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실력과 중독성 있는 노래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4세대 걸그룹, 엔믹스.
데뷔 타이틀곡 〈O.O〉는 트랩과 베일리 펑크, 틴에이지 팝 락 등이 섞이며 빠르게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곡이었다.
순식간에 바뀌는 곡의 분위기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엔믹스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발매된 〈Dice〉, 〈별별별〉 등도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과 시원하게 터지는 후렴구라는 엔믹스만의 팀 컬러를 이어갔다.
작년 10월 발매된 〈Blue Valentine〉 역시 느려졌다가 점점 빨라지는 붐뱁 리듬 등 다이내믹한 BPM 변화로 그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전 곡들과는 사뭇 다른 결도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은 것이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멜로디와 잔잔한 배경 사운드는 이전 엔믹스 곡들과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냈고, 오히려 이 변화는 음원 차트 섭렵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올해 5월에 발매된 엔믹스의 다섯 번째 EP 앨범 타이틀곡 <Heavy Serenade>는 과연 어떤 곡일까?
처음 〈Heavy Serenade〉라는 타이틀을 보았을 때는 무겁고 강렬한 사운드의 곡을 떠올렸다.
그러나 실제로 감상해 보면 예상과는 달리 〈Blue Valentine〉과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Heavy Serenade〉는 트랜스, 애시드, 드럼앤베이스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정교한 팝에 녹여낸 곡이다.
시네마틱한 드럼과 모달 인터체인지 코드 진행이 곡 전반에 걸쳐 아련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지막 후렴에서는 록 사운드를 더해 터질 듯한 사랑의 감정을 강렬하게 마무리 짓는다.
작사에는 요즘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한로로가 참여해 진솔한 사랑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엔믹스는 이번 앨범의 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NMIXX는 텅 빈 터와 같은 믹스토피아에 도착한다. 믹스토피아는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다. 소녀들은 행성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이 행성은 여섯 소녀의 심장 소리가 모두 섞인 소리를 내고 있다. 소녀들은 깨닫는다. 이 행성이 자신들의 도착에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어떻게 자라날지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어린아이처럼. 소녀들은 무엇이든 가능한 이 무의 세계에서, 사랑이 담긴 모든 것들을 자라나게 하고자 한다. 서로의 마음속에도, 이 땅 위에도.”


MV 또한 이 세계관을 충실하게 시각화한다.
“어린 맘속 헤매던 cosmos 터진 눈물 잃어버린 color”라는 가사처럼, MV 속 건물과 꽃, 돌, 공간 안의 모든 것은 무채색으로 가득하다.
색을 잃은 무의 공간, 믹스토피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안에서 엔믹스는 깨진 유리를 모아 새로운 꽃을 피우고,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나간다.
“날 깨뜨려서 만들래 단 하나뿐인 bouquet Glassy serenade”라는 가사가 이 장면과 정확히 맞닿는다.


그리고 설윤이 자동차 방향에서 무언가 일렁이는 기운을 감지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다음 컷에서는 차 안에 앉은 한 소녀가 비친다.
그 소녀는 엔믹스가 만들어낸 유리꽃과 아지트, 고래 그림을 바라보며 기뻐하는데, 이를 통해 그 소녀가 바로 행성 자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무의 공간이었던 행성이 엔믹스로 인해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가사가 된 우리들을 봐 이미 넌 불러본 멜로디”
이 부분은 사실 엔믹스 컨셉 포토에서 이미 스포된 부분이었다.
컨셉 포토에서 멤버들이 음표로 표현되는데, 이를 악보로 변환해 실제로 음을 쳐보면 바로 위 가사의 멜로디가 나오는 것이다.
정말로 엔믹스 멤버들이 가사가 되고, 팬들이 이미 불러본, 들어본 멜로디가 되는 점이 인상깊다.
MV도, 가사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Heavy Serenade〉는 불안하고 미완성된 존재들이 서로를 만나 사랑으로 다시 꽃피워나가는 서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에 지치거나 힘이 필요한 순간, 한 번쯤 꺼내 들으면 좋을 곡이다.



