 때 되지 않았냐는 독설을 할 때, 동만의 감정 워치에 ‘허기’로 표시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동만은 집에 와서 닥치는 대로 음식을 먹어대며 물리적으로라도 허기를 채우려고 합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불안과 결핍이 허기로 표현된 이 장면에서 동만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황동만과 8인회

작품을 보며 황동만의 캐릭터가 난해하다고 느껴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8인회에서 혼자만 성공하지 못해 열등감을 느낀다는 점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앞에서 열등감을 반복적으로 표출하고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모습에서는, 친구들이 동만에게 불만을 갖게 되는 이유도 이해가 갔습니다.

작품의 기획의도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나도 그러함에도 자신의 무가치함을 가리려고 요란하게 허우적대는 인간은 또 얼마나 미운지. 그런 인간을 끌어안지 못하면 나를 끌어안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그런 인간에 대한 증오가 멈춰지지 않는다.”

어쩌면 8인회 멤버들 역시 동만처럼 불안을 느끼지만, ‘나는 황동만과 다르다’고 말하며 자신의 무가치함을 숨기기 바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회차에서 동만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깊이 있는 대사

저는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 가진 매력들 중 하나는 바로 깊이 있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볼 때마다 공감 가는 대사와 인생을 관통하는 대사들이 많아 참 마음에 들었는데요. 다음은 황동만과 변은아의 대사 중 인상 깊었던 일부 대사입니다.

 

-동만-

“잘나서 나를 증명할 수 없을 땐, 망가져 나를 증명한다!”

“불안하지 않은 거. 그냥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 난.”

“그리고 난!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 나의 빛나는 스토리를 기대해라. 어디 한번 막아 봐라, 막아지나.”

 

-은아-

“어려서는 막막했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는데, 지금도 똑같이 그런데, 그때랑 다른 감정이 하나 더 있어요. 그들의 나약함을 목도한 느낌, 그래서, 싸워볼 만하다는 느낌.”

“그리고, 저는 얌전한 아이에요, 만만하고 약한 아이가 아니고. 그것도 헷갈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모자무싸>에는 구교환, 고윤정을 비롯해,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등 주조연 배우들이 등장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작품은 높은 시청률이나 대중적인 흥행을 앞세우기보다, 작품성과 시간이 흘러도 다시 찾게 되는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무가치함을 어떻게 마주하고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사진출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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