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 | 〈괴물〉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 드라마.

2021.02.19. ~ 2021.04.10. (16부작) JTBC

극본: 김수
연출: 심나연

출연: 신하균, 여진구, 최대훈

 

 

의심의 구조와 두 남자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범인이 누구인지 찾도록 끌어당긴다.

동네의 모든 사람이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하고, 한주원과 이동식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들의 표정, 행동, 침묵 하나하나를 해석하며 모든 인물을 의심하게 만든다.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용의자가 되고, 확실해 보이던 범인이 갑자기 피해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의심의 대상이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의심의 중심에는 다른 두 인물이 있다.

 

 

이동식은 동생의 실종 이후 삶의 한 부분이 멈춰버린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침묵은 단순한 과묵함이 아니라 20년 동안 치유되지 않은 상처의 표현이다.

한주원은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사람은 서로 닮아 있다.

 

 

진실을 쫓고, 죄책감을 품고,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한다.

그들의 공조는 단순하지 않다.

서로 끝없이 의심하며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다.

 

 

괴물이란 무엇인가

 

괴물은 한 사람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건의 범인을 의심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괴물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극 중에서 괴물은 상황과 선택 속에서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 자신도 얼마든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판단 기준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상황에 좌우되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괴물은 누구인가?

외면, 방조, 권력 남용 그리고 상처를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모든 선택들.

이 모든 것이 괴물을 뜻한다.

20년간 아무도 몰랐던 살인이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이 이 드라마가 탐구하려는 지점이다.

괴물은 개인의 악이 아니라 구조적 부실이 낳은 산물이며, 동시에 정의를 추구하는 자가 어떻게 악에 물드는지를 보여준다.

 

 

해석의 여지와 계속되는 질문

 

연출과 서사는 해석의 여지를 강화한다.

반복되는 장면, 의미심장한 시선 처리, 침묵이 많은 대사는 명확한 설명 대신 감정을 암시한다.

이동식의 침묵은 죄책감인가, 비통함인가?

한주원의 냉정함은 전문성인가, 보호막인가?

그들의 움직임이 정의를 향한 것인가, 복수를 향한 것인가?

 

 

결국 ‘괴물’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 각자가 자신의 기준으로 인물과 사건을 해석하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청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한 선택이 정말 옳은 것이었을까?

누가 진정한 괴물이었을까?

 

 

시간이 남긴 것들

 

괴물은 한순간에 탄생하지 않는다.

외면과 방조 속에서, 권력이 남용되는 과정 속에서, 상처를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선택들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진다.

누군가는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누군가는 권력을 이용해 사건을 덮으며, 누군가는 복수의 이름으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이 모든 선택들이 또 다른 괴물을 낳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

 

 

‘괴물’은 우리에게 확실한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 각자가 마주해야 할 윤리적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우리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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